[사육곰 해방 프로젝트] 7월 돌봄 소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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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0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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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식이의 33년



유식이의 33년

1984년, 유식이의 엄마는 안양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화천으로 옮겨집니다. 어린 새끼였다고 합니다. 사육곰 붐을 타고 전국 곳곳에 세워진 콘크리트 곰 사육장. 그렇게 새로 지은 농장에서 유식이의 엄마는 5년을 자라서 새끼를 낳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두 번째로 낳은 새끼가 유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식이는 대략 1990년 정도에 태어났습니다.

유식이도 새끼를 잘 낳는 곰이었습니다. 일본 아종의 반달가슴곰 암컷 치고는 유난히 덩치가 컸고, 유식이가 낳은 곰들도 덩치가 컸다고 합니다. 유식이의 가치는 한 개의 웅담 이상이었기 때문에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았습니다. 농장주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었고, 좋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대접은 아무리 좋아봐야 네 평 짜리 사육장 안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21년 6월, 저희는 유식이를 처음 돌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이미 유식이는 서른 살짜리 곰이었네요. 척추 질환으로 걷지 못해서 먼저 세상을 떠난 보금이 옆 칸에서, 유식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유식이도 그 때부터 이미 뒷다리를 저는 증상이 시작됐었습니다. 척추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걸음걸이가 나빠지는 현상은 사육 상태의 대형 육식동물에서 흔한 일입니다. 사육상태에서는 야생에서보다 훨씬 오래 살고, 근육을 쓸 일이 적어서 그렇습니다.

증상이 심했던 보금이는 2021년 7월에 안락사 되었고, 유식이는 그 때부터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덜기 위한 약을 먹었습니다. 다른 곰에 비해 유난히 약을 잘 골라냈던 유식이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서 치열하게 머리 싸움을 했더랬습니다. 그렇게 유식이는 돌봄활동가들과 밀고 당기며 생의 마지막 1년은 곰 숲 산책도 하고 물놀이도 하며 지냈습니다. 다시 젊어지는 약은 아직 없고, 유식이와 우리의 시간은 빠르게 지났습니다.

2023년 6월 말, 유식이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뒷다리를 끌기 시작했는데, 끌림 때문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나쁜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경과가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일요일까지만 해도 겨우겨우 걷던 유식이가 월요일에는 하체를 전혀 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움직일 수 없으면 바닥과 닿은 곳에 욕창이 생기고, 항문 쪽에는 구더기가 순식간에 슬기 때문에 급한 일이 되었습니다. 치료가 급한 것이 아니라 안락사가 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밤까지 긴급 회의를 열고 유식이를 보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유식이에게 나쁜 경험은 없기를 바랐습니다. 블로건의 통증을 주기 싫어서, 먹이는 진정제를 맛있는 과일에 섞어주었습니다. 와작와작 잘도 먹더니 유식이는 고요하게 잠들었고, 그제서야 주사마취가 이루어졌습니다. 의식을 완전히 잃은 후에 심장을 멈추는 약을 주사했습니다. 들 것에 다 같이 들고는 지난 해 죽은 미자르 옆에 유식이를 묻어줬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매일 유식이를 마주하는 돌봄활동가들이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식이의 마지막 삶은 그냥저냥 괜찮았던 것 같고, 그렇게 싫어하던 약을 이제는 먹지 않아도 되고요.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끙끙대던 유식이는 이제 편안합니다. 사육곰 산업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희극을 찾아내려는 저희의 노력이, 유식이가 죽기 직전 주마등처럼 떠올렸을 33년의 기억에, 잠깐 웃는 마음을 얹어주었을 거라 믿습니다.


2. 드디어 화장실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화장실이 생겼습니다
무슨 말이지 싶으시겠지만, 화천의 곰보금자리에는 화장실이 없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참다 참다 농장주가 사시는 집에 “죄송합니다아~화장실 좀 쓰겠습니다아~”를 외치고 들어가거나,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마을회관 화장실을 쓰곤 했습니다. 주말에만 돌봄을 가는 비상근 활동가들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공공화장실을 들러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늘렸더랬습니다.
올 초에 지하수를 뚫었지만 아직 수전도 없어서 곰집 청소를 할 때 쓰는 큰 호스에다 집기와 손과 장화를 씻곤 했습니다. 그렇게 씻고 창고에 내려오면 장화는 다시 질척이는 바닥에 더러워지고, 씻는 걸 깜빡한 게 있으면 다시 등산을 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드디어 돌봄이 시작된 지 딱 2년 만에 화장실을 설치했습니다. 곰과 매일 부대끼는 활동가들에게는 말 그대로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은 일입니다.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되고, 일을 끝내면 샤워도 할 수 있습니다. 곰 똥과 땀에 가득 젖은 옷을 입고 차를 타고 집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화장실 안에다가는 무려 세탁기도 설치를 했거든요.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기쁨이 여러분께 얼마나 전달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희열에 공감하고 싶으시다면 여덟 시간 정도 화장실을 참아보세요. 그리고 화장실을 가보세요. 그게 바로 지금 저희의 기쁨입니다. 여러분께서 쌓아 주신 이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오늘도 곰과 부대낍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3. 소요와 덕이의 곰숲 나들이


소요와 덕이의 곰숲 나들이

소요와 덕이를 저희는 ‘소덕이’라고 세트로 묶어 부릅니다. 구조 전 저희가 가끔 들러 먹을 것을 챙겨주곤 했는데, 그 때 휴게소에서 파는 ‘소떡소떡’이 사육장 안에 떨어져 있어서 속상해 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는 그들이 소떡소떡 같은 걸 먹지 않아도 돼서 편안한 마음으로 소덕이라고 부릅니다. 앞으로도 소덕이라고 하면 찰떡 같이 알아들어주세요.

소덕이도 드디어 곰숲으로 진출했습니다! 3월 28일 이사를 온 후에 두 달 동안은 의도적인 훈련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고요. 석 달 째부터는 방사장에 나가기 위해 리콜 훈련을 했습니다. 방사장으로 나가는 복도까지만 문을 열어놓고 종이 울리면 다시 사육장으로 들어가는 훈련입니다. 맛있는 먹거리로 유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훈련’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곰들에게는 즐거운 간식시간입니다. 소덕이는 리콜 신호를 어렵지 않게 익히고 흙을 밟았습니다!

아마도 처음으로 밟아봤을 흙과 풀은 무척 낯설었을 겁니다. 그래도 소덕이는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며 곰숲을 천천히 탐색했습니다. 곳곳에 뿌려 놓은 먹이를 찾아 먹으면서 새로운 공간을 ‘좋은 곳’으로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앞발로 물을 찍어보고는 이윽고 수영장에도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물의 깊이를 가늠하고 몸이 물에 점점 잠기는 감각을 느끼며 두렵기도 했겠지만, 물 속에 앉아서는 고요한 물의 압력과 온도를 흐뭇하게 느끼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덕이는 왼쪽 뒷다리에 장애가 있어서 아담한 곰숲도 다 거닐기 힘겨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덕이의 삶에서는 그렇게 넓은 공간이 처음이기도 했을 거고요. 언덕을 오르기도 어렵고, 리콜 신호를 알아들었어도 사육장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다른 곰들보다 훨씬 느렸습니다. 덕이는 덕이만의 속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천천히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대로 좋은 일입니다.

4년 전 소덕이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가 소덕이를 곰숲에 데려다 놓을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소덕이에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15년 동안 했던 나쁜 경험이 앞으로의 15년으로 보상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덕이의 새 삶을 응원하며 지켜봐주세요.




4. 화천곰들의 여름나기




화천곰 여름나기
무더운 여름, 털이 적은 인간도 이렇게 더운데, 검정 털로 뒤덮인 곰들은 얼마나 더울까요? 더워서 헉헉거리는 곰들을 위해 활동가들은 몸을 바쁘게 움직여 봅니다.
1.물놀이
큰 고무대야에 물을 채워 물놀이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곰들은 고무대야에 들어가 첨벙첨벙 몸을 바삐 움직입니다. 이렇게 노는 곰들을 보고 있으면, 물통을 다시 비우고 채워 야하는 노동의 힘듦은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2.얼음 토마토
가장 더울 시간인 점심에는 꽝꽝 얼려 두었던 토마토와 얼음 과일을 줍니다. 곰들은 양발로 잡고 크게 한 입 베어 물거나, 발로 이리저리 굴려 먹으며 각자만의 방법으로 시원한 간식을 즐깁니다.
3.차광막 설치
곰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게 차광막을 설치했습니다. 곰들은 밥을 먹고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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