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움을 기다리는 곰 두마리
이 곳은 사육곰 두 마리를 기르는 작은 농장입니다. 80살이 넘은 농장주는 30년 전부터 곰을 길러왔고, 이제 열 살 남짓한 곰 두 마리만 남아있습니다. 이제 노부부는 곰을 기르는 것이 너무 힘들고, 곰들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얻어먹으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웅담을 사 먹는 사람도 없어서 죽지도 못하는 곰들입니다.
2020년 10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세 단체는 이 농장을 방문해 곰들의 먹이를 가져다주고 해먹도 달아준 적이 있습니다. 가끔씩 들러 먹을 것을 주곤 했지만, 직접 돌보지 않는 이상 곰들의 안녕을 책임질 수는 없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했던 전국의 300마리 사육곰이 그렇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2022년 12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다시 이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2년 전 달아준 해먹 중 하나가 떨어져서 새로 만들어갔습니다. 당분간 먹을 수 있는 개사료와 채소, 과일도 차에 가득 실었습니다. 잔뜩 굶주린 곰 두 마리는 매서운 칼바람만큼이나 날카로워져 있었습니다. 마치 처음 우리 화천곰들을 만났을 때처럼요.
아직 생츄어리를 만들지 못한 것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 곰들에게 남은 시간은 아직도 10년이 넘을 텐데, 언제까지 굶주림과 추위와 더위와 지루함에 신음해야 할까요. 부디, 이 곰들을 구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주세요.
2. 무(無)에서 곰숲으로
무(無)에서 곰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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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장 ‘곰숲’이 완공되고 두 계절을 나는 중입니다. 이십여 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흙바닥에 발 디딘 곰들은 이제는 매일 방사장으로 나가 낙엽을 헤치며 깊숙이 숨어있는 견과류를 꺼내먹고 나무 틈에 끼어 있는 과일을 찾아먹으며 곰다운 시간을 보냅니다.
‘푸실이’는 곰숲에서 한참 동안 주변을 탐색하며 활동가가 숨겨놓은 견과류와 과일과 채소를 찾아먹었습니다. 이따금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냄새를 맡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곰들의 행동의 폭은 조금씩 다채로워지고 있습니다. 바위를 들추고, 나무에 뚫린 구멍에 주둥이를 들이밉니다. 수영장으로 헤엄쳐 들어가 과일을 건져 먹기도 합니다. 하나둘씩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 곰도 있습니다.
아직 한 번에 여러 마리의 곰들이 함께 방사장을 거닐지는 못합니다. 곰들은 한 마리씩 돌아가며 곰숲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네 평 남짓의 철장 안에서 홀로 지내온 시간이 긴 만큼, 천천히 서로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생츄어리 건립 전 어렵게 마련한 임시 방사장이라 12마리의 곰들이 한 번에 누리기엔 좁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덕에 12마리의 곰들은 매일 즐겁습니다. 이 소박한 곰숲을 만드는 데에도 1억 5천만원이라는 큰 돈이 들었습니다. 이번 모금도 아마 실패할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는 곰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주기 어려운 걸까요? 조금씩만 마음을 더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 겨울풍경
곰들은 겨울이 되면 살과 털이 많이 쪄서 동그래집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이 그렇게 진화한 것이지요. 겨울이라 잠은 오지만, 먹이를 주면 열심히 먹습니다. 아침동안 나오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으면 점심쯤 느지막이 나와 밥을 먹어 치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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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곰들이 지내고 있는 강원도 화천은 추운 지역이라 눈이 자주 옵니다. 밤사이 눈이 소복히 쌓이면 다음 날 아침 활동가들은 더 바빠집니다. 오전근무 시작 전에 오가는 길목에 쌓인 눈을 치워야합니다. 추운 날씨로 계곡물이 얼어버리면 멀리 있는 수돗가에서 물을 길어 곰들에게 줘야합니다. 추운 날씨도 늘어난 일도 힘들지만, 눈쌓인 방사장에서 곰들이 거니는 모습을 보면서 피로를 잠시 잊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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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겨울은 어떠신가요? 저희는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마음으로 즐거워하는 곰들의 모습을 보고 힘을 내며 봄을 기다립니다. 아직 한국에 남아있는 300여마리의 사육곰에게도 따뜻한 봄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영상보기->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animalkara&logNo=222988981293&navType=by
4. <애니멀스 아시아> 곰 돌봄 매니저 에이미의 화천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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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중국에서 곰 생츄어리를 운영하는 <애니멀스 아시아@animalsasia>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교류하며 도와주는 단체입니다. 최근 베트남의 생츄어리가 200마리 곰으로 가득 차면서 또 하나의 대규모 생츄어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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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펄펄 내리는 설날, 애니멀스 아시아의 에이미가 화천을 방문해서 우리 곰과 시설을 둘러보고 하루 돌봄을 함께했습니다. 특히 합사와 리콜을 위한 훈련 과정에 아낌없이 조언하고, 열악한 시설을 극복할 아이디어를 줬습니다. 마침 농장주께서 끓여 주신 떡국이 보답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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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우리가 갈 차례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2월에 베트남의 생츄어리 세 군데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세 단체는 이제 베트남의 웅담채취산업을 끝내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곰을 구조하는 일부터 옮기고 돌보는 일까지 대단한 정성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우리도 본격적인 국제 연대에 발을 들일 참입니다.
영상보기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animalkara&logNo=222995347631&navType=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