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의 마지막 사육곰, 주영이
강원도 화천에는 이제 단 하나의 사육곰 농장이 남았습니다. 그 농장에는 화천의 마지막 사육곰, 주영이가 홀로 살고 있습니다. 곰이 살고 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적막한 농장에 2013년생 덩치 큰 반달가슴곰 주영이는 어미와 친구들을 모두 떠나보내는 경험을 해서인지 사람을 무척 두려워하는 곰입니다.
2019년 저희가 전국의 사육곰에게 해먹을 달아주러 다닐 때, 주영이에게도 해먹을 달아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주영이는 낯선 사람이 두려워서 굴 속에 숨어버렸습니다. 해먹을 다 달고도 해먹에 오르는 주영이를 볼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해먹 위에 과일을 놓고 자리를 피한 후에야 주영이는 해먹에 오르고 물어뜯으며 새로운 장난감을 즐겼습니다.
그 후 저희는 화천의 다른 농장에서 곰을 돌보게 되었고, 근처에 있는 주영이는 마음의 짐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돌봄활동가들이 가끔 먹을 것을 들고 주영이를 찾았지만 주영이는 늘 화를 내곤 했습니다. ‘주영이와 친해질 수는 없을까? 주영이와 아는 사이가 되면 결국 우리도 상처받지 않을까?’ 주영이를 만나면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후원자께서 사육곰을 더 구조할 수 없냐는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구조비용으로 5천만원을 후원할 테니 겨울이 오기 전에 데려오면 좋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지난 7월 유식이가 떠나고 빈 칸도 있던 터라 저희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던 주영이 사육주께 주영이를 데려오겠노라고 의사를 전했습니다. 마지막 곰을 죽이는 것이 싫어서 주영이를 기르고 있던 사육주도 몹시 기뻐하셨습니다. 부친이 사육곰 농장을 운영하는 바람에 곰을 기르고 있었지만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입니다.
저희는 주영이 구조 날짜를 정하고 주영이를 자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시간이 나는대로 맛있는 과일과 꿀을 들고 주영이 앞에 존재를 인식시켰고, 주영이는 상상하지 못한 속도로 활동가들과 친해졌습니다. 여전히 으르렁거리고 긴장하지만, 이제 불처럼 화를 내지도 않고 먹을 것을 건네는 손길을 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희망이 주영이에게도 전해졌을까요?
후원자께 구조할 곰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당신의 이름과 똑같이 ‘주영이’라고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구조 전부터 이름을 붙인 곰은 주영이가 처음입니다. 주영이도 말을 걸며 살갑게 다가가는 사람이 처음일 것입니다. 10월 8일, 주영이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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