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가 탈출한 곳은 무허가 동물원입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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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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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돌연 나타나 도로를 질주하던 타조로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인근 생태체험장에서 탈출한 타조 ‘타돌이’는 1시간여 만에 포획되어 다시 생태체험장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지금껏 대부분의 전시동물들은 전시시설에서 탈출을 하고나서야 그 존재가 부각됐습니다. 이어서 그들이 왜 탈출했는가에 주목하며 여실히 드러났던 것은 공통적으로 매우 열악했던 그들의 사육 환경이었습니다.



​카라의 활동가가 직접 가본 타돌이가 탈출한 이번 생태체험장 역시 동물들에게 제공된 전반적인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생태체험장에는 타조인 타돌이뿐만 아니라 칠면조와 같은 농장동물부터 라쿤, 앵무새 등 여러 종의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동물에게서 열악한 환경과 관리에서 기인한 정형행동, 자해 흔적 등이 관찰되었습니다. 다람쥐, 토끼, 라쿤 등의 포유류는 매우 비좁은 케이지 또는 뜬장에서 전시되고 있어 움직임이 제한되며 스트레스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동물들의 물그릇은 대부분 비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남시와 경기도에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생태체험장은 현재까지 ‘동물원’으로 등록(현행 허가)된 바 없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야생동물’과 축산법상 ‘가축’을 10종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경우에는 동물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번 생태체험장이 보유 및 전시하고 있는 동물 종은 10종을 초과했고, 개체 수 역시 50개체를 넘긴 상태였기에 허가 대상에 해당합니다.

‘동물원’으로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전시동물의 복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허가를 받음으로써 당국의 관리·감독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기본적인 전시동물복지를 위해 보유동물의 질병관리, 안전관리, 휴·폐원 시의 관리 계획 등 동물과 관람객의 안위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적용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생태체험장으로 돌아온 타돌이는 줄곧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탈출 당일 타돌이가 성남 시내의 차도에서 차에 치이는 모습이 시민에 의해 관찰되었단 제보가 잇따라 타돌이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물원으로 허가받지 않아 관리·감독망에서 벗어나 있는 이곳에서 타돌이에게 적절한 검진과 치료가 이뤄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카라는 관할 지자체와 소통해 현장 방문을 통한 점검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해당 생태체험장은 동물원이 아닌 도심의 라쿤 카페, 미어캣 카페와 같은 ‘야생동물 전시시설’로 신고된 상태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된 야생생물법에 따라 동물원과 수족관이 아닌 전시시설에서 살아있는 야생동물의 전시가 금지되었고, 사전 신고 기간에 신고한 전시시설의 경우는 유예기간을 적용받았습니다.

유예 기간에 해당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야생동물 전시시설에서 전시 중인 야생동물에게 먹이주기 체험, 만지기 체험 등 동물복지를 저해하는 체험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생태체험장은 체험장에 있는 모든 동물에게 먹이주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타돌이가 뛰쳐나온 생태체험장은 무허가 동물원이며, 업주의 동물의 습성과 복지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행정당국의 관리 공백이 뒤섞여 여전히 먹이주기 체험 등으로 동물에게 건강 침해와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고통의 현장입니다. 해당 업체는 반드시 허가 요건을 충족하여 동물원으로 허가를 받거나, 축소 및 폐업이 예정돼 있다면 행정당국은 그 과정에서 전시동물들의 향방과 복지를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는 비좁은 공간에 갇혀 생을 이어가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감금하고 유흥거리로 전시하는 과거의 개념에서 벗어나, 야생에서 살 수 없는 야생동물의 보호소 역할 등으로 동물원의 기능 전환이 필요합니다. 특히 민간시설에서 동물의 습성을 충족할만한 환경 제공이 어려운 만큼 더욱 정부의 동물원 점검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시민 여러분도 열악한 환경의 전시시설과 야생동물 방치 문제 개선을 위해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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