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먹보’ ‘통일이’ ‘하야소’ ? 필요에 따라 이름 바뀐 ‘광화문 소’
‘가짜 주인’이 펼친 ‘가짜 퍼포먼스’ !
반려동물이 촛불광장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 고양이는 사람과 종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동물, 사람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많은 시민이 카라 캠페인 “반려동물은 마음만 받아오세요”에 공감하셔서 반려동물 동반 참석은 부쩍 줄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1월26일 광화문 촛불광장에 '박근혜씨 하야하소' 문구를 단 진짜 소가 등장했습니다. 비슷한 시간 탑골공원에서도 유사한 소를 보았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 <카라>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날 등장한 소는 총 2마리이고, 2마리의 주인은 동일인이었습니다. 농민이 자신의 소를 끌고나온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은 화보나 영화에 등장하는 개, 고양이처럼 모 단체가 주인에게 돈을 주고 대여하여 집회에 끌고나왔던 것입니다. 몇 년 전 소의 이름은 ‘먹보’였습니다. 26일 마치 소의 주인인 양 인터뷰에 응하던 사람(알고보니 소를 대여했던 단체의 일꾼)은 ‘통일이’라고 했습니다. 정작 소 주인은 ‘하야소’랍니다. 소도 알아듣는 진짜 이름이 있기는 할까요? 돈 받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처지에 이름이 가당키나 한가요?
▲ '먹보' '통일이' '하야소' ? 진짜 이름은?
▲‘모형 소녀상’과 대비되는 ‘살아있는 소’. 진짜 퍼포먼스와 가짜 퍼포먼스
박근혜정권 퇴진과 소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하야하소’는 부패정권을 풍자하기보단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를 대여해 광장에 나온 그들의 목적은 남보다 ‘튀는 것’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풍선으로 된 초대형 소녀상 대신 진짜 소녀를 동원하여 이 추위에 광목 한복을 입혀 행진을 했다면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퍼포먼스로 상징을 보여주는 것과 실재를 동원하는 것은 다릅니다. 실재는 다큐입니다.
소는 예민한 동물로 익숙한 자연환경이 아닌 도시에서는 긴장과 불안으로 똥과 오줌을 심하게 싸거나, 토하거나, 침을 질질 흘리는 불안증세를 보입니다. 실제 교보문고 근처에서는 토하거나 비틀거렸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돌발행동으로 사람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소를 끌고와 생명고통을 유발한 광화문 소의 등장은 ‘가짜 주인이 펼친 가짜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리가 흘러넘치는 촛불광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에 드리는 제안
- 살아 있는 동물의 집회참여를 자제하도록 권유를 부탁드립니다. 26일 집회 진행자는 수차례 “수원에서 소 두 마리를 데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는데, 경찰이 막고 있다. 여러분 환영해주실 거죠? 길을 터 주실거죠?”라며 광화문 소의 등장을 부추겼습니다.
- 닭근혜, 닭 때려잡는 날 등 동물욕을 풍자의 장치로 사용하는 것은 ‘약자에 대한 혐오’입니다. 동물비하 없는 집회를 권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언론에 드리는 제안
언론이 어느 때보다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요즘, ‘소까지 등장하는 진풍경’, ‘이색참여’로 일관한 ‘광화문 소’에 대한 보도는 안타깝습니다.
동물이슈를 재미나 자극적 요소로 보기 전에 동물은 지구 생태계의 동반자이고,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한 번 더 살펴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촛불시민들께 드리는 제안
- 소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동물빠’가 아니라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성숙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 ‘생명 고통 없는 민주주의’를 위해 동물동반 참여를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