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는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입니다. 이 개에게 지어준 ‘소라’라는 예쁜 이름 뒤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들은 대부분 사람을 두려워하고 기피하지만, 특히 소라는 사람에 대한 회피 반응이 심각했습니다. 이날 구조된 30여 마리의 개들은 도살자가 소유권을 포기하기까지 시에서 정해준 장소에 긴급 격리되어 임시 보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시민봉사자님들과 함께 3개월 넘게 매일매일 도살장 개들을 돌보러 갔습니다.
다른 개들은 활동가들과 낯을 익혀가며 반기고 같이 장난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소라는 임시 보호를 받는 석 달 내내 겁에 질려 제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스스로 껍데기 안에 숨어든 소라를 떠올리게 하였고, 겁 많고 주눅 든 이 개에게 ‘소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도살자가 소유권을 포기하고 온전한 자유의 몸이 되어, 카라 더봄 센터에 입소 후 건강검진을 받게 된 소라. 부서진 건 마음만이 아니었습니다. 검진 결과 소라는 슬개골 탈구 4기인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되어 경골이 틀어져 있었고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아직 두 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슬개골 탈구 4기인 상태로 도살장에서 구조된 소라. 혹시 이런 이유로 사람에게 버려졌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우리는 소라의 부서진 마음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 위해 애썼습니다. 다만 소라에게 '사람'은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 악한 존재, 아픈 존재였습니다. 소라가 우리를 마주하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를 알기에 오랜 시간 그를 기다리며 진심을 보여줬습니다.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의 기다림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앉은뱅이가 된 개, 소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소라는 경골 성형수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도 끊임없이 인내와 위로의 시간이 쌓였습니다. 그리고 구조 후 1년, 소라는 자신만의 동굴에서 나왔습니다. 견사 한구석에서 늘 같은 표정으로 주눅 들어 있던 소라가 언젠가부터 활동가가 내미는 간식을 받아먹기 시작했고, 활동가를 따라 견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소라가 활동가를 따라 천천히 걷던 날, 소라를 돌보던 활동가들은 울어버렸습니다. 여전히 겁이 많고 소심하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마음의 빗장을 연 소라가 너무나 대견할 뿐입니다. 장기적인 꾸준한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하는 소라는 느리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소라는 1년의 여정 속에서 폭력과 굴종을 잊고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용감한 어린 개, 소라의 여정에 많은 응원과 힘을 보내주세요. 그가 좋은 가족을 만나 사랑과 다정 속에 오래오래 자유롭기를,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빕니다.
⬝ 소라 > 2살 1개월, 암컷(중성화 ○), 16.9kg / 용기를 내는 중
⬝ 입양 > https://www.ekara.org/kams/adopt
개식용, 개도살은 사람을 가장 좋아하고 따르는 동물인 개를 사람을 가장 두려워하는 동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개농장과 도살장을 거치며 반복·학습되는 사람에 대한 공포는 또 다른 제2, 제3의 소라를 만들어 냅니다. 개식용 종식이 너무나 절실한 이유입니다. 카라는 조속한 개 식용 종식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