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로 향했습니다. 한정애 국회의원과 동물권행동 카라가 공동주최하고 둔촌냥이가 주관하는 <도시 재건축‧재개발과 길고양이> 국회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함입니다.
이번 국회토론회는 현재 재건축 단계를 밟아가는 중인 둔촌동, 아현동, 개포동 등 몇몇 지역들의 또다른 ‘주민’이라 할 수 있는 길고양이들이 처한 상황을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전국의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 자리잡은 길고양이의 안전 보장과 이주 대책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길고양이에게 재건축‧재개발이란?
재건축 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 재개발 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거나 상업지역, 공업지역 등에서 도시기능의 회복 및 상권활성화 등을 위하여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즉, 재개발은 건물 및 도로‧상하수도‧공원 등을 포괄적으로 정비하는 것, 재건축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건축 사업과 재개발 사업은 대상 지역의 시설 낙후 정도와 사업 목적 등에 차이가 있지만, 아주 중요한 공통점도 있습니다. 바로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을 길고양이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케어테이커(고양이를 돌봐주시는 분)가 이주하면서 먹이 공급은 중단됩니다. 몇몇은 봇짐 하나 없이 로드킬과 같은 위험에 맞서 목숨을 건 이사를 감행할 겁니다. 몇몇은 깨진 유리와 건축자재가 위험하게 널려있는 곳에서 본격적인 철거 작업이 시작될 때까지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어쩌면 가장 안전한 은신처라 여겼던 지하실 같은 곳에 그대로 매몰될 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그들에게 “이제는 진짜로 이사를 가야해”라고 말해주지 못하니까요.
길고양이 입장에서 재건축‧재개발은 집과 집터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재난(이를테면 대규모 지진 같은)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자원활동가들과 카라의 노력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재개발, 재건축 구역은 서울 시내에만 500여 개, 약 34만 호(2018.09.2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발표)에 이른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길고양이가 목숨을 건 이주를 감행하게 될까요? 걱정이 앞섭니다. 다행히 카라와 같은 마음을 가진 자원활동가 분들이 카라에 도움을 요청해 오셨고, 그때마다 카라는 역량 내 최대한의 지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5년 서울 잠원동 재개발 아파트에 사는 라임이네와 한신이네 길고양이 가족에 대한 포획과 중성화 수술, 치료, 입양 홍보 지원(관련 게시글: www.ekara.org/activity/cat/read/6741)으로 시작된 카라의 노력은 2016년 개포동 재개발 단지의 길고양이를 위한 활동(www.ekara.org/activity/cat/read/7224), 2017년 마포구 아현동 재개발지역의 중성화 수술 대상 개체 포획과 자원활동가 모집 지원(www.ekara.org/activity/cat/read/9308), 그리고 2018년 현재 둔촌 재개발지역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토론회 내용 정리
발제
재건축, 재개발과정에서의 동물보호 그 필요성과 한계 –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 전진경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이사가는 둔촌 고양이’ - 둔촌냥이 이인규
아현동 재건축지역 동네고양이 보호 사례 – 자원활동가 김경희
재건축‧재개발지역 길고양이 지원의 과제와 방안 – 연구자 이종찬
토론 - 좌장: 서울대 수의과 교수 천명선
과천시 캣맘 이현주
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 조윤주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 문운경
서울시 동물정책팀장 김문선
강동구 동물복지팀장 최재민 동물복지팀장
한겨레 기자 신소윤
토론회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한정애 의원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하시는 캣맘, 캣대디의 활동이 사실은 많은 분들의 가슴에 바로바로 와닿는 활동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축적되고 묵혀지는 과정에서 결국은 사회가 한발짝 내딛는 것입니다.”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또한, 앞으로 재건축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와 입법도 약속하셨습니다.
각 발제의 내용과 토론의 내용
재건축, 재개발과정에서의 동물보호 그 필요성과 한계 –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 전진경
대한민국에서 길고양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먹이 영역과 감염성 질환, 혐오민원과 학대, 고양이에 대한 미신과 편견, 은신처 부족(몸을 숨겨 죽음을 맞이할 공간도 없을 정도)과 끊임없이 싸우는 전쟁과 같음.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은 길고양이에게는 자연재해 수준의 재난이며 재건축 지역 길고양이 보호와 복지를 위해서는 스테이크홀더(당사자)의 역할이 수행되어야 함. - 관할 광역자치단체 (시·도): TNR 및 동물보호원칙 재확인, 관할 자치단체 협력 중재 - 기초자치단체: 길고양이 구조 및 TNR 지원, 건설사 및 조합과 협의 - 재건축 조합: 재건축 일정, TNR 포획과 영역이동 활동 인정 및 지원, “조합원들이 만들어 놓은 문제”임을 인식시킴. - 자원봉사자: 길고양이 TNR 실행, 이주 및 구조 활동, 이주 후 보살핌 - 건설사: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는 재건축의 원칙 수립 및 이행, 영역이동에 대한 이해와 협조 - 동물보호단체: 이주 방법 안내 및 활동 과정에서의 자문, 가능한 자원의 지원과 구조 활동 지원, 동물학대 예방활동 그러나 법적 제도적으로 동물유기 행위에 대한 적극적 제어가 없고, TNR 이외 재건축지역 길고양이 보호 지원 근거가 없음. TNR도 홍보와 지원 부족으로 선대응적 TNR 지원 못함. 재난에 처한 동물을 외면할 수 없어 활동하게 된 봉사자들은 사회적으로 활동의 가치를 이해 받지 못하는 부당한 처지임. 길고양이는 습성상 급격한 변화 수용 적응이 어려움. 이주를 하게되면 지역 문제가 타 지역 길고양이, 동물들에까지 확대됨. 이처럼 다양한 한계점 존재. |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이사가는 둔촌 고양이’ - 둔촌냥이 이인규
지자체, 동물단체, 재건축 조합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재건축 지역 내 길고양이 이주 계획을 세움. 고양이 이주 방법은 첫째 입양, 둘째는 근거리 이주, 셋째는 원거리 이주였음. 입양 홍보와 급식소 이동, 계류장 마련을 통해 절반의 성공을 얻음. 반면, 민간의 영역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일을 민간에서 맡아 하다보니 길고양이를 대하는 관점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더욱 적극적인 활동이 어려워짐. 절반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음. 둔촌 재개발 지역의 어려움은 결코 둔촌만의 어려움이 아님. 앞으로 반복해서 일어날 일들. 다만, 이제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지길 바람. |
아현동 재건축지역 동네고양이 보호 사례 – 자원활동가 김경희
2017년 6월부터 아현동의 길고양이에게 밥주는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하고있는 중임. 동물권행동 카라와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마포구청, 재건축 조합, 자원활동가와 캣돌보미 커뮤니티까지 지원이 이뤄져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음. 그러나 몇 차례 밥그릇이 없어지거나 밥을 주지 말라고 하는 주민들도 있었음. 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무엇보다 시공사측의 주의가 필요하며 공공기관에서 조합과 시공사 측에 동물보호에 대한 주의와 협력을 요구하는 역할을 해야 함. 또한 재건축 지역과 그 주변 지역의 TNR 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함. 재건축‧재개발 길고양이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매뉴얼과 사례가 절실. |
재건축‧재개발지역 길고양이 지원의 과제와 방안 – 연구자 이종찬
길고양이를 공존의 대상으로 보면, 길고양이의 서식처가 파괴되는 일 역시 공공이 관심을 가질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 필요. 지금처럼 지역 주민의 자원 활동에만 맡겨야 하는가 고민해야 함. 공공이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면 자원활동가를 지원할 방안이라도 찾아야 함. 또한, 그간의 사례를 모아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해야 함. TNR, 이주, 이주 활동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같은 일들이 이뤄져야 하고 제도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그 방안도 모색해야 함. 조례 제정, 환경영향평가 등. |
과천시 캣맘 이현주
직접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고양이 이주를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 시공사측을 대상으로 한 동물보호법 교육도 필요. 인근 지역으로 고양이가 이주하게 되면서 민원이 발생하게 됨.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개인의 삶과 건강도 돌아보아야 함. 무엇보다 재건축‧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비용이 개인이 희생하여 치러지는 것 아닌 사회적 비용으로 치러져야 함. |
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 조윤주
집중 TNR이 개체수 감소에 효율이 있음을 확인함. 재건축‧재개발 지역은 TNR 관련 지원이 미리 되어야 함. 고양이가 영역동물이라고 생각하여 고양이들의 이주가 어려울 것이라고만 봄. 적절한 보호와 지속적인 먹이 공급이 되는 장소가 마련된다면 이주하는 것도 방법임. |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 문운경
정부에서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이 없는 상황.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으며, 관련 예산과 연구과제도 건의하겠음. |
서울시 동물정책팀장 김문선
재건축‧재개발 시행 초기부터 동물보호에 협조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 부서와 협의 중. 아파트 주민들 대상으로 동물보호 교육을 하여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하고 있음. |
강동구 동물복지팀장 최재민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사업 시행 이후 민원 줄어들고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레 개선됨. 둔촌주공아파트의 200마리 길고양이들은 강동구의 현재 여건이라면 관내 수용이 가능하리라 봄. 주변의 이주 여건 조성이 중요. |
한겨레 기자 신소윤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보임. 지방의 경우 더욱 열악한 상황. 재건축과 재개발은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며 전국적으로 고민해야 함. 이런 문제는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은 아님. 사회 전체가 대비해야 함. |
실제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토론이 길어져 모든 질문을 다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회토론회에서 공통적으로 모인 의견이 있습니다.
1. 서식처를 잃게 되는 길고양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시작될 때 미리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3. 이 때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4.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길고양이 TNR, 이주 문제 관련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5. 현재 다양한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자료로 모아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국회토론회로 재건축‧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평소 길고양이를 돌보시는 분들도 어쩌면 몰랐을 일입니다. 동시에, 앞으로의 도시 개발을 예상해 본다면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일입니다. 부디 인간에 의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서식처를 잃어야 하는, 길 위의 생명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도시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함을 알아주세요. 카라도 카라의 몫을 충분히 해내기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 상단 첨부파일을 클릭하시면 자료집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장남숙 2019-03-31 09:34
하루빨리 길고양이들 삶을 지켜주세요 강력촉구합니다
최해경 2018-10-12 12:42
부동산열기에 너도나도 재건축 재개발..꼭 필요한 경우만 허가가 났으면..제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박은미 2018-10-07 15:02
숨숨페스티벌을 통해 개포동아이들을 알게되어 주말에 겨우 밥만 주는 것밖에 못했는데 그래도 아이들과 조금은 정이 들고 걱정되어 다녀왔는데 역시 새로은 해결방안이 나온것은 아니라서 여전히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항상 아이들을 위해 노력 많이 하시는 모든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