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채 웅크려 있던 아기고양이 '노루'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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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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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동네에는 길고양이를 자주 볼 수 없는 동네인데 이상하게 6층인 저희 집에서 구조하기 일주일가량 전부터 고양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던 중 밤 11시경 제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어디선가 ‘냐냐‘하는 고양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고양이인가 싶어서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5m 정도 떨어진 정문 화단에 작은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저 앉아 있는 것인가 싶어서 되돌아오려다가 그 울음소리가 생각이 나서 휴대폰 후레쉬를 비춰 보고 저는 처참한 아기의 모습을 보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눈, 코, 입에 온통 콧물 눈물범벅에다가 눈은 하얗게 되어 있고 계속 재채기인지 기침을 하면서 사람이 앞에서 후레쉬를 비추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저희집 고양이들 주는 먹을 것과 수건을 가지고 와서 우선 츄르를 뜯어서 입 앞에 가져다주니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입으로 낚아채서 자기 자리로 가지고 가려고 했습니다. 츄르를 바닥에 짜주고 습식 캔을 따주니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이 아이는 놔두면 죽겠구나 싶어서 24시간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상태와 상황을 설명하니, 아침에 데리고 와서 진료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아기고양이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해 이동장과 그릇과 물, 따뜻한 물을 병에 담아 보온 백에 넣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같은 자리에 계속 있던 아기고양이에게 손을 뻗으니 휘청거리면서 뒤로 도망가버렸습니다. 그 앞에 수건을 깔아주고 따뜻한 물을 넣은 보온 팩과 사료와 물을 담아 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다시 가보니 아기고양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주고 간 먹이를 먹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다시 잡으려고 시도하였고, 아기고양이는 휘청거리면서 위쪽으로 도망을 가버렸고 그대로 담벼락에서 아래로 뛰어 내렸습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아래로 뛰어 내려가 보니 이미 아픈 아기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고 없었습니다.

제가 이 사연을 가입해 있는 고양이 카페에 문의를 하니 고양이는 그렇게 잡으려면 도망가니 포획틀로 구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들을 주셨습니다. 혹시 돌아올까 싶어서 그 앉았던 자리에 먹을 것을 두고 제가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계속 내려가서 아이를 찾아다녔습니다.


경비아저씨께 아픈 아기고양이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동물병원에 데려 가려는데 도망가서 찾을 수가 없다고 혹시 보시면 저희집에 연락을 부탁드렸고, ‘여기서 죽으려나 봐’ 하며 연락을 주셨습니다. 놀라서 쫓아 가보니 재활용 버리는 낮은 담장에 아기가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또 급한 마음에 다가가서 잡으려니 아기가 어디서 힘이 났는지 다시 막 비틀거리며 도망가더니 아파트 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없는 힘을 쥐어짜서 도망을 가는 것을 보니 안타까워 눈물만 났습니다. 

여기저기 카페에 포획틀을 대여할 곳을 찾다가 지역의 캣맘협회라는 곳이 있어서 인터넷에 검색하여 무작정 연락을 했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퇴근하자마자 차를 몰고 가서 포획틀을 빌렸습니다. 포획틀을 설치하고 구조를 시도했지만 아기고양이를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처음 발견했던 장소에서 아기고양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 앞에 포획틀을 다시 놓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가까이서 본 아기고양이는 그사이에 더 생태가 악화되어 보였습니다. 콧물이 너무 나서 냄새를 못 맡는 것도 같았고, 비틀거리며 도망을 가려다가 옷 버리는 재활용 통 뒤로 내려가서 다시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빨리 구하지 않으면 아기 목숨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구조를 잘하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구조를 시도하였습니다. 구조해주시는 분이 오셔서 아기가 있는 곳을 알려드리니 너무 기운이 없어 보인다며 큰 담요를 들고 조심조심 덮어서 잡는 데 성공 했습니다. 가까이서 아기를 보니 정말 더 처참했습니다. 동물병원으로 바로 이동하여 입원시켰습니다. 원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허피스로 인한 증상으로 보이고 눈도 이미 각막이 많이 녹은 듯이 보이나 최선을 다해 치료해보시겠다고 말씀하시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입원한 아기를 보니 웅크리고 고개를 바닥에 박고 또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너는 살았다 아가야 고맙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삼 일 만에 발을 뻗고 잤습니다. 다음날 퇴근하고 동물병원에 가보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걱정했습니다. 다시 면회를 하러 가서 아가 먹어야지 아가 하면서 소스 병에 담아간 음식을 넥카라 위로 조금 흘려주니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그릇에 준 것도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맘이 놓이고 너무 기특했습니다.

그다음 날부터는 아주 먹을 것을 달라고 하고 살짝 만져 보니 깜짝 놀라더니 아가 괜찮아 엄마야 하면서 살살 만져주니 한숨을 푹 쉬면서 골골송을 불러 줬습니다. 여전히 코가 많이 나와서 걱정이었는데 그다음 날 갔을 때는 코가 많이 좋아지고 먹을 것도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식욕이 살아났습니다.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하고 재생이 안 되는 각막의 일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였습니다. 길에서 저렇게 아플 때까지 얼마나 무섭고 춥고 배고팠을지,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많이 치이고 힘들었겠지, 제 귀에 아프다는 냐냐 하는 소리가 들려서 기적처럼 살아난 아기고양이.. 이름도 노루라고 지어주었습니다. 


노루는 퇴원하여 저희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눈을 적출할 뻔했지만 다행히 잘 이겨내고 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수술도 마치고 집에서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노루는 격리 기간을 끝내고 오월이, 새벽이 고양이 누나들이랑 잘 지내는데 다가가면 도망 다녀서 사진을 찍기 힘듭니다. ^^;; 노루의 치료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노루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아픈몸으로 길 위를 떠돌며 잘 먹지 못한 노루를 포기하지 않고 구조해주신 덕분에 노루가 치료를 잘 견디고 다행히 두 눈도적 출하지 않고 건강을 회복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험난하고 고된 길생활이 아닌 고양이 누나들과 행복한 묘생을 보내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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