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급식소에서 매일 찾아온 구내염을 앓고 있던 길고양이 '왼코'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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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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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코가 회사에 나타난 건 2016년 겨울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회사 주변의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었고 밖에 고양이 급식소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왼코 같은 길고양이가 사무실에 찾아오는 건 의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길냥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들과는 달리 왼코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람에게 몸을 비비며 그릉그릉 소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키우거나 돌보던 아이라고 생각했고 외출냥이 아니면 유기된 고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일 찾아오는 왼코를 챙겨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봐왔던 왼코가 2년전부터 목에 뭐가 걸린 듯 쉰소리를 내며 기침을 하다 먹은 걸 자주 토하기 시작했고, 캔을 줘도 입 밖으로 흘리는 게 반일 정도로 잘 넘기지 못해 동물병원에서 구내염 약을 처방 받아 지속적으로 복용을 했습니다. 약을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컨디션이 확연히 다를 정도라서 거의 6개월간 약을 먹였지만 구내염 자체가 호전이 되진 않았고, 3~4일씩 밥을 거부하는 횟수가 늘어 결국 포획 후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왼코는 많은 길고양이가 그렇듯 치아 전반 심한 치석과 심한 치주염을 가지고 있었고, 중증 치주질환으로 치아를 살릴 수는 없다는 판단에 결국 스케일링과 앞니와 송곳니를 제외한 모든 치아 어금니 12개를 발치하였습니다. 발치 후 한달에 1키로씩 살도 오르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5키로의 가냘픈 왼코는 7키로의 뚱냥이가 되었습니다..ㅋㅋ



치아 발치 후 사실 원래 자리로 방사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팠던 이가 나아서인지 행복해하며 사람 손만 닿으면 그릉거리고 더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지금도 문 앞에서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들어가면 배를 쪼물거리라고 발라당 눕고 궁디팡팡해달라며 엉덩이를 들고 갖은 애교를 부립니다. 길에 친하게 지내는 고양이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 곁에서 평생을 살게 하는게 나을 것 같아 같이 돌보던 친구와 상의 끝에 입양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지금은 친구 집에서 임시보호를 하며 입양처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왼코는 집에서도 다른 고양이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캣타워 맨 꼭대기나 장롱 위, 책상 위 등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 손만 닿으면 배를 보여주고 골골송을 불러줍니다.  외동으로 가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왼코가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가족을 꼭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치료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언젠가는 왼코에게 평생 가족이 생길거라 믿고, 그 전까지 안전한 곳에서 건강하게 지내다가 가족을 만나게 되는 기쁜 순간을 함께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험난하고 위험한 길생활에 고통스러운 구내염까지 힘들었던 왼코를 구조해 꾸준히 돌봐주신 구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길 위에서도 사람의 손길에 익숙했던 왼코,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왼코가 온전히 사랑받는 가족을 어서 빨리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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