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증으로 벌집처럼 살이 파인 채 화단에 쓰러져있던 '유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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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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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21



공원에 급식소가 있습니다. 그곳에 목덜미가 물려 상처 난 고양이를 구조하러 갔다가 그 아이는 보이질 않아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차 안에 앉았는데 멀리서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좀 이제껏 못 봤던 동물이 주차해 있는 제 차를 지나서 차에서 내려 간식을 들고 쫓아가 봤습니다.

사진에서처럼 아이가 도로 화단 잔디에 가만 앉아 있길래 간식을 주러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질 않았고 가볍게 손등 인사를 콧등에 했더니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어서 뭔가 많이 안 좋아 보이고 터앙이라 유기묘구나 그리고 너무 말랐고 해서 바로 구조해야겠다 싶어 목덜미 뒤를 있는 힘껏 잡고 제 차량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바로 동네 캣맘분에게 이동장을 가지고 와 달라고 하여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하필 파주에 24시 병원들이 휴무거나 10시에 문을 닫거나 자리에 수의사 선생님들이 안 계셔서 일산에 있는 24시 병원으로 갔고, 대기가 너무 많아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응급진료를 받았습니다. 한데 구조 당시 꼬리 때문에 덮여서 그리고 어두워서 못 봤던 아이의 엉덩이 부근에서 엄청난 구더기가 나온다는 진단을 받고 동네 캣맘과 새벽까지 이 아이를 살려야 할지를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괜한 고통만 줄까 봐…. 긴 고민 끝에 살리자 해보는 데까지 하자 하여 결국 입원을 결정하고 구더기를 제거하고 초음파며 기본 여러 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안락사를 조심스레 말씀하셨던 응급 수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대장까지 구더기가 생살을 파고들었으면 그때 안락사를 생각하기로…. 감사하게도 응급 선생님들이 그 많은 구더기를 하나하나 모두 잡아내고 입원을 시켜서 이틀에 걸쳐 쏟아져 나오는 구더기를 모두 제거해주셨습니다.

병원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답니다. 다른 환묘들에게 유충이 옮겨갈까 봐 걱정을 하셨고 대체로 다리나 목덜미 정도의 구더기증이 이렇게 엉덩이 전반에 있던 경우는 처음이시라고 해서 격리 입원실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구더기가 생살을 파먹고 벌집처럼 구멍을 낸 고환과 엉덩이 상처가 너무 심해서 피부 손상 케어도 필요했고 또 너무 말라 있어서 입원을 하다가 슈가테라피를 할 때쯤 제가 할 줄을 알고 있어서 집에서 슈가테라피를 하고 나서 지금은 중성화까지 하고 집과 병원을 오가며 입원 당시 안 좋았던 위와 췌장 그리고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구더기 유충 모니터링을 위해 병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저희집에 집고양이들이 많다 보니 유비는 입양을 보낼까도 생각했었는데 한 달여 길생활을 한 유비가 그때 신장에 무리가 온 것 같다는 소견도 있어서 다른 아이들보다 신부전이 올 확률이 높다고..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나서는 신부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예방이 절실해 보여 제가 입양하여 케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덕분에 구더기 치료와 중성화까지 모두 잘 마칠 수 있었고 다행히 집 아이들과도 합사도 순조롭게 이루어져서 원래부터 내 집인 양 잘 먹고 편히 지내고 있답니다~ 워낙 말랐던 유비는 이제서야 등골에 오돌오돌 튀어나온 뼈가 살결로 또 자란 털 부드러워졌어요. 말도 많고 밥 먹을 땐 우와! 우와! 이러면서 밥을 먹어서 더 예쁘고 찡하고 엉덩이도 뽀송뽀송해졌어요.~ 구더기로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쏟아지는 잠도 못 잤던 유비…. 그동안의 잠을 자는지 따끈따끈 늘 제 옆구리에서 푹 깊게 잔답니다.


그럴 때마다 참 다행이다, 살았다, 살렸다 하며 감사를 드려요. 가리는 거 없이 한 그릇 뚝딱하는 우리 유비 치료 끝까지 받을 수 있게 큰 도움 주신 카라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도로 위 화단에 쓰러져 있던 유비를 지나치지 않고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엉덩이 쪽에 났던 상처는 이제 흉터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회복되었는데요, 상처가 회복된 것처럼 버려지고 아프고 힘겨웠던 기억도 잊혀졌으면 좋겠습니다. 유비의 예쁘고 편안한 모습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신 구조자님과 의료진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한결 편안해진 유비가 다른 고양이 가족들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길 늘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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