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염 통증으로 먹지 못해 위장이 비어있던 길고양이 '지지'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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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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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동네 인근 길고양이들은 제가 급식소를 여러 군데 만들어 하루하루 버티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지 또한 제가 챙기는 아이 중 하나인데 저를 만난 건 3년 전쯤이었고 티엔알도 무사히 마쳐 동네에 터를 잡고 살면서 하루 한 번씩 만나는 저만 기다리는 그런 아이입니다. 순하고 착해 늘 맛난 거 챙겨줘도 다른 아이들에게 치여 먹지 못해 어느새 가슴 아픈 손가락이 되어 늘 지지가 먹을 때만큼은 지켜보고 있다 오곤 했습니다.

지지의 구내염 증상이 있기까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1년 전쯤이었던 거 같은데 그때 당시는 구내염이 심하질 않아 약만 타줘도 금세 좋아져 약으로 지금껏 근근이 버텨왔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약만으로는 버티지 못한다는 걸 지지의 몰골이 말해주었습니다.

하루하루 밥 먹는 양이 줄더니 최근엔 츄르를 코앞에 갖다줘도 외면하기 일쑤였고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가만있어도 늘 지렁이 같은 피침을 기다랗게 달고 있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도 힘들어 지지의 구내염 치료를 위해 구조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아픈 탓에 식욕마저 없어 포획틀에 들어갈까에 대해 의심은 들었지만 안전하게 포획틀로 먼저 시도해보았고 3일 동안 노력했지만 역시나 들어가질 않아 실패하였습니다.

만지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가까이 가는 걸 허락하는 지지를 저는 결국 뜰채로 포획하였습니다. 뜰채로 잡았을 때 보통 아이들은 엄청나게 날뛰어 이동장에 넣을 때까지 혼을 쏙 빼놓는데 지지는 그런 반면 너무 수월하였습니다. 먹질 못하여 힘이 하나도 없었나 봅니다.

이동장에 옮긴 후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자세한 검사와 입안 등을 보게 되었는데 지지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의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툭툭 건드리기만 해도 이빨에서 피가 나오며 입 안쪽으로 염증들이 가득한 상태. 그런 상태로 저를 기다린 지지를 생각하면 무언의 구조신호를 보냈던 거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장에까지 음식이 하나도 없어 검사를 진행하신 원장님마저 안쓰러워하셨습니다. 당장 수술하기엔 무리가 되어 2~3일 수액 맞고 전 발치를 하자고 하셨습니다. 약한 몸으로 큰 수술을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은 되었지만 살 의지가 강한 아이라 생각했기에 지지를 믿었고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입안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수술이 쉽지만은 않으셨다는데 병원에서 지지의 더러웠던 털도 닦아주셨고 오염 부분을 대충 닦아내니 제 눈에만큼은 너무나 깨끗하게 보였고 입원 기간 실내에 며칠 있었다고 금새  뽀얘졌습니다. 지지의 미모가 드러나는 순간이라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퇴원하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동안 못 먹은 한이 생긴 것인지 회복이 덜 되어 아플 법도 한데 염증 낮추는 약을 캔에 섞어 약 냄새가 날 텐데도 한 그릇 뚝딱 너무 편안하게 먹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저에게 활력소가 되는 듯 그 모습을 보면 힘이 납니다. 원장님께서는 지지상태가 워낙 안 좋았기에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하셨지만 전보다는 덜 할 거라 한시름 던 기분입니다.

작은 방 한 칸을 내주었고 워낙 소심한 탓에 늘 캣타워 구석에서 얼음으로 되어있지만, 이 부분도 차차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려 합니다. 앞으로 털 정리도 스스로 하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더 예뻐질지 기대가 되며 지지는 제가 업둥이로 키우려고 합니다. 저를 비롯해 수많은 구조자에게 힘이 되어주시는 카라에게 감사드리며 길 천사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지지 엄마입니다^^

지지의 소심한 성격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예쁘게 찍어서 자랑하고 싶은데 저만 보면 쭈구리로 변해  예쁜 모습을 담을 수가 없어 아쉽네요. 손은 덜 탔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름 부르면 대답도 곧 잘하고 제 가가면 슬금슬금 나오기까지 하여 많이 친근해졌습니다.

눈곱도 떼 주고 세수도 시켜 주고 싶은데 이 부분도 차차 가능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환절기인 탓에 지지는 지금 허피스에 걸려 감기약과 입안 염증약을 아직 먹고 있습니다. 영양 보충을 위해 불린 사료에 각종 영양식을 섞어주고 있는데 잘 먹습니다. 케어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건강하게 잘 보살피겠습니다.

코로나위기에도 늘 동물 보호를 위해 한결같이 애써주시는 카라 덕분에 저와 같은 힘없는 캣맘들은 든든한 힘이 된답니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지지와 저의 감사함이 잘 전달되었길 바라고 건강하세요~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지지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위장이 비어있을만큼 극심한 통증으로 잘 먹지 못했던 지지가 이제 밥도 잘먹게 되었고 이름을 부르면 대답도하며 다가오는 기특한 반려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차차 털도 깨끗해지고 길 위의 험난한 삶이 아닌 반려묘로써 편안하게 살아가는 지지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고단하고 힘들었던 삶은 잊고 가족의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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