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안구가 돌출된 채 공터에서 홀로 울고 있던 아기고양이 '또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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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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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비를 처음 본 건 구조한 날로부터 약 2주 전입니다. 엄마 고양이랑 새끼고양이(또비)가 같이 다니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혼자 쩌렁쩌렁하게 울고 있는 모습을 봤지만, 엄마 고양이가 밥 구하러 잠깐 자리를 비웠구나 싶었습니다.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또비가 저희 집 앞 공사장(공터)에서 온종일 울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울길래 마음이 쓰였고 새벽 2시에 나가보니 아직도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울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또비의 오른쪽 눈이 많이 튀어나온 채로 얼굴에 피가 묻어있었고 밥을 못 먹은 건지 많이 말라 있었습니다. 구조하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다가갔지만,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다음날 오전 11시가 돼서도 또비는 같은 자리에서 비를 피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또비를 지켜보며 또비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다렸고 또비는 조금씩 용기 내 저의 손에 머리를 대더니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또비를 만져주었고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구조하자마자 바로 집 앞에 있는 동물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또비의 오른쪽 눈 각막 안에 염증이 심하게 차 있어서 돌출된 상태이고 부풀어 오른 염증 때문에 안구가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 안구마저 부은 상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비가 너무 아기여서 우선은 며칠 지켜보자고 하셨고 그대로 또비를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병원에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와 안약을 넣어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틀 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또비의 눈이 점점 더 튀어나오고 있어서 아무래도 안구적출 수술을 해야 할 거 같아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하셨고 저희는 바로 또비를 데리고 병원 측에서 안내해 주신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옮긴 병원에서도 역시나 안구적출 수술을 권하셨고 위가 꽉 찬 상태라 하루 금식 후 수술을 하기로 했고 1시간 20분이라는 시간에 걸쳐 수술이 시작되었고 잘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또비의 상태를 더 지켜봐야 좋을 것 같아서 며칠 더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했습니다. 그렇게 잘 끝난 수술인 줄 알았는데 다음 날 붕대를 갈러 병원에 데려갔는데, 수술 부위에 물이 계속 차고 있고 안구를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그 주변에 세균이 증식되어 있을 수가 있고 그렇게 또 감염될 수가 있는데 일주일이상 경과를 보기 위해 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염증이 계속되면 또 수술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다행히 수술은 안 해도 될 만큼 회복했다고 합니다.



또비의 모든 병원 진료가 끝나면 저희 집에서 키울 예정입니다. 모든 공간을 또비에게 맞춰둔 상태입니다. 수술 후 좋아진 모습을 나름 찍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집에 오자마자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애교 부리고 장난치고 아주 난리가 나서 찍은 사진들이 다 흔들렸습니다. 수술하느냐고 눈 주변 털을 깎아둔 상태이고 붕대는 퇴원 날 처음 푼 건데 사진으로 찍으니까 더 도드라져 보이네요! 당분간은 많이 신경 써줘야 할 거 같습니다. 또비의 치료를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언제까지나 동물권행동 카라의 활동을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또 비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 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홀로 거리에서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 또 비를 구조해 주신 덕분에 여느 아기고양이들처럼 똥꼬발랄한 묘생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한쪽 눈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세상이지만 가족의 곁이라면 그 누구보다 행복한 묘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 곁에서 또 비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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