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주변 길고양이들에게 3년째 밥을 챙겨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연이 닿아 길고양이 한 마리를 저희 집 가족으로 들이기도 하며 꾸준히 길고양이를 챙겨주던 중 “검둥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11월경, 어미가 공장에 버리고 간 뒤 며칠을 목이 쉴 때까지 울며 밥을 얻어먹는 검둥이에게 안쓰러운 맘이 들어 주의 깊게 지켜봐 왔습니다. 또 다른 새끼고양이도 있었는데 두 마리가 서로 의지하며 추운 날씨를 견뎌왔지만 1월부터 심해진 한파에 어린 고양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날씨라는 생각이 들어 날이 풀리기 전 까지만 보호를 해주고자 아이를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첫 날, 눈곱과 콧물이 워낙 심해서 허피스인 줄 알고 동물병원에 데려가 범백키트 검사를 하게 됐고 그 당시에는 음성이 떴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밥을 먹지 않고 기력을 잃어가기에 이틀 뒤 다시 내원하여 범백키트를 해본 결과 범백 양성이었습니다. 매년 이 시기쯤 범백으로 수많은 길고양이들을 떠나 보냈고, 2년 전 하미라는 고양이를 범백으로 두 달 넘게 입원을 시켜서 기적적으로 살려보기도 하며 범백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아는 저로서는 치료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안락사를 시켜야 할지 매우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두려웠던 중, 입원 이틀째 수액을 맞으며 제 눈을 똑바로 보며 우는 검둥이를 보면서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고 그 뒤로 머릿속에서 안락사 생각은 지워버리고 병원치료를 쭉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동물권행동 카라에 시민구조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 마음인지 모릅니다.
구조 당시 검둥이와 함께 있던 새끼고양이도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워낙 경계심이 심해 도망을 가는 바람에 검둥이 밖에 구조하지 못했는데 며칠 뒤 인근 주민께서 그 새끼고양이가 죽었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그 아이도 범백에 감염된 상태였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빠르게 병증이 악화가 되어 죽은 듯 했습니다. 그 아이를 구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 아이 몫까지 다하여 검둥이가 회복할 때까지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첫 번째 검사에서는 범백 잠복기로 음성이 떴고, 두 번째 검사에서 범백 양성으로 입원한 뒤 수액처치와 혈장주사를 매일 투여하고 있습니다.
사흘에 한번씩 CBC검사를 하며 염증수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첫날 염증 수치가 정상범주 이하로 0제로였는데, 두 번째 검사에서 정상범주에 진입한 듯 보였으나 다시 사흘 뒤 세 번째 검사에서 염증수치가 점점 높게 나와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발병한 뒤 3일간 전혀 먹지 못해서 치료가 힘들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치료 4일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식욕이 매우 좋아져 밥을 잘 먹고 있습니다.
컨디션이 점점 나아져서 퇴원을 바라고 범백키트 검사를 했으나 여전히 양성이라고 떠서 입원 치료 중입니다. 입원 후 첫 변을 볼 때 무른 변을 봐서 변상태가 빨리 좋아지길 바라며 혈장치료도 계속 병행 했고, 컨디션도 좋아지고 변상태가 동글동글 예쁘다해서 다시 한 번 범백키트 검사한 결과 음성판정을 받아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보호 계획]
검둥이가 병마와 싸우며 잘 이겨내고 있기에 다시 길에 방생하기보다는 가정집에서 살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현재 저희 집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있어서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입양이 될 때까지 이모 댁에서 임시보호를 해 주실 계획입니다. 검둥이가 사람 손을 안탔는데도 성격이 붙임성 좋고 애교가 많아서 입양가서 사랑을 받고 자랐으면 좋겠는 마음입니다. 이모가 임시보호 하시다가 마음을 열고 쭉 키워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수시로 방문해서 잘 케어 해 줄 생각입니다.
[최근 소식]
검둥이는 임시보호 하시던 친척분께서 결국 임종까지 보호하기로 하셨습니다.^^ 직장 동료분에게 입양보낸다고 하셨는데 못내 아쉬웠던지 결국 가족으로 들이기로 하셨어요. 워낙에 애교가 많은 성격에 귀여워서 같이 살지 않고는 못배기는 아이에요~ 이름도 "미키"라고 지어줬습니다. 검은코트에 하얀 배를 보니 미키마우스가 떠올라서 제가 붙여준 이름이에요.
카라에서 치료비를 지원받아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 예방접종도 마지막 3회차가 남아있네요. 범백이란 병을 이겨낸 아이인 만큼 앞으로도 씩씩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해요. 미키가 많은 사랑을 주는 만큼 저희도 많은 사랑으로 보답하며 함께 잘 지내보겠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날에 애타게 어미를 찾는 검둥이를 구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개월의 어린 나이에 범백과 허피스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겨낸 검둥이가 장하고 기특합니다^^ 미키가 평생 함께할 가족의 품에서 지내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보내주신 똘망똘망 미키의 사진이 반갑네요. 구조자분과 입양자분 모두 미키와 함께 평생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