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파열과 신경증상으로 생명이 위독했던 '계절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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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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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2021년 9월 25일 저녁 8시 10분 경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이웃 주민이 골목 아래 도로에 고양이가 쓰러져 있다며 봐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웃을 따라갔고 집 골목아래 도로에서 곧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는 새끼 고양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발견한 이웃은 평소 제가 길냥이들의 사료를 챙겨주었던 때문인지 제게 다급한 마음에 알렸던 것 같습니다.사고 경위는 전혀 알 수 없었고 지나가는 길에 발견했다는 이웃의 얘기가 다였는데 발견 당시 외상은 없었으나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가쁜 숨만 쉬는 상태였습니다.

일단 고양이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늦은 시간이라 급히 야간 진료가 가능한 인근 동물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등을 찍었고 담당 선생님께선 사고 경위를 잘 몰라서 추측으로 교통사고인 것 같다는 제게, 뼈는 문제가 없으나 폐가 한 쪽으로 심하게 쏠렸고 혈액검사 상 근육과 여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심하게 높은데다 중독 증세로도 보이는데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선 산소방에 중환자로 입원을 했고 수액과 약물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고양이를 발견했던 순간은 병원으로 이송하느라 경황이 없었는데 새끼 고양이를 자세히 보니 제가 일 년 정도 밥을 챙겨주면서 미누라고 이름을 지어준 고양이가 최근에 낳은 새끼 중 한 마리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이름을 말해야 해서 ‘계절’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부르고 있습니다.

계절이의 증세가 호전되진 않았지만 숨이 끊어질 듯 할딱이던 모습이 살짝 좋아진 듯 보였습니다. 입원한 지 며칠이 지나서 병원에선 계절이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 다시 혈액검사를 시도했는데 그때 호흡중지가 왔었습니다. 빠른 대처로 다행히 호흡은 돌아왔지만 더 나아지질 않고 하루하루 위독한 중환자로 입원해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절이에게 밤이나 낮이나 계절이를 찾고 있던 엄마 미누의 소리를 영상으로 담아 들려주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엄마 소리를 들으면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던 온몸을 뒤틀고 소리 없는 야옹야옹, 살아나는 눈빛... 저는 그때 계절이의 살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런 후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면서도 계절이를 면회했고 반복해서 엄마가 찾는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계절이는 죽어가던 찰나 기적처럼 살게 된 아이입니다. 그러나 전신마비로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24시간 대소변, 식사, 네블라이저, 호흡과 체온 측정, 굳어가는 다리 재활운동 등 해줘야 할 일이 많습니다. 대소변을 한 번 보게 하더라도 무슨 영문인지 사지를 비틀고 괴로워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볼 수 있어서 계절이의 몸 컨디션이 나아지면 추가 검사도 여러번 필요해 보입니다.

제겐 여덟 고양이 가족이 있고 일하면서 아이들을 케어 하다 보니 늘 시간이 빠듯합니다. 현재로선 중환자인 계절이까지 돌보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계절이의 병원비가 문제이기에 병원비만 해결할 수 있다면 엄마가 찾는 소리를 들어가며 기적처럼 회복한 계절이를 최대한 잘 보살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건강하게 네 발로 일어설 수 있도록 정성 다해 보살펴주고 이후 건강해진 계절이를 한평생 끝까지 책임져주실 수 있는 선하고 좋은 분이 나타난다면 아이를 좋은 환경으로 보내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벌써 계절이와 정이 많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보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벌써부터 눈물이 납니다. 계절이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실 분이 안 계신다면 저는 계절이가 제 여덟 아이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해줄 겁니다.



[최근 소식]

병원에서 누워있는 채로 크고 있는 계절이는 앞발만 조금 더 유연하게 움직이는 상태이고 다른 부분은 차도가 없어 보입니다. 신경 손상 한 달이 지나 큰 차도가 없다면 병원에선 영구적인 손상으로 본다고 하는데, 그동안 살려고 애를 애를 썼던 계절이이기에 대소변 보는 일만 제가 유도할 만큼 좋아진다면 집으로 데려와서 계절이의 재활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제 앞날에 좋은 일이 생긴다면 꼭 길냥이들과 유기견, 유기묘를 돕고 싶습니다. 지금은 제 상황이 어렵지만 받은 도움을 생각해서 후원을 시작했어요.^^ 계절이의 치료비를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창 발랄하게 뛰어놀 시기에 '병원에 누워있는 채로 크고 있다'는 게 참 마음이 아프네요. 아직은 큰 차도가 없지만 워낙 상태가 위중했던 계절이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희망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의 또랑또랑한 눈빛을 보니 계절이의 의지도 강한 것 같아요. 힘들게 길 아이들을 보살피시면서 계절이의 생명을 구해주시고, 재활도 해주시는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구조자님과 계절이, 그리고 돌보시는 길 아이들 모두가 더 이상 힘든 일 없이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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