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순이는 아기 때부터 제가 길에서 돌보던 고양이입니다. 긴 시간 챙기다 보니 저를 잘 알고 따라서, 제가 산에 밥을 챙기러 가는 시간이면 늘 나와 기다리는 녀석입니다. 따뜻했다 추웠다를 반복하는 날씨 탓인지, 석달 전쯤 순이의 왼쪽 눈에 눈곱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순화가 된 아이가 아니라 안약을 넣어주는 것이 어려워서, 급한대로 상비하고 있던 항생제를 먹여 보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습니다.
야생동물들이 빈번하게 출현하는 곳(산)이다 보니 눈을 잘 뜨지 못하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서, 안약 처치라도 받게 할 생각으로 인근 병원으로 통원 치료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눈을 세정하고 안약에 주사까지 맞았는데도 차도를 보이긴커녕 순이 눈에선 눈물이 점점 심하게 흘러나왔고, 며칠이 지나자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습니다. 치료 후 추운 날 방사하게 되면 아이가 외부 온도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질까 봐 구조를 망설였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순이 눈을 보며(눈 주변으로 흘러나온 눈물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 결국 구조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순이는 제 생각보다도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단순 결막염이 아니라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 결막염이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다 보니 면역력이 약해져서, 약을 먹을 때 입의 통증(평소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케어가 가능한 수준이었던 구내염도)을 호소하는 정도도 심해진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기본 검진을 마치고, 입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순이의 회복 속도였습니다. 당초 병원에서 이야기했던 보름 정도의 치료 기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호전되는 속도가 느렸고, 약해진 면역 탓인지 조금 호전되나 싶다가도 또다시 안 좋아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구내염 때문에 약을 먹이면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도 했고, 순이도 점점 치료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감기 기운은 어느 정도 떨어진 상태였지만, 눈은 호전의 기미가 없었습니다. 결막염 치료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주사 치료를 받았고, 식이 알러지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 처방식으로 대체하며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오랜 치료 끝에 현재 호흡기와 결막염은 좋아졌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순이는 지난 1월 23일을 끝으로 안약과 주사 치료를 마쳤습니다. 퇴원을 앞둔 시점에 귀 주변에 곰팡이성 피부염이 생겨, 피부 치료까지 모두 마친 뒤 저희 집으로 데려가 보호하려고 합니다. 긴 시간 좁은 입원장에 있었던 아이다 보니 병원 측이 배려해 주셨고, 피부염은 병원에서 격리하여 치료할 예정입니다.
순이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고, 온전히 순화도 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구내염 치료도 꾸준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입양처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이를 사랑으로 품어줄 엄마가 나타난다면 저희 집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입양을 보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식]
순이는 카라에서 지원해 주신 덕분에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 곰팡이성 피부염으로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다가가면 조금 긴장을 하네요ㅎㅎ 그래도 설치된 카메라로 수시 확인해보니, 선생님들이 모두 퇴근하신 시간엔 우다다도 하고, 모래 장난도 치고, 장난감 가지고 뛰어놀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순이가 식빵냥이의 정석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네요. 식빵굽는 순이도, 머리를 캣워커에 들이대는 순이도 참 귀엽습니다. 사진으로 보아서는 많이 순화된 것 같은데, 약 때문인지 아직은 마음이 다 열리지 않았나보네요. 그래도 실내생활에 잘 적응해 다른 고양이들과 즐겁게 지낸다니 다행입니다. 흰양말을 곱게 신은 순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