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는 빠지고, 송곳니는 부러지고, 어금니는 듬성듬성 비어 있던 ‘필립’

  • 카라
  • |
  • 2024-03-19 09:25
  • |
  • 215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처음 ‘필립’이를 본 것은 2019년 11월 월드컵시장 근처 카페에서 주는 밥을 먹으며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6~7개월 되어 보였으며 작은 체구와 얼굴을 보고 암컷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성화 시기를 놓치면 바로 임신할 것이 뻔해, 봄이 되면 즉시 수술을 해주겠다 계획했습니다. 겨울이 지나 어느덧 봄이 되어 중성화를 위해 포획을 했고, 성별은 역시나 암컷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확인 결과, 이미 임신초기였으며, 중절 수술을 진행한 필립이는 추가로 이틀 더 입원해 수술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방사했습니다. 

그렇게 낮에는 카페에서 주는 밥을, 밤에는 제가 주는 밥을 먹으면서 필립이는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서 몸이 지저분해지고 털이 떡이 지는 모습에 자세히 살펴보니 구내염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이제 겨우 2살 정도인데 벌써 구내염에 걸렸으니, 남은 길 위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뻔히 알기에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우선 카페 사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기호성이 좋은 작은 알갱이 사료와 구내염에 좋은 여러 가지 영양제, 부드러운 무스 타입 습식캔과 구내염약을 전해드리면서 필립이에게 먹여 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저 또한 매일밤 필립이에게 영양제사료에 구내염약과 간식도 주면서 건강 상태를 매일 확인하였습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필립이는 나름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구내염이 심해지면서 입가에 침이 흐르고, 구르밍을 하지 못해 털 상태가 좋지 않았고, 보기에도 점점 말라가면서 아파 보이는 상태가 계속되어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병원에서 마취 후 구강검사 결과, 필립이의 윗 앞니는 전부 빠진 상태였고, 아래앞니도 듬성듬성 빠져있었습니다. 또 어금니도 듬성듬성, 송곳니는 부러져 있는 등, 남아 있는 치아 또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체 발치를 결정했고, 수액을 맞으며 기력을 회복한 후,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엉켜있는 털은 전신 이발하고, 전염병검사, 귀진드기 제거, 기생충약 복용 등 실내로 들어 올 준비를 했습니다. 또 수술부위가 잘 아물 때까지 유동식을 먹이면서 입원치료하였습니다.

발치수술 후 마취가 덜 깨어 힘없이 누워있는 필립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수술 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침도 안 흘리고, 너무나도 깨끗해진 필립이의 모습에 환골탈태라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로, 필립이는 너무나도 예뻐져서 보고 또 봐도 계속 쳐다보게 됩니다.

저와 임시보호자님이 매일 병원에 문병을 가서 쓰다듬고, 말도 걸고, 밥도 떠 먹여 주기를 계속하니, 필립이도 익숙해지는 듯, 벌써부터 순화가 많이 되어, 순둥이의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나이가 벌써 5살이지만, 작고 앙증맞은, 아직도 애기얘기한 우리 필립이를 치료해서 예뻐진 모습에 저는 마음이 흐뭇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필립이는 전체 발치 수술을 받은 후 수술부위가 잘 아물기를 기다린 후 퇴원하였으며, 현재는 임시보호자님 집에서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 퇴원 후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 방문하여 수술부위가 잘 붙었는지 확인하였으며, 병원에서도 잘 아물어서 수술 후 경과가 좋다고 하셨습니다.

유난히 배부분이 불룩하여 혹시라도 복수가 차있고 복막염에 걸려있을까 걱정하였지만, 검사결과 그렇지 않아서 너무나도 다행이었고, 심장과 간도 괜찮고, 특히 신장도 큰 문제는 없어서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구내염약과 영양제, 사료, 습식캔, 물을 잘 먹인 결과인 것 같아 역시 길냥이는 잘 먹어야 아프지 않고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앞으로 필립이는 임시보호소에서 순화과정을 거쳐서, 입양처를 알아볼 예정입니다. 발치수술 후 침도 안 흘리고, 깨끗해진 필립이를 보면 구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필립이가 지난 몇 년간 힘들게 고생하면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따뜻한 실내에서, 집냥이로서,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편안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봅니다.


*구내염으로 고통받던 필립이를 구조해 주시고,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조 전의 모습과 현재 임시보호처에서 모습이 못 알아볼 정도로 좋아진 거 같네요. 앞으로 좋은 가족을 만나서 필립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