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파업 참여후기] 기후변화와 축산업의 연결고리.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 삶에서 생소하지 않은 이슈입니다. 녹은 빙하 위로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의 모습, 쩍쩍 갈라진 거친 땅 위에 주저앉은 아프리카 주민의 모습, 물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방황하는 야생 동물들의 모습. 너무도 익숙한 모습들입니다.
10년 전부터 고랭지에 재배되던 작물들을 반세기가 지나면 더 이상 이 땅에서 찾아볼 수 없고, 반대로 열대작물들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전문가들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들었습니다. 아직은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은 현상이지만, 결코 허상의 경고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1일. 전국의 시민들은 꿀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박스의 한 면을 잘라 직접 메시지를 적은 피켓과 함께 말입니다. 피켓의 내용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바로 ‘즉각적인 행동촉구’, 그것입니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이에 따르는 행동, 정부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정책 수립과 행동,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행동 등 모두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후차량, 매일 엄청난 양을 소각하는 쓰레기 문제들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문제일 수 있습니다.
9/21 대학로 도로에 집결한 5천명의 시민들 / 출처: 기후위기 비상행동
여기서 우리는 과도한 육식주의와 축산업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축산업은 싼 값의 고기를 대량으로 유통하여 우리 사회의 육식주의를 지탱할 수 있는 이른바 ‘공장식 축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수의 소비자를 위한 생산구조로서 가축을 하나의 생산물로 간주한 셈입니다.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가축을 넣어 사육하고 도축하여 고기를 납품해야 살아남는 구조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더욱이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기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가 걱정돼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했지만, 저녁 메뉴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면 제대로 행동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가축과 기후변화 문제는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알린 유엔식량농업기구의 2013년 보고서
9월 21일. 5천명이 모인 기후파업(Climate Strike)에 함께한 카라는 고통없는 식탁, 공장 대신 농장, 그리고 궁극적으로 육식주의 타파를 외쳤습니다. 이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편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소소한 채식주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축산업 개조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제는 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결단과 ‘행동’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도록 더 많은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외쳐야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축산업의 연결고리.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되었습니다. 만연한 육식주의와 축산업에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우리 사회의 행동 그리고 정부의 행동을 함께 촉구합시다!
[9.21 기후위기비상행동 선언문]
오늘, 기후위기에 맞선 담대한 행동을 시작합니다.
-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우리 공동의 집이 불타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상상황입니다.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지구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설 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남은 온도는 0.5도.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남은 시간은 10년에 불과합니다. 폭염과 혹한, 산불과 태풍, 생태계 붕괴와 식량위기. 기후재난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10년의 향방을 결정하는 각국의 계획이 2020년이면 유엔에 제출됩니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고작 1년 반 남았습니다.
시험기간은 내년말, 벼락치기는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험지를 앞에 둔 이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정부와 기업, 국회와 언론은 이미 알고 있는 해답을 외면합니다. 경제성장률이 조금만 내려가도 호들갑스럽던 그들은, 한 번도 꺾인 적 없는 이산화탄소에는 너무나도 태연합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무기한 유보해도 되는 것으로 여깁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성장과 이윤, 생존과 안전, 과연 무엇이 우리 삶에 중요한 가치입니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빙하 위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 노동자는, 기후위기 앞에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차오르는 섬나라 주민들은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멸종위기종이고 난민입니다. 뜨거워지는 온도 속으로 지구라는 섬이 잠길 때, 이곳을 떠나 우리가 도망칠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행동입니다. 청소년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눈앞에 마주한 것은, 불에 타 언제 쓰러질지 모를 하나뿐인 집입니다. ‘도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슬픔과 두려움을 딛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당사자입니다.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맞춰 세계 각지의 시민들이 기후행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여기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선언합니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의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진실을 직면하고자 합니다. 그럴 때만이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정치와 경제시스템은 기후위기 앞에 참으로 무기력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비상상황임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선언합니다. 성장이 아니라 정의, 이윤이 아니라 생존이 우선입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 과연 어떤 선택이 생명을 살리는 길인지를 묻습니다. 손 놓고 재앙을 재촉할지, 아니면 잘못된 시스템에 맞서 싸울지, 지금 선택해야 합니다. 끊임없는 경제성장, 욕망의 무한 충족은 불가능합니다.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안전 따위는 아랑곳없이, 화석연료를 펑펑 써대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선언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후정의입니다. 지구의 울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음은 하나입니다. 기후위기에 책임이 없는 가장 약한 생명이, 가장 먼저 쓰러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정의와 인권의 위기입니다.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기업, 이를 방관하고 편드는 정부,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정치권, 진실에 무관심한 언론. 이제 이들이 마땅한 책임을 져야합니다.
우리는 선언합니다. 멈추지 않고 담대하게 행동할 것입니다. 전 세계시민들의 행동은 하나입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먼 항해로 대서양을 가로질렀습니다. 우리도 아직 가지 않은 길, 멀지만 꼭 가야할 여정을 지금 시작합니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때입니다. 첫째, 기후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비상상황을 선포하십시오. 이미 전 세계 10여개 국가와 1000여개 도시가 비상선포를 실시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입니다. 둘째, 온실가스 배출 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을 시작하십시오. 석탄발전 중지, 내연기관차 금지, 재생에너지 확대, 농축산업과 먹거리의 전환 등 배출제로를 향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셋째, 기후위기에 맞설 범국가기구를 설치하십시오. 비상상황에 걸맞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기구가 필요합니다.
역사의 어느 순간에서건 시민들이 먼저였습니다. 노예제와 인종차별, 노동착취와 성차별, 그리고 생물종차별까지, 이 모든 문제의 진실을 대면하고 시민들이 함께 행동할 때, 상식처럼 여기던 견고한 구조는 무너졌습니다. 오늘의 행동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첫 걸음입니다. 이 걸음이 기후위기를 너머 새로운 사회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 바로 오늘의 행동이 그 희망의 시작입니다.
- 기후위기 진실을 직시하라 -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하라
- 온실가스 배출제로 추진하라 - 지금당장 기후정의 실현하라
2019년 9월 21일
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