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근거없는 살처분 책임 회피하는 행정과 ‘기계적’ 살처분 눈감은 사법부를 규탄한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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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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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47

[공 동 성 명]

 

근거없는 살처분 책임 회피하는 행정과

기계적살처분 눈감은 사법부를 규탄한다!


공장식 축산 일변도의 관행 속에 가축전염병이 발발하면 수많은 동물들을 대거 생매장하여 죽이고 있는 기계적 살처분 명령의 남발을 이대로 반복할 것인가. 생명희생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운데 토양과 하천에 대한 환경오염 그리고 막대한 세금 낭비 등 2차 피해까지 부르는 살처분이 실제 합리적 근거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지고 있다면 이것을 어찌 방역이라 일컬을 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동물을 폐기처분 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라 하겠는가.


우리는 마치 무한반복될 것 같은 생명희생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며 살처분 명령이 기계적 답습이 아니라 최소한 법에 명시된 '위험도 평가'와 합리성에 근거하길 바랐다. 아니 사실 방역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살처분이라면 응당 그래야 맞다. 그러나 농장이 소재한 일선 지자체는 현행법상 살처분의 결정권자요, 실제 명령을 내리고 있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살처분 대상의 범위를 정할 때 스스로 위험도 평가를 하지 않고 있으며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살처분 명령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탁상행정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다.


2017년 조류독감 당시 310일 익산시가 참사랑 산란계 동물복지농장에 내린 살처분 명령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요, ‘기계적살처분 명령이었다. 익산시는 법에 명시된 위험도 평가 단계를 밟지 않은 채 관내 최초 발병농장(2.27)으로부터 2.1km 떨어져 보호지역(발병농장 반경 500m ~ 3km)에 속했던 참사랑 농장에 대하여 참사랑 농장에서 2.4km 떨어진 두번째 발병농장(3.5)이 나오자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오직 농장이 보호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5천 마리 닭들을 죽이라며 기계적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익산시는 발병농장이 속한 관리지역(발병농장 반경 500m)에서 보호지역으로 살처분을 확대 실시하면서 위험도 평가는커녕 관련 문서 한장 남기지 않았다. 조류독감 비감염 판정을 받았던 참사랑 농장이 살처분이 반드시 필요한 근거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관내 두번째 확진농장이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익산시는 모든 설명을 치환하려 했으며 위험도 평가조차 없어도 되는 것이 되었다. 아니 살처분 명렁을 내리면서도 익산시는 자신을 위험도 평가와 재량적 판단의 주체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기계적이었다. 익산시는 살처분이 농림축산식품부의 명령에 따른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참사랑 농장의 호소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익산시의 살처분 명령 및 추진에는 참사랑 농장의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뒷받침할만한 위험도 평가도 없었고, 참사랑 농장이 수차례 조류독감 비감염 판정을 받은 사실(2017/02/28, 2017/03/15, 2017/03/29, 2017/04)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산란계 동물복지농장으로서 살처분 대상으로부터의 제외 가능성 등이 그 어느 단위에서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

 

익산시장과 담당 부서는 실로 무식하게 무조건적 살처분만을 밀어붙였다. 익산시는 법에 명시된 위험도 평가의 주체임을 스스로 부정하며 살처분이 상부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은 결정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도 참사랑 농장이 근거없는 살처분을 거부하자 참사랑 농장이 위험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최대 잠복기 이후에도 받은 조류독감 비감염 판정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살처분을 하지 않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 무효해진 살처분까지 강행하려 했다. 심지어 1년이 넘도록 참사랑 농장에 내린 살처분 명령도 거두지 않았다.



동물권행동 카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등은 참사랑 농장의 편에서 이러한 익산시의 위험도 평가 없는 살처분 명령의 위법성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근거법령에 따르면 익산시는 위험도 평가의 주체이자 살처분 명령에 대한 재량권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처분 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가축이 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만한 역학조사 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경우(가축전염병예방법 제20), 해당 지역의 축산업 형태, 지형적 여건, 야생조수류 서식실태, 계절적 요인 또는 역학적 특성 그리고 '해당농장의 특성반영' 등 위험도를 감안하여(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 고시 제17) 살처분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는 재판 과정에서 익산시가 위험도 평가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참사랑 농장에 대한 살처분 여부를 고민한 증거가 전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살처분 명령에 대한 위법성 소송에서 오히려 세번 다 익산시의 손을 들어주는 우를 범했다.

 

이와 관련 전주지방법원은 보호지역 내 농장 및 닭 마리수, 최초 발병농가 근처에서 철새 목격 등의 단순정보에 의거 '익산시가 고시 제17조에서 정하고 있는 위험도 등을 감안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고, 광주고등법원은 '일부 절차가 미흡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의 성격과 당시의 긴급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이 이 사건 처분의 취소사유에 이를 정도의 절차상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등이 없다며 지난 429일 최종적으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말았다.

 

상고심에서 참사랑 농장측은 항소이유서를 통해 익산시가 고시 제17조 제1항에 따른 위험도 평가를 하지 않았는데도 제17조 제2, 3항에 의해 이뤄진 위험도 평가를 피고가 행하여야 한 위험도 평가와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어 위험도 평가의 주체를 다르게 정한 입법자의 의지를 몰각시킨 중대한 법리오해에 해당하고, 무엇보다 익산시가 스스로 재량 판단을 한 증거가 없는데도 긴급한 상황이라는 전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판단을 익산시가 마치 검토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이 사실오인 및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밝혔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참사랑 농장에 대한 익산시의 잘못된 살처분 명령 취소 사건 소송은 위험도 평가 및 재량 판단이 결여된 익산시의 기계적 살처분 명령에 대하여 추가적인 사실관계 다툼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종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법에 명시된 대로의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게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사안의 중대함을 축소 해석하면서까지 이같은 탁상행정의 잘못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여 매우 유감이다. 20173월부터 20204월까지 3년여에 걸친 긴 소송에서 유일하게 익산시의 위험도 평가 유무를 다퉜던 2심에서는 여러 증언과 증거에 입각해 볼 때 결국 익산시의 위험도 평가가 부재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일부 절차가 미흡하게 진행된 부분정도로 사안을 축소 해석하여 절차상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법부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다수 동물들을 근거 없이 죽이고 있는 기계적살처분 명령 남발의 문제점을 바로보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무의미한 생명살상의 반복과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탁상행정에 사법부도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익산시가 상부의 지시를 따를 뿐이라고 하여 스스로 내린 살처분 명령의 주체임을 부정한 것도 여러 번이다. 익산시는 소송 과정에서 계속 말을 바꾸며 책임회피의 항변만 거듭해 왔다.

 

익산시에 따르면 살처분 명령의 주체는 처음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결정에 따라 참사랑 농장에 살처분 명령을 한 것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익산시 관계자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중앙부처에서 전문가들이 작성한 조서와 협의회의 결정을 익산시가 참고하여 최종결정한 것이었다가, 마지막으로는 전북도지사와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모든 절차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한 것이므로 익산시가 알지 못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살처분 결정에 대하여 익산시장의 의견이나 조사 절차 등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같은 익산시의 변명은 현행법에 근거하여 재량 판단을 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실제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며, 결국 참사랑 농장의 상황은 모두의 책임회피 속에 그 어느 단위에서도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채 오직 살처분만을 강요 받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173월 익산시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명령에 따른 살처분 결정'이라 주장하며 철회도 어렵다고 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앞으로 공문을 보내 참사랑 농장 살처분 여부 권한에 대한 판단 요청을 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현행 법령을 있는 그대로 확인해 준 바 있다. , 판단의 주체는 익산시라는 의미였다.

 

익산시가 보호구역 내에 속한 참사랑 농장의 살처분을 재검토 하기 위해 실제 한 일은 무엇인가. 담당자인 익산시 축산과장은 가축방역심의회 소위원회에 참석하다 중간에 나옴으로써 보호구역 내 살처분에 대한 회의 결정을 듣지도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고, 자신이 위원회의 위원도 아니어서 아무런 발언권, 동의권조차 없어 단지 익산시의 상황만 보고할 뿐 의견제시할 기회도 없었다고 했다. 또한 익산시가 설령 자신의 주장대로 살처분 결정 권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참사랑 농장에 대한 중앙정부의 판단을 구할 수 있었으나 익산시는 그러지 않았다. 행정이 요식행위가 아니었다면 담당자가 이럴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행정은 수많은 생명의 살처분을 결정하는 엄중한 위치였다.

 

그런데 사법부는 익산시가 그저 수동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 스스로 항변한 바와 같이 자체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는데도 시장과 군수가 검역본부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익산시 축산과장이 가축방역심의회 소위원회에 형식적으로나마 참여한 점 등을 들어 익산시가 맹목적으로 다른 행정청의 지시에 따랐다고 볼 수 없다며 익산시가 재량 판단을 한 것으로 보았다.

 

사법부의 판단이 억지스럽지만 결과적으로 어쨌거나 살처분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방침이 사실상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 된다. 익산시처럼 시군이 실제 재량 판단을 하지 않으며 수동적으로 중앙의 방침에 따르는 현 상황을 직시할 때 참사랑 농장과 같은 사안에서 중앙정부가 살처분은 일선 지자체가 재량 판단 할 수 있는 문제라며 발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중앙정부는 살처분 방침 자체가 시군에 얼마나 큰 무게를 갖는지 인지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살처분 확대 방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하여야 하며 일선 지자체의 관할이라 하더라도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설 필요가 있다.



위험도 평가 없는 기계적살처분의 남발은 익산시와 같은 일선 지자체의 탁상행정, 살처분 의존적 방역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중앙정부 그리고 이러한 행정이 위법하지 않다며 아직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법부의 합작품으로 드러났다. 방역은 합리적으로 거듭나야 하고 기계적살처분 명령의 폭거를 중단시키는 것은 우리사회의 과제다. 정의로운 참사랑 농장의 항거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근거 없는 기계적살처분에 맞서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2020624

 

동물권행동 카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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