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마리 아기 돼지들의 ‘생명’ 하루 만에 멈췄다
⚠️ 끝나지 않는 살처분의 비극
인간에 의해 과밀하게 사육되고, 그 안에서 바이러스에 급속도로 감염돼 결국 구덩이로 끌려들어가 살해당하는 돼지들의 삶. 여전히 진행 중인 이 비정상적 살처분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가 결국 비극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강릉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A농장의 2만 150마리 돼지 살처분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4건의 ASF가 발생한 이후 매년 10건 내외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체로 수천 마리 규모로 발생했던 ASF 농가에 비하면 이번 강릉시 사례는 상당한 규모의 살처분이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돼지는 아무리 오래 키워도 생후 약 6개월 전후면 도살되는 존재다. 시스템 자체도 문제지만, 그 짧은 생애조차 끝까지 살지 못한 채 2만여 마리의 돼지들이 질병 발생을 이유로 한꺼번에 생명을 잃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농장을 강타하는 고병원성 가축전염병과 이를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대량 살처분’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2만여 마리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돼지들이 한 번에 몰살당해야 하는 구조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동물의 대량 사육과 대량 살상의 일상화는 이미 우리 사회를 무뎌지게 만들어 왔다. ‘고기를 권하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는 고기 생산을 위해 공장식 축산은 현대사회에 걸맞은 당연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혔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염병도 허용될 수 없고, 전염병이 발생한 농장 내 모든 동물은 결국 몰살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목도해 온 농장동물 잔혹사의 핵심이다.
예방 방역은 결코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다. 공장식 축산을 지탱하는 지나치게 과밀한 사육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고, 과도한 육식주의와 반복되는 살처분에 불편함을 드러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살처분만이 답인 행정주의를 깨야 한다.
모든 것이 과도한 현대 사회에서 동물의 희생만큼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예방 방역으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비극을 낳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1월 20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