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아프리카 돼지열병 무조건 죽이는 방역 반성하고 사체와 음식쓰레기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막아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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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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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 무조건 죽이는 방역 반성하고

사체와 음식쓰레기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막아라



피로 오염된 하천과 식용되는 사체,

위험 가중하는 비과학적방역의 악순환 문제 심각



우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 현장에서 규정을 어기고 생매장되는 돼지들의 몸부림을 목도해야 했으며, 최근 연천군 민통선 내 군부지에 돼지 수만 마리 사체가 처리되지도 못해 산처럼 쌓인 채로 트럭에서 부패되어가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돼지사체에서 흘러내린 혈액과 분비물은 이미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켰으며 방역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비과학적방역 속에 사후 처리 역시 소홀하여 심각한 문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혈액 내에서 15주까지도 생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감염 혈액은 강물을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하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돼지 사체더미와 그 혈액 등 침출수가 이미 하천으로도 흘러들어가는 현실에서 과연 방역이라는 것이 기대 가능한 것인가. 연천군 내에서만도 약 12만 마리 돼지들이 과학적 근거 없이 싹쓸이 살처분 대상이 되었다. 방역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사체처리 방법조차 마련하지 않고 무차별로 죽이고 보자는 엉터리 싹쓸이 살처분 방역의 현주소를 우리는 냉정히 돌아보아야 한다.

 

정부는 9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최초 발병 이후 역학조사에 근거한 방역대 설정이 아닌 무조건적으로 발병농가 반경 3km이내 예방적살처분을 시작했다. 이후 추가 발병농가가 발생하자 10km까지 살처분 범위를 늘린 것도 모자라,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살처분 지역을 설정하여 해당 지역 내 싹쓸이 살처분까지 자행했다. 이제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음은 물론 감염 위험도 평가조차 하지 않고 고무줄처럼 방역대를 늘리다가 행정구역 전체를 살처분 하고 있는 것이다. 유례없는 행정구역 기준 살처분은 매우 비과학적인 대응이며 심지어 발병하지 않은 지역도 살처분 하라는 명령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은 살처분 집행도 중요하지만 뒤처리는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불가피하게 살처분 시행된 돼지 사체의 완벽한 후처리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후처리 역시 소홀로 일관함으로써 방역의 허점을 더욱 크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침출수가 유출된 민통선 내 임진강 상류 하천인 마거천은 연천군 주민 등 7만여 명에게 하루 총 5t의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며 이번 오염 사태로 현재 수질검사가 진행 중이다. 연천군은 살처분 과정에 돼지 사체를 소독 처리했기 때문에 침출수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이지만 누가 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감염경로를 밝히거나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수행하지 못하며 살처분에만 급급한 비과학적방역을 펼치면서도 지자체에 무조건 빨리 돼지들을 모두 죽이라고만 몰아쳤기 때문이다.

 

방향을 잃은 방역으로 무분별한 생명희생이 커졌고, 협소한 매몰지 등 사체 처리는 감당할 수 없었으며, 이번 하천 오염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이것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가중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후처리 소홀 등 비과학적방역의 악순환 문제는 멧돼지에 대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무차별 대량학살은 답이 아니며 총기포획과 사냥개 동원은 방역에 위배된다고 해왔건만, 방역당국은 과학적 근거 없이 사육돼지를 살처분으로 몰아갔던 것처럼 멧돼지들도 죽이고 있다. 하지만 멧돼지 사체는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청북도는 도내 11개 시군에서 엽사들이 포획한 멧돼지 대부분인 70%가 자체적으로 식용소비 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사육돼지 감염 여부 등의 조사나 필요한 부검은 혈액 등을 통한 농장의 추가 오염 가능성으로 위생시험소에서 진행되고 폐기된다. 감염 멧돼지가 추가 보고 되고 있어 방역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멧돼지 사체를 엽사들이 제멋대로 자가소비 하고 있다면 이것이 어찌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방역이며 이를 어찌 방역이라 명명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는 살처분 범위만 과학적 근거 없이 확대하여 동물들의 희생만 가중해 왔을 뿐 감염경로를 밝히기 위한 노력이나 현장 역학조사,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들에 대한 조사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번에 드러난, 통제되지 않는 사체 처리 실태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체 처리 문제 외에도 아프리카 돼지 열병 확산의 근복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음식쓰레기의 방만한 처리 실태 또한 여전하다. 국내 최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농장과 약 2km 직선거리에 잔반을 급여하는 무허가 돼지농장이 있었고, 이곳에서 사육돼지와 야생 멧돼지를 자가 도축 해오고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에 대해 방역당국은 쉬쉬하는 듯하다. 카라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해당 무허가 농장의 대량 음식물쓰레기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최초 발병 이후에도 2주 가량이나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한 농장주의 일탈적 위법이 문제가 아니라 음식쓰레기의 엉터리 관리체계와 이를 집어내 교정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하천이 살처분 당한 돼지들의 피로 오염되고 있는 터에 이미 늦은 게 아닌가 싶지만 당국은 살처분에 급급하는 대신 이제라도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방역 정책 수립과 시행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2019년 11월 14일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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