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마을 사태 후 1년,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역체계에 근본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난 1월 23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산란계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발생했다. 해당 농가는 2020년 12월 23일에도 AI 발생으로 가금류 31만 마리를 살처분했고, 당시 발생농가 인근 3km 이내 농가도 예방적 살처분한다는 행정명령으로 인해 산안마을의 닭들도 살처분 당해야 했던 원인이 됐다. 올해는 3km였던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500m로 축소 적용하며 산안마을 닭들이 살처분을 피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스러우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단순한 범위 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농장동물 전염병을 예방하고 확산을 저지할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지난해 2월 19일은 산안마을 3만 7천 마리 닭들이 살처분된 날이다. 그간 산안마을에서는 40년 가까이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지난해에도 검사 결과 닭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감염 여부 상관없이 3km 이내 무조건 살처분만을 고수하다가 산안마을과 동물권행동 카라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과도한 행정명령 규탄 끝에 거리 기준을 기존 3km에서 1km 이내로 축소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끝내 타 농가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산안마을에 소급 적용하지 않는 행정 편의적 처사를 보였다.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첫 발생 시에도 정부는 김포, 파주, 연천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고 매몰한 바 있다. 전염병이 행정구역 경계에 따라 발생할 리 없으나, 이 역시 비과학적이고도 과도한 행정 편의적 사고의 결과였다.
농장동물 방역 정책에 있어 최소한 생명존중 정신이 반영되고 농가를 드나드는 차량이나 사람에 의해 전염병이 옮겨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철저한 역학조사에 따른 방역대 조정 등 방향과 기준을 새로이 해야 한다. 산안마을과 시민사회단체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목적에 가축의 건강 유지를 포함하고 비감염(예방적) 살처분을 구분하는 조항 등을 추가한 개정안 준비에 기여해 지난해 12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또한, 2017년 행정자치부와 충남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AI 발생에 사육두수와 하천과의 거리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만 마리 이상 가금류 사육농가의 AI 발병률이 4000마리 미만 사육농가보다 무려 548배 높고, 하천과의 거리가 200m 이내 위치한 사육농가의 발병률은 2km 밖에 위치한 농가에 비해 37배 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 겨울에 이어 또다시 AI 발생농장이 된 화성시 향남읍 산란계 농장도 인근 발안천과 불과 200m 이내 위치해 있고 대규모 공장식 축산 농가에 해당해 이번 AI도 예견된 발생으로 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질병관리등급제 도입을 AI 방역 개선책으로 내놓았지만, 질병관리등급제는 방역기준을 정해 농가에 지나친 방역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오히려 방역시설과 장비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소규모 농가는 소외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재도 열악한 밀집 사육 환경으로 전염병의 온상이 되어 대규모 살처분 상황을 반복하게 하여 동물의 비인도적 죽음, 매몰지 토양과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사람의 건강 문제까지 일으키기에 해결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 사육두수와 입지를 제한해 공장식 축산을 전환하고 역학조사에 기반한 과학적 방역체계로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22년 2월 9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