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피그 로즈 부고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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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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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살처분 광풍속에서 카라가 지켜냈던 미니피그 로즈의 부고를 전합니다.

미니피그 로즈와의 첫 만남은 2019년에 이뤄졌습니다. 개농장주는 새끼 번식과 판매를 위해 미니피그농장에서 세마리를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개농장 개들은 HSI에서 미국으로 데리고 갔지만 돼지들은 입국이 불가능했습니다. 딱한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던 카라가 구조하면서 세 마리 돼지 릴리, 로즈, 자스민과 카라의 파란만장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구조후 이들은 카라가 찾아낸 파주 교외의 안온한 임시보호처에서 아름다운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하필 파주에서 터졌습니다. 행정구역 단위로 무참한 살처분이 시행됐습니다. 보호자가 문고리를 잡고 버티던 강화 미니돼지 포함 반려돼지들도 살처분되었습니다.

급기야 파주시에서는 과학적 근거 없이 반려동물로 살아가던 카라의 미니피그들까지 예방적 살처분 하기를 요청해왔습니다. 선제적 ASF 검사와 격리 관찰 등 모든 대안 일체가 묵살되었습니다. 카라는 온갖 법적 불이익과 갖은 핍박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돼지들의 피가 강을 이루고, 산처럼 쌓인 죽은 돼지를 채 묻지도 못한 채 다음 살처분이 시작되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무모한 ‘방역’ 이면에 극단적 생명경시가 도사리고 있음을, 그리고 이 비극은 공장식축산의 필연적 결과임을 알리고 누군가는 저항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켜낸 생명 로즈, 릴리, 자스민. 이들은 작년에 카라의 미니팜생츄어리로 이사를 했습니다. 흙을 밟고 자연스레 바람도 쐬며 자연광을 만날 수 있게 된 로즈는 즐거워 보였습니다. 달콤한 과일을 먹을 때면 가장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릴리, 자스민과 달리 우리 로즈는 입 부분이 짧고 하얀 털도 많은 특징이 있었습니다. 로즈는 다른 돼지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바로 며칠전까지만 해도 공놀이에 몰두하던 로즈가 갑작스레 쓰러진 것은 얼마 전 주말입니다. 오전에 식욕이 떨어져있던 로즈가 오후에는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활동가들이 인근 병원을 수소문하며 긴급 처치 방법을 찾는 사이에 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손쓸 새 없이 맞닥뜨린 죽음이었습니다. 자는 것만 같던 로즈의 몸은 차게 식어갔습니다. 이후 수의사의 방문으로 사인을 찾으려 했으나, 로즈에게는 아무런 외상도 없어 원인불명사로 마무리됐습니다.

로즈의 장례는 엄숙히 치러졌습니다. 로즈가 좀 더 살수 있었다면 이제 막 놀이와 아침 햇살과 눈과 비가 무언지 흙내음이 무언지 알게 된 그에게 좀 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려 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그래도 존엄하게 떠난 그의 유골함을 보며 그때 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몇 년간 로즈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연자분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좋아하던 간식과 놀이도 즐기고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로즈가 먼 곳에서도 평안하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애도의 뜻으로 함께해 주세요.

*릴리와 자스민은 면밀히 보호 관찰중이며 로즈가 떠난후 만 2주가 경과 된 현재까지 건강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9년 한해에만 ASF 발생 농가 전체 돼지 27,862마리와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336,408마리 돼지가 살처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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