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살처분 광풍속에서 카라가 지켜냈던 미니피그 로즈의 부고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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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피그 로즈와의 첫 만남은 2019년에 이뤄졌습니다. 개농장주는 새끼 번식과 판매를 위해 미니피그농장에서 세마리를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개농장 개들은 HSI에서 미국으로 데리고 갔지만 돼지들은 입국이 불가능했습니다. 딱한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던 카라가 구조하면서 세 마리 돼지 릴리, 로즈, 자스민과 카라의 파란만장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구조후 이들은 카라가 찾아낸 파주 교외의 안온한 임시보호처에서 아름다운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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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해 9월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하필 파주에서 터졌습니다. 행정구역 단위로 무참한 살처분이 시행됐습니다. 보호자가 문고리를 잡고 버티던 강화 미니돼지 포함 반려돼지들도 살처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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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파주시에서는 과학적 근거 없이 반려동물로 살아가던 카라의 미니피그들까지 예방적 살처분 하기를 요청해왔습니다. 선제적 ASF 검사와 격리 관찰 등 모든 대안 일체가 묵살되었습니다. 카라는 온갖 법적 불이익과 갖은 핍박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돼지들의 피가 강을 이루고, 산처럼 쌓인 죽은 돼지를 채 묻지도 못한 채 다음 살처분이 시작되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무모한 ‘방역’ 이면에 극단적 생명경시가 도사리고 있음을, 그리고 이 비극은 공장식축산의 필연적 결과임을 알리고 누군가는 저항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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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켜낸 생명 로즈, 릴리, 자스민. 이들은 작년에 카라의 미니팜생츄어리로 이사를 했습니다. 흙을 밟고 자연스레 바람도 쐬며 자연광을 만날 수 있게 된 로즈는 즐거워 보였습니다. 달콤한 과일을 먹을 때면 가장 행복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릴리, 자스민과 달리 우리 로즈는 입 부분이 짧고 하얀 털도 많은 특징이 있었습니다. 로즈는 다른 돼지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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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며칠전까지만 해도 공놀이에 몰두하던 로즈가 갑작스레 쓰러진 것은 얼마 전 주말입니다. 오전에 식욕이 떨어져있던 로즈가 오후에는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활동가들이 인근 병원을 수소문하며 긴급 처치 방법을 찾는 사이에 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손쓸 새 없이 맞닥뜨린 죽음이었습니다. 자는 것만 같던 로즈의 몸은 차게 식어갔습니다. 이후 수의사의 방문으로 사인을 찾으려 했으나, 로즈에게는 아무런 외상도 없어 원인불명사로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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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의 장례는 엄숙히 치러졌습니다. 로즈가 좀 더 살수 있었다면 이제 막 놀이와 아침 햇살과 눈과 비가 무언지 흙내음이 무언지 알게 된 그에게 좀 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려 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그래도 존엄하게 떠난 그의 유골함을 보며 그때 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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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로즈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연자분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좋아하던 간식과 놀이도 즐기고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로즈가 먼 곳에서도 평안하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애도의 뜻으로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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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자스민은 면밀히 보호 관찰중이며 로즈가 떠난후 만 2주가 경과 된 현재까지 건강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9년 한해에만 ASF 발생 농가 전체 돼지 27,862마리와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336,408마리 돼지가 살처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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