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도살장에서 구조되어 골절 수술도 이겨냈던 사향오리 강이의 부고를 전합니다.
강이는 2021년 개, 흑염소
등 동물을 잔혹하게 도살했던 여주시 왕대리 도살장 한구석에서 극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구조 후 위탁처를
수소문하여 안전하게 돌봄 받으면서 지내던 강이는 올해 5월에 대퇴골 골절로 핀을 고정하는 큰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수술 이후 회복과 재활을 위해 카라 활동가들은 매일 강이에게 약도 급여하고,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다행히 큰 수술 2번을 모두 이겨냈습니다.
대퇴골 골절 수술 이후 불편해진 다리는 수영을 통해 많이 좋아졌고, 강이가
힘차게 목욕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활동가들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마련해준 집에서만 있기를
선호했던 강이는 점점 건강해지면서 활동 반경을 넓혔고, 활동가들의 행동에도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활기찬 날갯짓이 인상 깊었던 강이는 그 이름에 꼭 맞게 강인해졌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밀웜을 더 달라고 요구했던 강이는 오후에 갑자기
기력이 쇠했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이를 발견한 활동가들이 급히 특수동물병원으로 강이를 이동했으나, 여러 검사와 처치에도 강이는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밤새
돌볼 계획으로 활동가의 자택으로 갔던 강이는 끝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활동가가 보는 앞에서 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습니다.
활동가들도 강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밀웜을 당당히
요구하던 강이의 모습을 보며 많이 웃었고, 수술 이후 점점 더 활기찬 모습을 보며 감동받기도 했습니다. 사향오리 강이의 일상을 지켜보며 낯설게만 느껴졌던 오리라는 동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강이 역시 사람이 두렵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손으로
주는 밀웜도 잘 받아먹었습니다.
그저 고기를 위해 사육되는 사향오리가 아닌, 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멋쟁이 사향오리를 기억합니다.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동물은 없습니다. 밀웜을 가장 좋아했고, 작은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던 강이. 부디, 하늘에서는 아픔 없이 자유롭게 훨훨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강이를 향한 응원과 관심 감사합니다. 강이가 그곳에서는
평안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