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산란계 동물복지, 문제는 동물복지 외면한 '공장식 축산'이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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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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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산란계 동물복지, 문제는 동물복지 외면한 '공장식 축산'이다

 

-살충제 달걀 사태로 얻은 동물복지 중요성 교훈 잊고 배터리케이지 '9->12' 허용으로 역행해

-20259월부터 사라진다던 배터리케이지 4번 달걀, 7년 유예기간 갖고도 2027년으로 2년 더 유예돼

-미봉책 위한 유예기간 연장 변명하는 정부, 배터리케이지 철폐(케이지프리) 등 산란계 동물복지 이행대책 제시되어야

 

달걀을 얻기 위한 국내 산란계 사육은 1,000개 농가, 7,000만 마리가량이다. 1개소당 5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대규모 농가가 절반을 차지하는데 다단 케이지는 이러한 대규모 공장식 사육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무려 6,400만 마리(산란계 91%) 이상이 옴짝달싹 못 하는 '배터리케이지'에서 밀집·감금 사육당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 20일 정부 발표는 이러한 다단 케이지 감금사육을 현행 9단에서 12단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으로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87월 축산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20259월부터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사육 면적은 0.05에서 0.075로 상향되며 난각 표시제에 따른 4번 달걀이 없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7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음에도 정부는 시행을 코앞에 두고 산업계의 반발에 더하여 달걀 수급충격을 최소화하겠다며 20279월로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고, 축사 시설 활용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케이지 층수를 현행 최대 9단에서 12단까지 허용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산란계 동물복지 향상이라는 원래의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서 케이지를 여러 층으로 쌓고, 여러 개 병렬한다고 하여 그 빈틈없이 연결된 모습을 배터리에 빗댄 이름의 배터리케이지는 오히려 더 견고하고 높아진 셈이다.

난각 표시제상 1~4번으로 나뉘는 달걀 사육환경은 1번 자유방목, 2번 평사, 3번 개선된 케이지(0.075/마리), 4번 기존 케이지(0.05/마리)를 각각 의미한다. 이 중 1번과 2번은 동물복지로 분류되지만, 3번과 4번은 배터리케이지로 분류된다. 1번과 2번 농가는 합해도 채 250개소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750개소의 배터리케이지 사육이 소위 '개선된 케이지''기존 케이지'로 분류되기 시작한 건 2018년도였고 전년도 발생한 살충제 달걀 사태가 계기가 되었다. 다단 케이지에서 밀집·감금 사육되던 닭들에게 진드기가 퍼지자, 농가에서 암암리에 살충제를 사용했고 이것이 달걀에서 검출돼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살충제 사용을 유발한 진드기 감염은 닭의 생태적 습성에 입각한 모래 목욕이 가능한 환경이었다면 제어가 가능했으리라는 점에서 당시 '동물복지'가 주목받았고, 그때 정부에서 내놓은 개선책이 산란계 마리당 사육면적을 0.05->0.075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다단 케이지 감금 사육인 배터리케이지를 허용하는 조건에서 이른바 '개선된 케이지'로 명명되는 0.025의 사육 면적 확대는 동물복지에 입각한 사육환경 전환과는 동떨어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해 왔다.

 

현재 개선된 케이지 3번 농가는 약 90개소로 대다수 농가는 기존 케이지 4번을 유지하고 있다. 3번 농가는 신규 시설투자를 한 것이라기보다 사육밀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존 케이지에서 닭들을 몇 마리 뺀 정도다. 그런데도 4번 농가들은 3번 이행에 대하여 재산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로 맞서고 있을 뿐 시설을 개선하거나 동물복지로 이행할 의사가 없다.

 

정부는 약 1000여개 산란계 농가중 대략 기존 케이지 유지 480개 농가, 사육밀도 조정한 개선된 케이지 90개 농가, 나머지(430) 농가가 동물복지형 사육환경으로 전환하였다고 밝혔으나,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상 산란계 동물복지축산 인증농장은 248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이들 농가 역시 배터리케이지에서 동물복지로 전환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부는 산란계 동물복지 전환을 위해 그간 무엇을 했는가? 2017년 살충제 달걀 사태의 교훈은 공장식 축산의 폐해가 우리 식탁까지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고 동물복지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동물복지 축산이 축산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동물복지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개선된 케이지라는 미봉책 제시 이후 그 미봉책 실행을 위해 스스로 마련한 시간표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배터리케이지 3번 달걀을 위해 기존 7년에 2년의 유예기간을 더 보태며 오히려 다단 케이지 감금사육의 층수를 높이겠다고 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정부는 배터리케이지 철폐(케이지프리) 원년 선포에 대하여 여전히 미온적이다. 다단 케이지 감금 사육 농가들을 동물복지로 유도하는 대신 배터리케이지 3번이냐, 배터리케이지 4번이냐미봉책에 대한 또 다른 시설투자를 부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밀집·감금 사육으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잊은 채 여전히 시대착오적 공장식 축산에 의존하는 국가 정책은 대체 언제쯤 동물복지 중심으로 거듭날 것인가.

 

* 2017년도 뉴스 참고:  [살충제 부른 '한 뼘 농장' 주목받는 '동물복지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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