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활동가 에세이_ 고기 없이도 충분한 회식
채소’만’ 먹을 권리가 없는 한국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회식메뉴 정하기란 어느 모임이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채식을 하는 동물보호단체만큼 어려울까? 고기를 먹지 않고는 외식을 할 수 없는 요즘,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맥주에는 역시 치킨이고, 특별한 날엔 스테이크를 썰어줘야 기분이 난다고들 한다. 삼겹살은 싼 가격에 무한리필로 먹을 수 있고 복날이라서 또 고기를 먹는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고기를 먹으라고 유혹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며칠 전 가졌던 카라의 회식은 채식뷔페에서 진행되었다. 갖가지 나물들과 샐러드, 채소와 된장으로 맛을 낸 국으로 한 접시가 가득 찬다. 새삼 깨닫는다. 고기 없이도 먹을 것들이 이렇게 푸짐하다! 13년 채식을 해 온 <채식의 유혹>의 저자 김우열은 한국은 채식인에게 축복받은 나라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음식문화에는 다양한 나물요리, 국, 김치, 해초 등 채식인이 즐길 만한 먹거리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전통 식생활과 달리 외식업계는 고기요리 위주로 성장했고 식당가를 걷다 보면 육식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너무나 쉽게, 자주, 많이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 사회, 우리는 육식에 정당한 가격을 내고 있는가?
당신의 밥상은 눈뜨고 있는가?
일명 ‘치느님’이 시대, 치킨의 인기에 전국에 치킨집이 3만 6천여 곳 달한다고 한다. 이같이 현대사회에서 육식에 대한 수요는 부자연스러울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많은 고기를 싼 가격에 먹기 위해서는 축산업이 농장이 아닌 동물학대 공장이 될 수 밖에 없다. 닭고기가 되기 위해서 작은 병아리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살찌는 것뿐, 적은 사료로 빨리 자라도록 탄생부터 계량된 삶은 풍선처럼 덩치만 부풀린 죽음으로 끝이 난다. 한치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생명으로서 누려야 마땅한 모든 생물적 본능을 박탈당한다. 현대의 공장식 축산 체계는 명백한 동물학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유독 소, 돼지, 닭에게 연민을 표하는 것에 인색하다. 어차피 먹을 거 아무렴 어떠냐고 들 한다. 그러나 나는 내 양심을 괴롭히면서까지 고기를 먹고 싶진 않다. 진실을 앞에 두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눈 감아버리면 공장식 축산의 동물학대에 동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의 밥상만큼은 눈을 떠야 했다.
채식은 동물은 물론 내 삶을 지키는 의지
농장동물의 고통과 채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기 일쑤다. 농장동물의 현실은 너무나 불편한 것이어서 우리 시대의 축산업은 철저히 숨겨져 있다. 그래서 식탁 위에 올려진 고기를 보며, ‘생명’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일상에서 식생활이 전하는 위로와 즐거움은 크기에 누구에게 침범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농장동물의 고통과 잔인한 육식주의, 그리고 채식은 한국의 동물보호운동에서 공감을 얻기 가장 어려운 캠페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은 자의식 때문에 발생하는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자신의 욕구 외에는 생각하지 못하곤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연민의 범위를 넓혀 모든 생명과 아름다운 자연 전체를 감싸 안아야 한다. 난 고기를 먹을 때마다 늘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채식주의 식단을 지지한다.”
채식은 폭력에 가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지키는 의지이다. 사회의 소외된 약자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묵과하지 않으려는 이웃사랑의 실천이다. 지나치게 육식을 권유하는 사회에 등 떠밀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아름다운 노력이다. 어떤 생명에게 연민을 표한다는 것은 기계와 구분되는 가장 사람다운 모습이며 타자의 고통을 줄이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동물과 구분되는 사람만의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의 식탁은 좀 달라야 한다.
*본 글은 홈리스 자활을 돕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빅이슈'에 실린 원고입니다. 빅이슈 136호의 애니멀 라이츠 코너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모금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