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육환경과 다른 '방목' 포장 달걀 제소에 대한 공정거래위 답변은 '무혐의'
얼마전 카라로 날아든 우편물 한 통.
여기엔 지난해 10월 초원에 풀어놓은 닭 등 달걀 팩킹이 실제 사육환경과 달랐던 두 건의 신고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답변이 담겨 있었습니다.
공정위의 판단은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공정위는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제소된 두 업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향후 문구나 이미지 사용에 신중하도록 '주의촉구' 결정을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이유인즉슨, '소비자는 달걀을 고를 때 (포장에서 연상되는 사육환경보다는) 생산일자, 유통기한, 가격 등을 주요 요소로 보기에 해당 달걀 팩킹은 소비자 오인성도 없었고 공정거래를 저해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해당 달걀 포장에는 닭들이 방목되는 이미지나 방목을 연상시키는 문구들이 사용되었는데요, 상품 이름에 직접 '방사'가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라의 확인 결과 두 건의 사례 모두 닭들을 실제 방목 사육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들은 닭들을 (방목과는 의미가 다른) 평사사육(축사 내 바닥사육을 뜻함)식으로 키우고 있거나 배터리 케이지(좁은 철창 안에 닭들을 평생 가둬둠)에서 사육하고 있었습니다.
달걀 선택의 주요 요인에서 포장을 배제시키면서까지 '무혐의' 결정을 내린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그렇다면 소비자 역시 '현재 포장에서 연상되는 바에 따라 달걀을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모순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씨제이제일제당 더안심건강란 (결과: 무혐의, 주의촉구)
홈플러스 Green Life 방사유정란 (결과: 무혐의, 주의촉구)
해외에서는 실제 방목하지 않은 방목 포장 달걀에 대해 벌금 물리고 있어
해외에서는 달걀 사육환경에 있어 '방목'과 '배터리 케이지'를 구분함은 물론, '방목'과 '평사사육'까지도 구분하고 방목을 뜻하는 'Free Range'의 기준에 대해 보다 세밀한 기준을 세우고 있습니다.
평사사육이면서도 방목사육으로 위장함에 따른 소비자 오해와 공정거래 위해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한국의 법에도 방목 사육의 기준이 세워져 있긴 합니다만, 이번 공정위의 판단은 그 기준을 해당 농장에 적용시켜 확인해 보는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호주 연방법원은 홍보와 다르게 실제 방목 사육환경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처벌함은 물론 'Free Range'라고 팩킹되어 판매된 일부 달걀만 방목이 아니었던 경우까지 소비자를 속인 것이 되어 벌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 예) 달걀 생산자, Pirovic Enterprises는 2012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Free Range' 문구를 달걀 팩킹에 사용하고 닭들이 탁 트인 초원에 있는 이미지를 쓴 혐의에 대해 호주 연방법원으로부터 2014년 9월 30만 달러(약 2억6천여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음 )
방목 사육환경을 갖추고 있어도 정작 닭들이 갇혀 있었다거나, 충분히 의미 있는 바깥 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면 방목된 달걀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는 방목 때문에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달걀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점, 또한 이렇게 소비자를 빼앗긴 경쟁사에도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의미이죠.
공정위는 허위 방목 포장 달걀의 소비자 오인성 인정하고 닭들에게 의미 있는 방목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한국의 공정위는 실제 사육환경이 포장과 달랐던 두 건에 대하여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향후 법 위반 예방 차원에서 '주의촉구'에 그쳤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공정위는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된 달걀에 대해서는 '포장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바가 방목은 아니었다'라는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또한 평사사육 달걀에 대해서 공정위는 해당 농장이 평사 및 방사장(?)을 갖추고 있었으며 (동물복지와 무관한) 무항생제 인증 및 해썹(HACCP) 인증도 받았다며 두둔했습니다.
카라는 공정위에 묻습니다.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이 방목 이미지 포장 속에 판매되는 것에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없단 말입니까?
-또한 평사사육 농장의 소위 방사장이란 것이 국내법상 방목 사육 기준을 충족시키며, 닭들에게 매일 충분히 의미 있는 방목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은 하셨는지요?
지난해 달걀 사육환경 허위∙과장 광고 논란이 일자 문제가 된 업체에서는 지적된 기존 포장과 이름을 이미 스스로 바꾸었습니다.
before & after
농장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카라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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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