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3일
공장식축산에서 탈출했던 돼지 삐용이가 짧은 여행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떠난 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 100일을 하루 앞두고 카라의 활동가들은 삐용이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삐용이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묘비를 설치해주기 위해서요.
묘비 제작은 카라와 대학 길고양이 돌봄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홍익대학교 길고양이 돌봄동아리 '멍냥부리'의 학생이 나무로 직접 제작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날도 삐용이의 무덤에는 따뜻한 햇살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매우 더운 날이었지만 활동가들은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삐용이의 무덤 주변에는 산딸기나무가 많이 있었고, 바람이 불면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의 향이 살랑살랑 날아옵니다. 삐용이가 살아있었다면 달달한 산딸기의 향을 매우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코를 벌름거리며 킁킁 냄새를 맡을 삐용이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삐용이가 있는 동물복지농장에서는 산란계들을 자유방목하고 있습니다. 무덤이 있는 언덕 아래에 방사장이 있는데, 닭들은 언덕 위까지 올라와 풀숲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풀을 뜯고 흙을 파헤치며 놀기도 했습니다.
(어디 가니? 삐용이 만나러 가니?)
삐용이 주위에 닭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삐용이가 심심해하지는 않을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오랜만에 삐용이의 무덤을 찾으니 아직 어두운 곳에 있는 수많은 삐용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삐용이들에게 이런 '평범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아껴주고 기억해주는 삶을 주고 싶어졌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코가 삐뚤고 못난,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돼지 삐용이. 카라의 기억 속에 삐용이는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삐용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카라가 될 것입니다.
나중에 또 만나자 삐용아.
** 산란계 배터리케이지와 돼지 스톨 추방을 위한 카라의 [공장 대신 농장을!] 백만인 서명운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서명이 모이면 농장동물을 고통에서 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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