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이, 그 후 계속되는 생명살림 이야기
“혹시 오리는 어떻게 안될까요? 보호기간이 이미 지나 안락사(살처분) 시켜야 하는데...”
얼마전에 카라가 전해드린 구조 돼지 ‘삐용이’ 소식 기억하시나요? 삐용이는 일단 정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시스템에 등록된 상태였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에서 행정처리를 해야했습니다. 삐용이를 위해 고양시동물보호센터를 방문했는데 그곳 관계자분께서 오리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셨습니다.
“오리요? 오리도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오나요?”
“흔치는 않은데 지금 한 마리 입소상태이고, 보호기간이 끝나서 언제 안락사(살처분)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고민스러웠습니다.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고양이나 개 등 소위 ‘반려동물’도 아닌 오리를 어떻게 구해줄 수 있을지 난감했습니다. 그러나 철장에 갇힌 오리를 만나 그 애절한 눈빛을 마주치는 순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카라가 ‘삐덕이’를 만난 날의 기억입니다.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철장에 갇혀있던 오리, ‘삐덕이’는 사향오리입니다.
한국의 토종 동물이 아니고, 식용으로 수입되어 농장에서 길러지고 있습니다. 자연상태에서 나고 자란 동물이 아니니, 삐덕이는 분명 어딘가 농장에서 혹은 팔려가는 도중에 탈출한 녀석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살고싶어서 자유를 찾아 탈출했을 ‘사향오리’에게 카라는 ‘삐덕이’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돼지 ‘삐용이’와 비슷한 시기에 구조한 농장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보호센터 내의 삐덕이 모습)
너는 누구니? 너의 스토리가 궁금해~
사향 오리는 모스크바 기러기라고도 하고 기러기목 오릿과로 물새의 하나입니다. 오리 종류 중에 물과 가장 친하지 않답니다.
16세기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으로 도입되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용으로 사육하고 있는데 농장에서 혹시나 쇼생크 탈출처럼 자유를 위해 탈출한 것은 아닌지 저흰 추측할 뿐입니다.
현재 전국 적으로 얼마나 많은 농가에서 몇 마리의 사향오리가 길러지고 있는지 통계청에서도 통계를 알 수 는 없습니다. 카라의 활동가가 삐덕이에 대해 조사하는 중 통계청을 통해 알아낸 정보는 오리와 합산하여 통계를 낸다는 말뿐입니다. 다만 전라남도 농업 기술원의 2015년도 발표에 따르면 전남지역 사향오리 사육농가는 5농가 5,120수이며 나주, 함평, 곡성, 구례, 영암 정도에 분포 되어 있습니다.
사향오리를 고기로 출하하기 위해서는 6~7개월 사육하며 출하체중은 암 3㎏, 수 6㎏ 정도 라고 합니다.
자연에서는 멸종위기종의 구분 중 ‘관심필요종’에 속하며 자연의 흐름을 따른다면 20년은 족히 산답니다.
시 동물보호센터에서는 사향 오리의 특수성으로 입양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 한 끝에 천만다행스럽게도 파주의 한 교회에서 삐덕이를 가족으로 맡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보호센터에서 데리고 나오기 전에 혹시나 싶어 AI 검사를 의뢰했는데 결과는 ‘음성’!. 이제 삐덕이를 새로운 가족에게 데려다 주는 일만 남았습니다.
삐덕이 제2의 삶 시작되다!
1월 31일 드디어 평생을 행복하게 살 집으로 삐덕이는 향하게 됩니다.
삐덕이를 만났을 때 아주 완벽히 자기 성격이 뚜렷한 녀석이라 잘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케이지에서 다른 이동장으로 옮기려고 할 때 마치 ‘이것 놓아라!!’ 하는 몸의 신호를 강하게 보여주었거든요.
(새집으로 첫 발을 딛기 직전!!)
고양 동물보호센터에서 파주까지 너무나 침착히 잘 이동하여 잘 도착하였습니다.
파주의 교회 관계자분이 나와 삐덕이가 새로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활동가들과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았지만 들어가자마자 그 집에 있던 다른 새 친구들은 삐덕이를 낯설어하고 삐덕이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날개를 크게 펴고 퍼덕퍼덕 연속 동작을 하였습니다.
(교회 농장의 삐덕이 보금자리, 아직은 어색한 삐덕이와 친구들...)
시간이 지나면 다들 친하게 잘 어울리겠죠?
사람도 그러듯이 모든 생명체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삐덕이의 새로운 집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 주는 곳이었습니다.
많은 분도 삐덕이가 여기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모든 마음 모아 기도해 주세요~
삐덕이의 과거를 알 수는 없지만 농장에서 빠져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스로는 필사의 탈출을 한 것 일수도 있고 도축장으로 가는 길에 탈출 한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한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길러지던 그곳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키려 스스로 발버둥을 친 것이겠죠. 이런 생명체들이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전 세계적으로 자유를 위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장식 사육을 줄이지 않는다면 이런 악순환은 결국은 지구 모든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지각력 있는 존재로서 농장동물은 생명으로서 존중되어야 합니다.”
모든생명이 평등히 평화로운세상을 위해 카라가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