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대신 농장을!] 삐용아, 행복하렴

  • 카라
  • |
  • 2018-02-04 21:22
  • |
  • 7216
고기가 아닌 생명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한 돼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돼지에게 ‘삐용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영화 속 '빠삐용'처럼 공장식 축산이라는 잔인한 감옥을 탈출했다는 의미입니다. 

삐용이는 구조자분과 함께 지내다 카라와 협력하는 동물복지농장으로 이동하여 보금자리를 찾았습니다. 발견 즉시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구조자 덕분입니다. 

"삐용아, 행복하렴~"


(1월 29일 새 보금자리로 고단한 이동일정을 마친 뒤 잠에 푹 빠진 삐용이)


고기용으로 태어난 1천만 마리 돼지들이 이 땅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우리들과 함께 '숨쉬고' 있습니다. 이름 없이 일련번호로 살면서 죽음을 향하여 살을 찌워야 하는 비육돈(남자 돼지)의 삶은 고작 6개월.

삐용이도 그러한 돼지 중 하나였을 겁니다.

삐용이는 2017년 12월 30일 밤 자유로 인근 찻길에서 구조자 분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30kg 정도의 어린 돼지 삐용이는 2개월령을 막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발견 당시 삐용이는 눈이 진물러 붙은 상태에서 도로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구조자 분께서는 차사고의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소방서에 도움을 구해 삐용이를 응급 구조한 뒤 카라에 불쌍한 돼지를 도와달라고 연락해 왔습니다. 구조된 삐용이의 온몸은 오물 투성이에 심각한 냄새가 났으며 연신 기침을 해댔습니다.


(1월 4일 구조자분댁을 방문한 카라)


돼지구조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던 카라는 즉시 삐용이를 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카라는 삐용이의 보금자리를 찾는 한편 2018년 1월 11일 시보호소로부터 소유권을 인계했습니다. 구조자분께서는 거처가 마련될 때까지 아픈 삐용이를 정성껏 돌봐 주셨고 마침내 지난 1월 29일 삐용이는 카라와 협력중인 동물복지농장으로 이동을 마쳤습니다. 이곳에서 삐용이는 평생 도살되지 않고 생명으로 존중받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구조자분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삐용)



(1월 11일 방문 당시)



(1월 29일 구조자분댁 임시거처에서 보금자리가 될 동물복지농장으로 이동하던 모습)



(1월 29일 임시거처를 떠나며 "삐용아, 행복하렴")



2015년 12월, 도축장으로 가던 길에 탈출했지만 결국 고기로서의 운명을 바꾸지 못했던 돼지의 이름도 '삐용이'였습니다. 

2년 전 겨울, 한 지역의 시민 분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인근에서 돼지 한 마리가 발견돼 지자체 시보호소 입소 상태인데 곧 공고가 끝나니 돼지를 살릴 수 있도록 카라가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돼지는 남아 100kg이었고 6개월령을 채우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길에 빠져나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카라는 시민분과 함께 긴급히 돼지의 거처 마련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백방으로 수소문 했고 마침내 길이 열렸습니다. 돼지의 안식처를, 우리 삐용이의 평생 안식처를 찾은 것입니다! 

기쁜 마음에 삐용이를 데려올 일만 남았다 생각하던 터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공고기간이 끝난 뒤 주말이어서 시보호소측과 연락이 닿지 않던 잠깐 사이, 돼지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삐용이를 바로 도축장으로 끌고 갔다는 것입니다... ...

소식이 알려진 그날, 삐용이를 살리려 애썼던 지역 시민분과 카라의 활동가들 모두 울었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명의 길을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했던 삐용이가 다시 도축장으로 돌아가게 된 것,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마음 아팠습니다.


짧았던 인연, 그 돼지의 이름도 ‘삐용이’였습니다. 카라에게 첫 ‘삐용이’는 아픈 생채기 같은 기억입니다.



‘이번에는 무조건 살린다’

최근 자유로에서 구조된 돼지는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제 2의 ‘삐용이’로 불리우고 있었습니다. 

삐용이는 공고기간중 시보호소에 머무를 장소가 없어 구조자분의 마당 한 켠에 머무르는 중이었습니다. 구조자분의 최초 제보 후 이틀 뒤인 1월 4일, 카라는 구조자분 댁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구조자분이 마련해 주신 삐용이 임시거처)


예쁜 돼지 한 마리가 이불을 덮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습니다. 눈이 짓물러 있었고, 설사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구조자분의 따뜻한 배려로 너무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 살아 숨쉬는 삐용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동시기가 다가올 무렵 극진한 보살핌 덕에 삐용이는 설사가 멎은 상태였고 큰 이상 없이 활기를 찾았습니다. 



(잠든 삐용이와의 첫만남)


카라 활동가들은 1월 29일 동물복지농장에 삐용이를 이동시킨 뒤, 삐용이가 머무를 공간에 울타리를 쳐주고, 따뜻한 집을 장만하는 등 농장주분과 함께 삐용이의 보금자리 만드는 일을 도왔습니다. 

삐용이는 이제 녀석을 생명으로 보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 곁에서 고기로서의 죽음 없이 살아갈 것입니다. 생명으로서의 삐용이의 삶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수의사 검진 결과, 삐용이는 코가 삐뚤어져 있는 위축성 비염을 앓고 있었습니다. 생명에 지장은 없다곤 하나 평생 낫지 않을 것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 질병을 가진 돼지는 ‘공장’에서 바로 도태된다고 하니,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삐용이는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도태되는 과정에서 구사일생으로 카라와 연이 닿게 된 것 같습니다. 


(보금자리에 발디딘 삐용)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편히 쉬고 있는 삐용이)


공장식 축산과 살처분 문제를 꾸준히 지적, 대대적인 개선을 촉구해온 카라에게 이번에 구조된 ‘삐용이’는 생명으로 대우 받지 못했던 이 사회의 여러 돼지들과 교차됩니다.

2007년 시위에 도구로 사용되어 잔인하게 찢겨 죽은 돼지, 2011년 구제역 광풍 속에 생매장 살처분 되고 만 350만 마리의 돼지, 그리고 스톨에 옴짝달싹 할 수 없이 꼭 갇혀, 살아있는 채로 이미 고기 취급되고 있는, 지금 1천만 마리의 돼지들. 


모두 삐용이와 다르지 않은, ‘같은’ 돼지들입니다.


‘삐용이’는 사람에게 장난도 걸고 나뭇가지나 짚단을 헤치고 씹으며 놀다가 자신을 위해 마련해 준 이불 위에서 잠이 듭니다. 이불을 개켜 놓으면 코로 펴고 눕기도 하며 사람이 이불을 덮어주면 만족스럽게 그르렁거리며 잠을 청하곤 합니다. 


그동안 이 돼지들을, 지각력 있는 존재로서의 농장동물을 지켜주지 못했던 아픔을 딛고 카라는 여러분들과 함께 삐용이 구조를 통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지각력 있는 존재로서 농장동물은 생명으로서 존중되어야 합니다.”

카라가 함께 하겠습니다.



댓글 4

김민아 2018-03-13 22:03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첫구조자분들과 카라 식구들, 구조와 보살핌에 힘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생명이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롭기를..!


조은지 2018-03-05 15:06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모든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박제란 2018-03-05 10:06

불과 이삼십년 사이에 우리 식생활은 타의적으로 많이 바꼈습니다. 야채와 장류로 다양하고 그무엇에도 비길수없이 맛있는 요즘 말하는 소위 웰빙하는 바로 그런 생활과 식행활을 하던 사람들이 우리 조상님들이고 우리였습니다. 대장암등 각종 암은 육식하던 선진국병이라고하며 우리와는 무관한 병으로 생각하던 우리였습니다. 우리기억속 묶이지않고 자유롭게 더불어 공존하던 동물들이 목줄이 묶이며 감금되고 식용화됐습니다. 그러나 86년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돼지콜레라운운하던 1990년대초,그리고 급기야 외환위기로 야기된IMF체제를 거치면서 우리의 생활은 다뱡면에서 떠밀리듯 급속도로 외래화되며 바껴졌습니다. 그중 외식산업은 특히 많이 바뀐것중의 하납니다. 광고나 오락프로그램은 온통 육류요리와 시식으로 채워지고 단체급식을 비롯해 밖으로 나가면 온통 육류식당, 수족관에 물고기들을 가둬놓고서 그생물을 건져서 산체로 절단해먹고 튀겨먹고 회쳐먹는 일식당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거대한 세계육류시장을 장악하는 사람들의 시장을 계속 확산시켜주고 그 수하에서 기생하는 육류화 담당업의 우후죽순격 시장진입과 거기에 편승하는 우리들, 그속에서 동물생지옥은 거대해져가고 있습니다. 식생활의 회귀화와 모든 동물과의 공생이 우리가 해야할 최급선무의 실천의무입니다.


최연정 2018-03-01 13:57

정말 감사합니다. 삐용아, 이제 행복만 하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