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구시대적 동물외교 이제는 그만해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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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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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구시대적 동물외교 이제는 그만해야

지난달 중앙아시아 순방을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 부부로부터 투르크메니스탄 국견 알라바이 2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대통령실은 실내에 적합하지 않은 알라바이 특성을 고려하여 관저에서 생활하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모래 바닥으로 구성된 외부시설로 옮길 예정이라 밝혔고, 현재 서울대공원이 유력한 곳으로 언급되고 있다.

국제외교에서 우호 관계를 높이는 수단으로 동물을 주고받는 관례는 오랫동안 이루어져 왔다. 동물외교가 지니는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양국간 협력을 부드럽게 이끌어주기도 하고, 멸종위기종을 들여와 생물다양성 확보를 가능케 하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각 외교사절을 통한 동물외교가 등장하지만 주고받던 '선물'인 동물의 운명은 정치적 관계에 따라 좌우된다. 요나라를 배척했던 당시 고려 정권은 요나라가 보낸 낙타 50마리를 굶겨 죽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에 들어 외교선물인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학대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당시 대통령 퇴임 이후 그들의 처우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되어 왔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의 퍼스트독 거취는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북한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2마리가 국가기록물이라는 이유로 개인 입양이 불가능하자 광주 우치동물원에 대여형식으로 보내졌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북한에서 선물받은 풍산개 2마리 역시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졌다.

외교 행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사전에 통지되고 조율된다. 이번 투르크메니스탄 방문 시 사전 고지되었을 테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외교선물로 오고간 개들의 향후 처우를 모를 리 없으면서도 그대로 수용한 것은 공공연히 동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낸 대통령 내외의 행보에 반하는 근시안적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일정 기간 이후에는 개들을 외부에서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보내겠다며 파양을 대대적으로 예고까지 하고 있어 암담할 지경이다.

이제는 구시대적 외교관례를 끊어내야 할 때다. 특히 인간과 교감하며 반려동물로 살아가는 개를 국가 간 호의를 표하는 “물건”으로 치부한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 팔에 안긴 어린 개들은 화려한 행사의 일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동원되고 이후 동물원의 전시동물로 전락하고 마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삶이 된다는 현실을 이제는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알라바이 개들의 거취를 동물원이 아닌, 반려동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에 만전을 기하고, 동물외교의 폐해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반영하여 앞으로도 있을 외교의 장에서도 구시대적 답습을 끊어내는 선례를 남기길 바란다.

2024년 7월 1일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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