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뒤늦은 이력제 도입을 환영하며 정부는 과감하게 경매업 퇴출하라.
농림축산식품부가 30일 '반려동물 영업 관리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반려동물 영업이 빠르게 증가하며 무분별한 반려동물 생산·판매 등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되자 반려동물 이력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신종 펫숍 등 변칙 영업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너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도입되는 반려동물 이력제가 생산-유통-판매 시스템 속의 동물학대를 제어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라며, 학대를 보호로 위장해 시민을 속여 돈을 갈취 해왔던 신종 펫숍 영업 근절 움직임을 환영한다.
이번에 발표된 반려동물 영업 관리강화 방안에는 △반려동물 생산·판매 구조 전환 △보호소 위장 변칙영업 근절 △영업장 사육 동물 학대 처벌 및 관리 강화 △불법영업 집중 단속 및 교육·상담 강화 등 4대 전략 및 이를 위한 13개 세부 추진 과제가 담겼다.
동물생산업을 포함하여 현재 영업장의 동물 관리는 마릿수를 포함하여 누가 누군지 확인할 방법 없이 오직 영업자에 의존해 왔으며 모견 착취나 폐견 학대의 문제가 감춰져 왔다. 정부는 동물생산업소의 부모견을 동물등록 대상에 포함시키고 생산-유통-판매 시스템상 개체 이력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모견 등록번호와 자견 개체번호를 연결시켜 이후 보호자 동물등록시에도 연동시킨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내용의 반려동물 이력제는 생산업 동물등록제 의무화 시행규칙을 2024년 1월 확정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 2026년까지 동물생산업소의 부모견 동물등록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브리더 중심의 생산-판매 전환을 검토중으로, 영업자의 온라인 과대광고 행위를 제한하고 대면판매를 명확히 하며 온라인 광고 모니터링 실시 등 행정지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반려동물 생산자가 직접 동물을 판매하지 않고 경매장과 펫숍 등의 유통단계를 거치는 게 일반적으로 이같은 유통업 중심의 판매 시스템은 중간 마진을 뜯기게 되는 생산자가 더욱 많은 수의 동물 번식과 자견 판매로 영업상 이익을 보전하고자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국내 반려동물 경매업은 18개 경매장이 독식하며 판매 연결 만으로 마릿수당 11%의 수수료를 취하는 등 중간에서 많은 수익을 독차지하고 있다. 경매장과 펫숍 업자들의 이익집단인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는 불법 동물생산과 신분세탁으로 최근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경매장을 뒷받침 하고 있는 핵심 세력으로서, 국내 경매장의 33.3%인 6개 경매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후진적인 경매업의 존속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정부는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경매업 퇴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영업 목적의 펫숍이 실체이면서 마치 보호소인 것처럼 위장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고 동물을 판매하거나 파양 동물에 대한 학대를 서슴지 않고 돈을 벌고 있는 신종 펫숍을 규제하고자 영업 공간과 비영업 공간의 시설 분리 및 보호시설 위장 판매시 처벌 조항을 도입한다. 또한 '보호소', '안식처' 등 명칭을 불문하고 민간 동물보호시설의 영리 목적 운영 홍보를 제한하고 파양을 원하는 보호자가 변칙 영업으로 가지 않도록 민간 동물보호시설에서 파양동물을 수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조를 요청하는 국내 위기동물 문제가 끊임없어 민간 동물보호시설의 대다수가 이미 포화 상태인 현실에서, 파양을 원하는 보호자의 반려동물까지 민간 동물보호시설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정부는 안락사를 포함, 발생 유기동물의 50%를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도 반려동물 상품화, 그것도 대량생산 대량판매 시스템을 허용하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무분별한 반려와 파양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규제 노력은 반갑지만 이미 자금력을 갖추고 브랜드화 된 신종 펫숍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영업장의 분리만으로 난립하는 신종 펫숍 문제를 제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밖에도 생산업소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의 질병·상해시 수의사 검진 및 내역 기록관리가 의무화되고, 노화, 질병 등 쓸모가 다한 동물의 유기나 폐기 목적 거래시 처벌 규정이 벌금 300만원 영업허가 취소로 강화되며, 동물전시업은 허가제로 강화되어 사육 동물 관리 기준이 마련되고, CCTV 설치 대상 업종은 생산·수입·전시업 등이 추가되어 전체 8종의 반려동물 영업으로 확대된다.
반려동물 대량생산 대량판매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동물권행동 카라는 경매업 퇴출과 사단법인 반려동물협회 해체 운동을 시작했으며, 최근 경매장에 자견을 불법 출하해오던 보령의 무허가 번식장에서 동료 단체들과 함께 540마리 역대급 구조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연천의 허가 번식장에서 번식 기계로 학대 받다 사망한 한국의 '루시'를 기리며 출발한 '루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생산-유통-판매 시스템 속의 감춰진 동물학대는 2018년 경매업이 판매업으로 편입되며 더욱 위태로워졌다. 무허가 번식장뿐만 아니라 허가 번식장에서도 학대와 편법이 난무하고, 경매장 또한 불법 동물생산의 온상인 상황에서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만으로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동물 생산 판매 구조를 과감하게 조정하고 지금 당장 경매업을 퇴출시키지 않는다면 안그래도 후진적인 반려동물 영업의 폐단이 극심한 속에서 대한민국 동물보호는 다시 먼 길을 돌아가게 될 것이다.
2023년 8월 31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