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빈번한 국가 재난,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통합 위기관리 체계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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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경남 산청에서 산불이 시작된 이래, 경북 의성군, 울산 울주군,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지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산림 8,732헥타르(여의도 면적의 약 30배)가 화마에 소실되었으며 진화작업에 투입된 4명의 소중한 생명까지 잃었다. 그럼에도 산불은 최고 위기 단계로 상향되어 국가재난이 선포되며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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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경북 울진군에 발생했던 산불은 9천억 원의 재산 피해와 16,300여 헥타르의 산림 소실을 야기했다. 이로부터 3년이 흘렀지만 통합 위기관리 체계는 여전히 부재(不在)하다. 화마를 피해야 할 생명과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생명을 분리하는 위기관리 체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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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울주군 등 산불화재 현장을 방문한 루시의 친구들은 대피소에 함께 입소하지 못한 이재민 가정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구호 지원을 진행하였으나 의성군수로부터 “사람이 우선 아닌가”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의성군이 노령인구가 50%에 이르러 동물들의 대피 지원이 절실하지만 그런 배려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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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현장 루시의 친구들 구호 활동 소개◀
1. KK9R : 화상과 사망 위기의 출산 임박 만삭 어미견 2마리 및 어미와 젖먹이 새끼 총 19마리 구조
2. KDS :화상을 입은 개농장 방치견과 화상 치료를 요하는 3마리 진도혼종 구조, 현재 2마리에서 파보 장염 검출
3. 유엄빠 : 쇠목줄로 상해와 화상을 입은 채 새끼를 돌보는 어미와 자견 5마리 구조
4.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 동물구호단체 3677과 더휴 24시 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 조력으로 동물 구호 활동 지원
(*전신화상 고양이 1마리는 고양이 전문보호단체 레이에서 구조 치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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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에서 유기동물이나 위기의 반려동물들을 구호조치 하며 지원해야 할 의성군 보호소는 폐사와 안락사가 입양의 6배에 이르는 등 제 역할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인데다 방치된 개농장까지, 이 어려운 동물구조 활동은 오롯이 민간 단체의 몫으로 남겨졌다. 국내 입양이 거의 불가능한 개들을 구조한 단체들은 막대한 치료와 돌봄을 또다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들을 민간 동물단체가 떠맡아 진행하는 이런 방식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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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소유자 등은 재난 시 동물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진대책법」 「재해구호법」 등에는 동물 구호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행정안전부 공식 홈페이지의 <재난시 비상대처 요령>은 수년째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란 문구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18년 재난 시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동행 피난’을 공식적으로 권장하였고, 지자체들도 재량껏 본 원칙에 따라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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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발생한 울진 산불로 정부는 재난시 동물보호 방안 마련에 돌입하겠다 공언한 바 있으나 3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바뀐 건 없다. 언제까지 피해동물의 구조, 치료를 민간단체 몫으로 떠넘길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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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히고 매여 불에 타거나 물에 빠져 죽어도 되는 생명은 없다. 재난의 시대, 이제는 반려동물부터 농장동물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동물 대피 및 보호 체계가 반영된 통합 위기관리체계 수립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는 미약할지라도 사람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위한 재난대응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라. 루시의 친구들은 산불 진화작업중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산불의 조속한 진화를 기원하며 앞으로 일어날 재난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모든 노력에 힘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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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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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