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족제비들을 위해 ‘족제비 굴’ 배려해 준 어린이 미술관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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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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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과 공존은 위기가 아니라 행운이었다>

요정처럼 나타났다 어디론가 사라진 족제비 가족, 그들과의 우연한 만남 후 고민 끝에 족제비 굴을 마련해 배려하며 공존을 모색한 미술관이 있어 소개 드립니다!

카라는 84일 족제비 가족이 살고 있다는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헬로우뮤지움에 방문했습니다. 헬로우뮤지움은 족제비 가족의 출현으로 인해 임시로 휴관을 하고 있었고 미술관 측은 앞으로 대책을 위한 논의를 위해 카라에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생명다양성재단의 김산하 박사님과 동물권행동 카라 박종무 이사님도 족제비 가족을 위한 대책을 위해 동행해 주셨습니다.

미술관 측에서 족제비를 포획하기 위한 시도가 몇차례 있었고 지하에 있는 작은 통로를 통해 족제비 가족이 들어왔다고 생각해서 통로도 막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족제비 가족이 아직 밖으로 나가지 못했거나 뜨거운 여름 족제비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를 빼앗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족제비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CCTV를 통해 확인된 족제비 가족은 총 5마리로 지하 1층 전시실을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전시실을 찾아왔을까요? 하지만 며칠 동안 자주 모습을 보였던 걸 보니 미술관이 머무르기엔 적절했나 봅니다.

카라와 박종무 이사님 그리고 김산하 박사님은 어린이도 안전하고 족제비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미술관 내부와 그 주변을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미술관 앞으로는 차가 쌩쌩 달리는 8차선 도로였습니다. 그러나 미술관 주변과 뒤쪽은 전혀 다른 풍경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오래된 기와집이 새로 지은 건물들이 사람 하나도 들어가기 힘든 좁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빼곡하게 도시 공간을 채우고 있었으며, 그 뒤로는 아파트와 작은 녹지 등이 있었습니다. 족제비들은 개발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살 곳이 부족했거나 복잡한 환경에서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를 포식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카라와 생명다양성 재단, 그리고 헬로우뮤지움이 조사를 마치고 다시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리고 이 족제비들은 자연스러운 도시의 야생동물 친구들이며 이들을 쫓아낼 필요도 그럴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리고이 미술관에 족제비가 찾아 온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얼마든지 공존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곧 이어 공존을 위한 실질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족제비는 잔인한 강제적인 방법이 아닌 자연스러운 포식 활동으로 쥐를 억제하는 방역 요원입니다.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직접적 위협이 아니고선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 쥐의 방역을 위한 독극물 살포등을 오히려 막아 주는 고마운 존재일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되었습니다. 주변의 서식환경을 고려할 때 이 미술관은 바로 앞 8차선 도로와 개발된 아파트 단지로 족제비들이 위험한 영역이동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며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 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무엇보다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카라와 생명다양성재단에서는 족제비와의 공존과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번에 폐쇄했던 구멍을 다시 뚫고 대신 문을 달아 미술관으로는 족제비가 나올 수 없도록 막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대신 공간 안쪽은 위기에 몰린 족제비 등 야생동물들을 위한 공간으로 철저히 배려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헬로우뮤지움은 기존에도 어린이들에게 지구 환경의 중요성과 생태적 삶을 자연스럽게 체득도록 하는 감각적인 전시 기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미술관에는 미술관 정책에 따라 모피를 착용하고는 입장할 수 없다는 원칙(fur free)도 천명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미술관이라면 선택이 어려울 수 있는 방법이었음에도 카라와 생명다양성재단이 이런 특단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그리고 미술관은 우리들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논의가 끝나고 헬로우뮤지움은 막아두었던 연결통로에 족제비가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을 남겨두었고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방도 따로 마련하였습니다. 1층에는 족제비 가족을 위해 편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야생동물과 공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산하 박사님의 교육을 시작으로 생태와 자연에 대한 전문가들을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은 흔히 도시와 분리되어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물 사이에 마련된 작은 풀숲에도 전깃줄이 오가는 하늘 위에도 야생동물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족제비 가족으로 인해 휴관까지 결정했던 헬로우뮤지움은 야생동물과 공존을 통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했으며 미술관 지향하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족제비 가족에 대한 헬로우뮤지움의 대처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의 올바른 예가 아닐까요?


동물권 행동 카라는 지금은 보이지 않는 족제비 가족의 안녕을 바랍니다.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우리와 우리의 소중한 어린이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헬로우뮤지움이 우리사회에 보내려 한 작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러나 울림이 큰 메시지를 여러분들과 공유합니다.

8 29일 수요일, 이토록 소중한 헬로우뮤지움에서 소중한 강의가 열립니다. 주변에 사시거나 어린 자녀의 인성교육을 고민하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또한 족제비 가족을 위해 마련된 족제비 굴이 궁금하시거나 이들에게 행운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강의에 참석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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