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에 대전 오월드에서 발생한 비극, 뽀롱이의 사살에 대한 시민과 여론의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당시 동물원 페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에 65,000분이 서명을 하는 등 다수의 동물원 폐지 청원이 있었습니다. 9월 28일 뽀롱이가 화장된 지 오늘로 꼭 한 달이 되었습니다. 오월드는 한 달간 부분 폐쇄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뽀롱이의 수목장이 치러진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과연 동물원의 개선을 위한 실질적 논의와 합의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뽀롱이 사살 사태를 돌아보고 이후 한국 동물원의 향방에 대해 어려분과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동물원 내에서 사살되기까지 뽀롱이의 죽음으로부터 많은 분들이 동물원에서의 야생동물의 삶과 복지에 대해 ① 동물원 전면 폐쇄 (동물원 무용론)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냄 ② (폐쇄와 개선 등)- 동물원의 발전적 개혁과 자연 생태계 보전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러한 소중한 움직임이 동물원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의 향상과 실질적인 야생동물의 복지 개선으로 꼭 귀결되기를 바랍니다. 뽀롱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카라와 고민을 함께 해 주세요. |
환경부에서 파악한 한국 동물원들은 약 75개입니다. 대전 오월드는 대전도시공사 소속입니다. 과천 서울동물원이 서울시 소속이며 서울어린이대공원이 서울시설공단 소속인 것과 비슷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동물원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이 제정되어 있습니다. 이 법의 주관부서는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입니다. 동물원법은 2016년 제정된 신생 법률로서 제정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동물원법 제정 당시 대표적 체험동물원(Open Zoo)인 테마쥬쥬 개선을 위한 카라의 활동이 큰 동기와 이슈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카라는 테마쥬쥬와 4년에 걸친 소송을 겪게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대공원내 동물원과 대전오월드의 위상 - 도시 시민들의 휴양과 위락을 위한 시설 중 하나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동물원이 종보전이나 교육 연구의 기능을 제대로 지원 받으며 수행할 수 있을까?
현행 동물원법은 벌칙까지 18개 조문으로 이뤄진 미니 법령입니다. 이에 따라 동물원들은 기초적인 인력 및 시설 등을 갖추면 등록과 ‘영업’이 가능합니다. 동물원법에 따라 환경부장관과 해양수산부장관은 동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으며 시•도지사도 동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동물원과 관련한 계획수립과 시행 등에 자문을 구할 수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더욱 문제는 한국에 야생동물 생태전문가들 자체가 매우 희소합니다.
시설이나 인력 기준이 미비하다보니 야생동물들의 보호와 보전은커녕 ‘관람 수익’을 목적으로 한 실내 동물원의 난립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실내 동물원들은 그 자체로 동물학대 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는 동물원들이 종보전•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효과적으로 지원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보유 생물의 적절한 보전, 증식 및 질병의 치료 등에 필요한 기술과 경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진정한 생태동물원으로 전환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으로는 어림없습니다.
동물원 밖으로 나가보면, 산양 서식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 등 국토 어디나 개발과 개간의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위협합니다. 고밀도의 공장식 사육을 지탱하기 위해 철새도래지에는 소독제가 사육장에는 생석회가 뿌려지고 있으며 생산성에만 초점을 맞춰 농장동물의 생물다양성마저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생태환경은 점점 빈곤해지고 있습니다. 국립공원마저 휴식년 제공 등 탐방객들을 제한하는 과단성 있는 정책이 없어 과연 동식물 자원이 제대로 보전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퓨마 사냥 필요성을 주장하며 사냥 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하는 책자와 오레곤 주의 퓨마 사냥 타켓지역(붉은 빗금 지역). 미국 대부분의 주가 퓨마의 사냥을 허용한다.
오월드 퓨마 사살 사건은 국가적으로 미비한 동물원관리의 수준과 문제점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더하여 동물원 폐쇄 여론까지 등장한 만큼 이후 야생동물 보호와 공존을 위한 고민까지 이어가야 할 사안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뽀롱이 사살사태에서 도출된 문제점들을 알아보고 이후 제시된 시민들의 의견들을 바탕으로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고민과 실천 방안들을 여러분과 공유 하고자 합니다.
1. 반복되는 동물원의 안전관리 부재
야생동물은 예측 불가능하고 그 힘과 민첩성이 사람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퓨마만 해도 순간 수직 도약거리 4미터, 수평으로는 최대 12미터를 도약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 따라서 평소의 안전관리가 동물과 사람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그러나 사육사의 사망이나 동물의 사육장 이탈 등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예방적 안전관리가 매우 미비합니다. 야생동물 사육장에는 반드시 2인 1조로 들어가야 하며 사육장 잠금장치도 이중 점검되어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가장 기본적인 인력과 시설 정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이 현재 한국 동물원들의 실태입니다. 이대로라면 동일한 문제가 또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2. 뽀롱이 생포 실패
오월드의 매뉴얼에 따르면 일몰 후 ‘맹수’가 탈출하였을 경우라면 ‘사살’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뽀롱이가 처음 탈출했을 때 동물원에서는 생포를 위해 노력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취총 그믈총 서취라이트 등 일체의 수색장비가 너무나 미비하고 안전생포를 목표로 한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480여 명의 인력이 효과적으로 배치되지 못하여 동물원 외곽으로의 이동을 막기 위한 경계지역 배치와 촘촘한 수색망으로 뽀롱이를 포획 장소로 몰아 차분하고 조직적으로 생포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수색견의 투입은 동물을 자극하기 때문에 생포를 포기한 시점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수색견이 적절한 시점에 투입되었는지도 의문입니다. 뽀롱이를 발견한 후 사살을 하기보다 다시 한 번 마취 시도를 하지 않았던 점도 여전히 안타깝습니다. 퓨마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사냥감과 비슷한 크기이거나 행동을 보이는 경우, 즉 홀로 있는 어린이나 뛰어 달아나는 사람 등의 경우가 대부분이며 어른 집단을 공격한 경우는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 동물원 폐쇄 청원의 타당성
오직 인간들의 여흥을 위한 야생동물 전시 감금 시설들이 난립되고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속칭 체험 동물원들은 동물의 생태와 무관한 비교육적인 동물 남용 및 학대 시설들이지만 현행 법률이 이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동물 전시 감금 시설들은 현재 동물원들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 즉 야생동물의 종보전과 연구 그리고 동물보호와 생태에 대한 교육의 기능을 전혀 수행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동물과 그들의 생태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동물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저해하기 때문에 동물보호복지의 흐름에 역행합니다. 따라서 특정인이나 집단의 영리를 위한 이런 형태의 동물원들은 시민들의 주장과 같이 폐쇄되어야 합니다.
4. 동물원의 역할에 대하여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는 인간의 개발과 목축으로 인해 점점 줄어들어가며, 도로의 건설로 파편화되어가고 있습니다. 한때의 편의적인 판단에 의해 유해야생동물로 낙인찍힌 동물들은 무차별 살상의 대상이 되고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호랑이 늑대 여우 표범이 멸종되었습니다. 다시 서식지를 잃은 멧돼지와 고라니가 도심으로 내려와 사살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퓨마는 아메리카대륙에 분포하며 남미에서는 퓨마를 신성시하지만 북미 대부분의 지역과 캐나다는 그렇지 못합니다. 퓨마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곰, 늑대 다른 퓨마에게서 입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죽어가지만 가장 큰 위험요인은 인간 활동에 따른 극심한 서식지의 축소입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퓨마의 사냥을 허용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가축의 살상, 반려동물의 살상, 엘크 등 사냥감의 포식, 퓨마 개체군의 증가 등의 이유입니다. 일부 주에서는 심지어 사냥개 몰이사냥을 허용하기도 하며 연중 모든 계절에 사냥을 허용합니다. 이렇게 연간 수천마리의 퓨마가 사살됩니다.
이러한 때, 동물원이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 돌아갈 자연이 없는 이들을 위한 보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들은 동물의 본연의 생태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서식환경이 전혀 다른 동물들의 컬렉션을 포기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 대신 토종 동물들에 대한 야생동물 생츄어리, 즉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태국의 코끼리 자연공원이나 중국 청도의 곰 보호소가 중요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5. 동물원 허가제의 시급성과 국가의 역할
국가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동물원이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종보전과 연구 그리고 교육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부적절한 체험 동물원들을 모두 폐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동물원 허가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허가제로 부적절한 시설들을 폐쇄시키는 한편 최악의 학대 상황에 놓인 540마리 사육곰 보호를 위한 과단성 있는 정책, 케이블카로부터 설악산 산양 서식지를 지키는 구체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국립공원에 휴식년을 주거나 더 이상의 난개발을 막음으로써 야생동물과 인간이 분쟁에 이르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의 몫입니다. 특히 동물원 허가제 추진과 관련 고래류, 북극곰이나 코끼리, 사자처럼 한국의 기후와 환경에 맞지 않는 동물들의 전시는 최단시간 내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돈을 들여 해외 선진국의 예와 같이 생태적 환경과 유사한 생츄어리 시설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동물원들은 토종 동물들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종보전과 생태연구에 매진하도록 합니다.
뽀롱이 사태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슬퍼해 주셨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부적절한 전시를 통해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소위 체험 동물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우리부터 먼저 이런 시설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동물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 행보입니다.
부디 이번 뽀롱이 사살 사태가 또 한 번의 비극적인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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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미 2018-11-02 20:10
어린이 교육을 위해 동물원을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체험 동물원또한 어린이의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린이들이 실내에 갖혀있는 동물을 구경하고 동물을 자기 마음대로 만져본다면 어른이 되어서 동물은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물건 쯤으로 여기게 되지 않을까요. 동물이 원래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 있고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들도 이 땅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게 더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