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야생동물이라는 이유로 방조망에 걸려 구조되지 못하고 죽어간 비둘기"
서울 마포구 양화진 공영주차장 옆에 위치한 양화대교 교각 위에는 조류의 진입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방조망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과 밖에서 비둘기들이 구멍에 발이 엉킨 채 그대로 죽어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활동가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7~8개의 방조망이 설치되어 있었고, 교각과 상부구조 사이의 틈새로 비둘기 수 마리가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이미 현장에서 2마리의 비둘기가 방조망에 걸려 죽어있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한마리는 방조망 안에서, 한마리는 밖에서 망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도 이렇게 죽어있는 비둘기를 목격한 한 시민이 서울교통공사에 신고하면서 구조를 요청하니 "유해야생동물이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환경부는 집비둘기, 까치,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까마귀 등 일부 동물들을 일정 수준의 피해를 가하는 상황에 따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도심지에 쉽게 볼 수 있는 집비둘기는 서식밀도가 높아 분변 및 털날림으로 건물 부식 등 재산상 피해를 주는 상황을 반영하여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었고요. 각 지자체는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민원을 접수하면 정해진 구역 내에 허가 받은 사람이 한정된 개체수만 포획할 수 있도록 하고, 허가없이 임의로 포획하거나 죽이는 행위를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해야생동물이 죽을 위험에 놓여 있어도 방치할 수 있다는 조문은 현행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묵과하지 않고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가 보편적인 생명윤리입니다. 너무도 상식적이고 마땅히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교통공사 측이 보인 답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난 3일 카라는 현장을 돌면서 발견한 2구의 비둘기 사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며 입장을 물어보았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번주 안으로 방조망을 걷어내 교각 안에 있는 비둘기들을 밖으로 빼내고 다시 방조망을 설치할 것이라 답변했습니다. 결국 방조망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방조망을 설치한다면 어디에 있을지 모를 틈 사이로 비둘기가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고 폐사하거나 밖에서 교각에 접근했다가 발에 그대로 걸려버릴 위험이 높아보였습니다. 이를 전달했음에도 서울교통공사 측은 올해 10월부터 새롭게 설치한 구조물이고, 한정된 예산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생명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순 없습니다. 방조망이 비둘기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 방조망 설치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대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조류 진입방지 스파이크(bird-proofing spike)나 교각과 상부구조 간 사잇공간에 맞게 세우는 철제 매쉬(bird mesh) 등으로 방조망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한 예산 확보도 필요할 것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불필요한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대안을 강구하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빠져나오지 못한 비둘기들과 좌측 이미 폐사된 것으로 보이는 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