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법칙’은 과연 어떤 법칙을 제시했는가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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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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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법칙은 과연 어떤 법칙을 제시했는가

 

생태계교란종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모습이 예고편으로 방영되어 규탄받았던 SBS ‘공생의법칙이 지난 120일 종영하였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의 목적을 생태계 교란종의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고 조화로운 공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지만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란 무차별적으로 동물을 죽이고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 이였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당시 동물권행동 카라는 출연진과 제작진이 뉴트리아를 마구잡이로 몰아 거칠게 잡아채고, 큰입베스를 줄줄이 엮어 패대기치는 등 가장 기본적인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일말의 고민 없이 생명을 혐오와 학대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제작 방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카라는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라 국립생태원의 자문 내용과 특히 포획과 관련된 자문 내용에 대해서 질의했고 해당 프로그램의 방영 취소 또는 재편집 및 재촬영 여부에 대해 답변을 요청했었으나 제작진 측으로부터는 자연환경의 중요성과 인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 인간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인도적인 기준과 대안을 담아내려 했다 는 등의 최초 문제 제기 이전에 밝혔던 방송 취지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투적인 답변만이 돌아왔으며, 카라에서 질의한 내용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없었습니다.


결국 우려했던대로 본방송에서는 최초 카라에서 문제 제기를 할 때 예시를 들었던 예고편의 몇몇 자극적이고 비인도적인 일부 장면을 편집한 채 등검은말벌, 뉴트리아, 큰입베스, 황소개구리, 미국가재 등의 생태계교란종이 철저하게 절대악으로 연출됩니다.

   


방송에서 다룬 10여 종의 생물은 모두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해당 사실에 대한 내용은 중간 중간 스쳐지나가듯 보여지고, 방송의 대부분은 무차별적으로 사냥당하는 생물들로 채워지며 그 모습은 정의로 포장되어 연출되었습니다.

 

생태계교란종이 토종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 문제를 좌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보다 심도 있는 성찰과 숙고 없이 비인도적이며 자극적인 포획 장면만으로 점철된 본방송의 내용은 생태계교란종 문제에 있어서 결코 인간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기준과 대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은 현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토종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토종 생물종뿐만 아니라 해당 생물종들 또한 인간의 과오로 인한 희생양이자 피해자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할 자세는 그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도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지 생명체에 대한 살생을 의로운 행동으로 얻어낸 트로피쯤으로 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조화와 공생이라는 막중하고도 어려운 과제를 한 때의 자극적인 유희로만 소비된 결과를 자아내진 않았는지, 모든 생명체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진정한 공생을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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