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해충 지정 조례는 발의되면 안됩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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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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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해충 지정 조례는 발의되면 안됩니다

얼마 전 서울시의회가 '러브버그'라고 불리우는 '붉은등우단털파리'를 해충으로 지정하는 조례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도에 최초로 발견된 러브버그는 2022년 무렵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체수가 폭증하는 '대발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매년 여름철마다 꾸준히 도심을 뒤덮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폭증한 관련 민원 등을 근거로 서울시의회는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지정하여 살충제 등을 이용한 '화학적 방제'를 포함한 방제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생태계에서 러브버그의 역할은 익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러브버그의 유충은 썩은 식물을 주식으로 삼는 분해자 역할, 성충은 식물들의 수분을 돕는 수분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러브버그 대발생으로 인한 시민들의 스트레스도 정신적 질병의 하나로 보고, 정신적 질병을 유발하는 것까지도 해충의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러브버그 대발생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하는 한편, 앞선 2020년 서울시 은평구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벌레'의 대발생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대발생한 대벌레를 죽이기 위해 은평구는 막대한 양의 살충제를 살포했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 이후 3년간 은평구의 ‘봉산’에만 무려 9,200L의 살충제가 살포되었습니다. 이 살충제는 모두 ‘비선택 살충제’로, 대벌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곤충을 함께 죽입니다.

살충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자 숲 곳곳에 끈끈이 트랩도 설치했습니다. 끈끈이 트랩 역시 수많은 다른 곤충들과 야생 조류들까지도 피해를 입히고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깨져버린 생태계 균형 속에서 러브버그가 대발생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은평구는 2022년 러브버그 대발생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경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여파를 고려하지 않은 구식 행정의 결과로 서울에 얼마 없는 녹지가 초토화되었고 생태계는 뒤틀리고 있으며 그 대가는 또 다른 동물들과 시민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러브버그 대발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분별한 방제로 인한 연쇄반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러브버그를 대규모 방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련 민원 폭증 등을 근거로 해충의 제도적 범위를 넓히는 것은 개정 취지와 무관하게 “벌레가 많으면 약 치세요” 수준의 행정의 고착화와 생태계 교란이라는 결과 밖에 낳지 못합니다. 친환경적 방제 ‘권고‘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근거부터 생긴다면 관성적인 화학적 방제가 횡행할 것이 자명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존’과는 대척점에 서있는 '일방적인 배제'가 됩니다. 앞으로 해충, 유해야생동물 등 우리 인간의 이해와 입맛에 맞는 '유해'를 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선례이자 근거가 될 것입니다.

서울시의회는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지정하는 조례 추진을 멈추십시오. 그리고 해충의 범위를 넓히는 것에 신중해 지십시오. 눈에 보이면 살충제로 모두 박멸하는 것이 ’관리‘하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생태계 초토화의 일등공신이 되는 것을 멈추고 생명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더 나은 대안을 위해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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