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과 17일 새벽, 카라가 급습한 고양시 용두동 도살장, 의정부 신곡동 도살장 에서 구조한 개들 중에는 한때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덩치가 작고 사람을 무척 따르는 개들도 있었습니다. 써니(신곡동 도살장), 가웰이(신곡동 도살장), 이이(용두동 도살장) 등의 개들이 그러합니다.
카라가 의정부 신곡동 도살장 을 급습했을 당시 활동가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개는 철망 안에 갇혀 있던 테리어 종의 검고 작은 개였습니다.
개들의 분변과 죽은 개들의 털 뭉치, 핏물이 뒤엉긴 도살장 바닥 한가운데에 갇혀 있던 검은개는 도살장 안으로 들이닥친 사람들이 두려워 벌벌 떨며 웅크리거나 겁에 질려 짖어대던 다른 개들과는 달리 활동가들을 보자마자 두 발로 서서 철망에 매달려 꼬리를 마구 흔들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따르는 소위 ‘품종견’이었습니다.
개의 몸은 온갖 오물로 뒤덮여 있었고, 두 발을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밥그릇에 담근 채 동동거리며 활동가들에게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구조가 시작되어 활동가가 철망 안으로 손을 내밀자 그 개는 기다렸다는 듯 얌전히 몸을 맡겼습니다. 활동가의 품에 안겨 가장 먼저 죽음의 도살장 밖으로 나와 햇빛을 보게 된 이 작은 개에게 카라는 “써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밖으로 나온 써니는 활동가들이 준비해온 시원하고 깨끗한 물과 캔을 단숨에 비워냈습니다. 물과 캔을 먹는 동안에도 계속 꼬리를 흔들며 활동가들에게 안기려 하였고, 도살장의 개들이 목줄에 극도로 공포를 느끼는 것과 달리 써니는 놀랍게도 활동가가 채워주는 산책용 목줄에 익숙하다는 듯 몸을 걸고 신나게 산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을 유난히 따르는 성격 덕분에 써니는 카라 활동가의 손으로 도살장의 더러운 오물을 씻어내고 끈적하게 뭉쳐있던 털들도 깨끗이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병원검진에서 써니는 채 1살이 안된 6~10개월령 추정의 어린 개로 확인되었습니다. 바닥에 깔아준 배변 패드에 정확히 소대변을 가리는가 하면 활동가가 챙겨준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에 여념이 없는 써니의 모습은 영락없는 반려견이었습니다.
도살장이나 학대현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젊은 남성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써니는 젊은 남성에
게 각별한 친근감을 보였습니다. 써니의 한때 가족이었던 이는 젊은 남성이었던 걸까요? 인식칩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써니가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유실된 것인지 확인할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배변패드를 사용하는 법을 익혔고, 목욕과 미용, 산책에도 익숙한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가족을 잃은 써니는 식용개 경매장을 거쳐 도살자의 손으로 넘겨졌고, 하마터면 그곳에서 잔혹한 전기도살로 한 그릇의 보신탕이 될뻔하였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써니’들이 가족에게 버림을 받거나, 가족의 부주의로 유실되어 식용개 경매장, 개농장, 개 도살장 등으로 유입되어 잔혹한 도살로 운명을 달리하고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누군가 데려가서 키우겠지, 누군가 발견하여 구조하겠지, 굳이 인식칩을 등록할 필요 없겠지 라는 무책임함과 부주의가 수많은 ‘써니’를 양산합니다
죽음의 문턱을 밟고 생지옥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지만 그저 사람이 좋아 ‘나 여기 있어요!!’ 라고 온몸으로 말하며 먼저 다가왔던 써니. 지옥과도 같던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랄하고 명랑한 써니의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아직 어리고 사람이 마냥 좋은 사랑스러운 써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가족에게 버려지고 식용견으로 팔려 도살될뻔했지만 씩씩한 써니는 다시 반려견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리지만 당차고 사랑스러운 작은 개 써니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써니의 소식은 앞으로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달 초 고양시 용두동 도살장에서 구조한 33마리 개들에 이어 이번 16마리까지, 총 49마리의 동물이 카라의 후원자님들 덕분에 죽음 직전에서 구조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며, 계속하여 많은 관심과 실천적인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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