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에 도살장으로 팔려 온 바둑이, 비니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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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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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이던 작년 여름, 의정부 깊은 숲속에 숨겨져 있던 신곡동 도살장에는 31마리의 개들이 도살을 기다리며 뜬 장에 갇혀있었습니다. 도살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구, 백구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그중에는 유독 몸집이 작고 여윈 어린 개들도 도살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등과 목덜미에 ‘죽음’을 의미하는 붉고 푸른 스프레이를 칠한 백구들 뒤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바둑이 비니, 뜬 장이 아닌 철망 안에 혼자 갇혀 도살장 바닥에 놓여있던 써니가 그러했습니다.

특히 비니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동화책이나 그림에서 많이 보았음 직한 전형적인 ‘바둑이’였습니다. 유난히 비쩍 마른 몸으로 미동도 없이 먼지처럼 처연하게 앉아 있던 비니와 철장 안에서 꺼내 달라는 듯 활동가들에게 꼬리를 흔들던 써니를 어째서 따뜻한 집이 아닌 도살장에서 만나야 했을까요.









현장에서 발견된 도살자의 거래장부와 거래명세표를 열어보았습니다.

“바둑이. 만원”

비니와 써니는 대형 개 식용 경매장에서 만원에 팔려 온 개들이었습니다. 도살자에게 비니와 써니를 가리키며 이 작고 어린 개들은 어디서 데려온 것이냐고 물었을 때, 도살자는 바둑이들은 만원, 이만원에 사 오기도 하고, 큰 개들을 많이 사면 한 마리 공짜로 끼워 주기도 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매년 많이 증가하는 반려 가구 수와 큰 폭으로 성장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그리고 이에 따른 반려동물 복지와 보호에 관련된 다양한 요구의 목소리는 ‘개’라는 동물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비니 같은 어리고 작은 바둑이, 써니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1살도 안 된 개까지도 ‘식용개’로 거래하며 잔인하게 도살한다는 것을 아직 상당수 시민들이 알지 못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도살하는 ‘동물 학대’ 문제를 여전히 ‘먹거리’에 대한 선택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지만 ‘동물 학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큰 개, 작은 개, 어린 개, 소위 품종 개, 바둑이,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도살하며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개 식용’ 은 우리나라 반려동물 복지의 무덤이며, 이러한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반려동물 복지, 보호'의 미래는 요원합니다.


오늘,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는 공감대를 이루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운영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하였음을 밝혔습니다.

더 많은 시민이 ‘개 식용’은 ‘동물 학대’의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그것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여전히 ‘먹는 개는 따로 있다’. ‘먹을 자유 침해다’라고 생각하시는 주위 분들에게 ‘만원에 팔려 온 비니와 써니’의 이야기를 많이 공유해주세요. 

만원에 도살장으로 팔려 왔던 비니와 써니.

지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 되어 행복한 반려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식용견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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