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장과 매질이 삶의 전부였던 도사, 빅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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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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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견보다 큰 개 데인, 도살순서를 기다리며 모든 것을 체념했던 이이, 그리고 오늘 소개할 빅..

이 개들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구조되었다는 점 외에, ‘도사는 사나운 식용개’라는 소위 육견협회의 프레임을 무색하게 만드는 순한 도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들과 함께 #고양시용두동도살장 에서 구조된 개는 모두 33마리이고 그중 상당수가 도사, 그레이트 데인 견종의 초 대형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잔뜩 주눅 들고 위축돼있었습니다. 사람 몸집보다도 큰 덩치를 지닌 이 도사들은 어떤 연유로 이렇게 기죽어 있었던 걸까요.

이유는 매질이었습니다.



카라가 도살장 급습 전 어렵게 촬영한 영상에서 도살자는 도살할 개를 고르며 한 손에는 올무를, 다른 한 손에는 골프채를 들고 뜬장 안의 개들을 가차 없이 내리치고 있었습니다. 매질은 뜬장을 옮겨가며 한동안 계속되었고, 골프채로 매질을 당하는 동안 개들은 도살자에게 반항하거나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매질이 끝나면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올무를 주눅 든 개의 목에 걸고 뜬장에서 끌어 내려 도살작업장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무자비한 폭력으로 개들을 제압하는 도살자, 반복되는 매질과 매질 뒤에 이어지는 참혹한 도살을 지켜보아 왔을 이 도사들에게 ‘두려움’은 이들이 세상을 투과해서 보는 렌즈였던 것입니다.

구조를 위해 활동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두려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관찰하던 도사들은 막상 활동가들이 뜬장에 들어가 자신을 뜬장에서 끌어내리려 하자 무척 두려워했습니다. 뜬장에서 나온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빅 또한 그러했습니다. 두려워하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활동가 손에 이끌려 뜬장 밖으로 걸어 나오는 빅을 보며, 마지막임을 직감하고도 저항 없이 뜬장에서 내려왔을 도사들, 도살 직전에야 맨땅을 밟을 수 있었을 수많은 도사가 떠올랐습니다.


대개 도살장에서 구조되는 개들의 추정 연령은 1세~3세인데 반해 빅은 추정 나이 7세입니다. 빅은 이날 구조된 33마리의 개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며, 체중도 가장 많이 나갑니다. 구조 후 실시한 중성화 수술에서 빅의 고환과 몸 곳곳에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빅은 아마도 개농장에서 번식을 위한 종견으로 쓰이다가 나이가 많아지고 생식기 질환이 발병해 쓸모가 없어지자 도살장으로 보내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비록 도살장의 다른 개들보다 긴 삶을 살았지만  그 시간은 온전히 개농장의 뜬장과 도살장에서의 매질이 전부였을 빅...



이제는 매질이 아닌 사람의 다정한 손길에 익숙해진 빅은 새로운 사람이 보이면 먼저 다가가 자신을 만져달라며 씩씩하게 짖기도 합니다. 비교적 짧은 대형견의 수명을 생각하면 빅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는 모릅니다. 마치 빅도 이런 것을 아는 듯 요즘은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다른 개에게도 사람에게도 적극적인 표현을 합니다.

뜬장, 매질, 도살이라는 학대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도사 빅에게는 사람의 다정한 손길이 가장 필요했던 치유였을지도 모릅니다.





‘식용견’이라는 허상의 굴레를 쓰고 태어나 단 한 번도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 학대로 생을 마감하는 수 없이 많은 도사견.. 조속한 개식용 종식을 통해 이 개들도 사랑받을 권리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더불어, 이제는 사람의 다정한 손길을 받아들여 주는 빅에게 또 다른 더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평생 가족이 생기기를 고대해 봅니다.

🔹 빅 > 수컷(중성화 완료) / 7살 9개월 추정 / 왕크왕귀 사랑둥이 친구

🔹 입양 신청 > https://www.ekara.org/kams/adopt/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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