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도시정비구역 길고양이 돌봄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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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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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서울시 도시정비구역 동물보호활동 시범사업 토론회 후기


도시정비구역 길고양이 돌봄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1960년대부터 시작된 도시개발사업은 전국적으로 신시가지 중심의 도시 확장에 따라 필연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을 곳곳에서 살아가던 길고양이들이 철거되는 자신들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불가피한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람과 다르게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한다 해도 철거가 한창인 원 서식지로 다시 돌아간다거나 새로운 구역 내 길고양이 콜로니(colony/군집)에 흡수되지 못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철거된 건물에 매몰되거나 로드킬을 당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작금의 제도 속에서 길고양이의 안타까운 삶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16년부터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사회적 의제로 확산하여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 개선하도록 활동한 가운데 2020년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 도시정비구역 동물보호활동 시범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맞닥트린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필요한 제도를 논하기 위해 지난 1222, “도시정비구역 길고양이 보호,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임순례 대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재개발 사업을 통해 길고양이에 대한 배려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올해 진행된 사업으로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그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로서 의미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첫 번째 발제자, 카라 김정아 활동가는 서울시 도시정비구역 동물보호활동 사업 경과와 결과,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본 사업을 통해 총 6개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선정하여 신청서 접수 현장조사 및 케어테이커 면담 건설사, 조합원, 해당 자치구 공무원, 케어테이커 등과의 간담회 진행 현장 투입 근거리 이주 모니터링 등 5개 과정을 통해 약 140여 마리의 길고양이 TNR 및 치료를 지원하고, 안전한 이주와 길고양이 보호 관련된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탰습니다. 



발제자 동물권행동 카라 김정아 활동가

 

총 포획된 개체 142마리 중에서 60%에 달하는 86마리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고, 34%에 달하는 49마리가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지역 특성 상 깨어진 건물 잔해로 상처를 입는 개체도 있었지만 구내염 치료개체도 상당했습니다. 도시정비구역의 환경은 그날그날 달라지는 철거 일정으로 길고양이들은 이리 저리 빠져나가야 하는 삶을 살기 때문에 구내염 걸린 길고양이에게는 특히나 안정적으로 약물치료를 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큰 틀에서 길고양이의 안전한 이주를 위해서는 도시정비구역 내 길고양이 TNR은 물론 이주 예정지역 내 길고양이 TNR 역시 필수입니다.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TNR과 돌봄의 기반이 되는 길고양이 급식소의 안정적인 확보일 것이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단순 혐오와 도심 미화를 망친다는 민원 제기 등으로 급식소 확보가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해당 현안은 케어테이커의 길고양이 돌봄활동에 대한 상이한 이해와 함께 자치구의 공원녹지과와 동물담당 부서 간의 상반된 입장으로 원활한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서대문구 홍은13구역] 건설사 대표, 홍은1동 동장, 서대문구청 담당 공무원, 서울시 담당 공무원케어테이커, 동물권행동 카라 등 이해관계자 간의 간담회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내에서 포획틀 설치 중

 

김정아 활동가는 3가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1) 케어테이커는 도시정비구역 내 질환을 앓고 있는 환묘에 대한 책임감 있는 돌봄과 이주과정을 잘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2) 지자체와 자치구는 도시정비구역의 동물보호 활동의 필요성을 공감하여 구체적인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며, 3) 정부는 관할 지자체, 조합, 건설사 등 이해관계자가 서로 협조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서울시 동물복지과 윤 민 주무관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서울시는 자치구 TNR 사업을 이행하면서 직면한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우선 짚었습니다. 길고양이의 번식기 소음이나 싸움, 급식소로 인한 길고양이 개체 증가 등으로 케어테이커와 일반 주민 간 갈등 고조 문제, TNR사업 시 수태 혹은 포유가 확인된 길고양이 제외 여건 및 장마철, 혹서기, 혹한기 등 환경 요인으로 제외되는 사각 상황, 자치구 TNR 사업 위탁사업자에 대한 불신 증폭, 개체수 조절 목적의 TNR 사업 실효성 문제, 유기동물로 구조된 길고양이 안락사 문제 등은 전반적인 길고양이 복지 차원에서 크게 대두되는 문제입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윤민 주무관


윤 민 주무관은 자치구 TNR 위탁사업자에 대한 불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 방식을 최저가 전자입찰에서 평가위원회를 통해 선정하는 방안과 더불어 TNR 이행에 대한 강화된 표준지침을 마련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센터를 통해 길고양이 집중 중성화 동물병원을 적극 운영하고, 길고양이 중성화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과 공원급식소 지원 및 민관 협력 중성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재개발 및 재건축 지역에서의 길고양이 보호활동을 확장하기 위해서 정비구역 사업 매뉴얼 및 사례집 제작을 통해 자치구가 본 사업을 자치구 사업으로 적극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확보된 예산을 통해 손이 닿지 않는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유기동물로 구조된 길고양이를 안락사하기 보다 중성화한 후 구조 장소에 방사하는 방안을 담은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동대문구 휘경동 재개발구역] 밥을 먹기 위해 골목에 나와 있는 길고양이들

 


2008TNR 사업을 관내 전역에 도입하여 실시한 서울시는 포획 개체수라는 정량 결과에 치우치지 않고, 사업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지난 2020년 카라가 진행한 사업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지역과 같이 동물의 안전망이 취약한 환경에 놓인 길고양이에 대한 보호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도심 곳곳의 정비사업을 생각한다면 위기에 놓인 동물보호 사업의 확장은 불가피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동물보호를 실천하는 케어테이커들의 역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특히 폐허를 방불케 하는 도시정비구역 내 길고양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하루에 몇 시간을 돌봄에 할애할 뿐만 아니라 사비를 들여 사료를 사거나 환묘들을 치료해 주기도 합니다. 상당한 부담이 되면서도 이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케어테이커 덕분에 도시정비구역 동물보호활동 시범사업이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동대문구 휘경동 케어테이커 최혜민님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 2명의 케어테이커 발표가 있었습니다. 동대문구 휘경동 재개발구역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최혜민님. 오랫동안 길고양이 돌봄을 했지만 잡혀있지 않은 체계 속에서 매뉴얼의 부재를 느끼면서도 주어진 상황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돌봄이 가능했던 경험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특히 계류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휘경동 재개발구역은 이주한 주민의 공가를 허락받아 계류장으로 활용함으로써 환묘들의 안정적인 회복기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건물 철거로 고양이들의 계류장이 없어져 다급한 상황을 겪거나 다른 계류장을 급히 구해도 일시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아 불안한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재개발 지역의 안정적인 계류장 확보, 길고양이 학대 방지 홍보, 자치구의 허가를 받은 급식소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중랑구 중화1재정비구역 케어테이커인 양미연님은 2018중랑길친이라는 소모임을 결성하여 길고양이 돌봄 및 캣맘 지원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활동 속에서 도심 내 동물과의 공존이 어렵다는 현실을 밝히면서 재개발지역 길고양이 이주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치구와 조합의 비협조적인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중랑구 중화1재정비구역 케어테이커 양미연님

 

도시정비구역 길고양이 이주계획에 있어서 중랑구의 도시계획과/ 공원녹지과/ 동물복지팀 등 3개 부서가 연결되어 있지만, 길고양이 이주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도시계획과, 민원 발생을 꺼려해 공원 내 급식소 운영을 불허한 공원녹지과, 이주지역 급식소 확보 요청에 침묵하는 동물복지팀의 비협조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이익집단인 조합은 동물보호 활동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가중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제도적, 행정적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 도시계획 단계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의무화하고, 재개발재건축 지역 내 동물이주 및 보호에 대한 정책과 매뉴얼 수립

* 지역 내 케어테이커 그룹의 양성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이들을 통한 동물보호사업 마련

* 자치구 부서 간 이해의 차를 좁히기 위한 방안 마련과 동물의 생명존중 교육의 필요성 마련

* 큰 틀에서 마련된 동물보호정책으로 조합/시민과 공조를 용이하게 할 법령 마련 


도심 속에서 자생하는 길고양이에 대한 여러 이슈들이 많고, 그만큼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안 마련은 필수이며 시급한 과제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길고양이를 돌보는 케어테이커들의 목소리가 이번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시책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케어테이커 두 분의 토론 후 이플동물병원 원장, 서정주 수의사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와 지자체 TNR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정주 수의사는 재개발재건축이라는 위험한 환경 속의 길고양이 치료 안정성을 피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의사의 수술 능숙도, 길고양이의 건강상태, 수술 후 사양관리 등 수의학적 조건 외, 필수적인 요소들을 전했습니다


이플동물병원 원장 서정주 수의사

 

먼저 지자체 TNR 사업 위탁병원을 입찰로 선정하여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 보다는, 시에서 수술실, 계류장소(직영보호소), 의료 소모품을 지원하고, 지역 수의사회가 자발적으로 수술에 참여, 지역 케어테이커들이 수술 후 관리 및 방사에 참여하는 지자체-수의사회-케어테이커 3자간 공동협력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또한 대만의 사례처럼 TNR된 개체에 마이크로칩 삽입을 통해서 길고양이 방사 후 관리도 가능토록 하는 방안도 언급했습니다. 서정주 수의사는 무엇보다 길고양이 TNR 사업을 단순한 자치구 사업이 아닌,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한 동물의 생존권 보호 사업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도 강조했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고층건물이 세워지는 도심 속에서도 길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며 길 위의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좌장을 맡은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 김재영 수의사는 건물이 무너지면서 내쫓기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그런 길고양이를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현장의 케어테이커들과 단체, 이를 인지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고심하고 재원을 확보하는 지자체 등 모든 단위의 역할은 경중을 따질 수 없이 모두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본 토론회를 통해 TNR에서 TNRM(Trap-Neuter-Return-Management)으로 제도를 발전시킴으로써 단순한 개체조절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길고양이를 함께 돌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 김재영 수의사

 

지난 2020년 서울시 도시정비구역 동물보호활동이 동물권행동 카라를 통해 시범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안타까운 상황도 많았지만, 이를 통해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발성 시책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도시 정책으로 자리잡혀 가도록 동물권행동 카라도 서울시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이런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해 애쓰는 전국의 케어테이커들께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 토론회 영상


* 토론회 자료집은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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