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고양이 한 마리가 성산대교 다리 난간에 몸을 웅크리고 얼어붙어 있다는 시민 제보 전화가 카라로 걸려왔습니다. 제보자는 자세한 위치와 현장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왔고, 확인 결과 고양이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은 단 한 발자국만 잘못 딛으면 다리 아래 한강으로 떨어지는 위태로운 위치였습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가 어떤 이유에서 다리 위에 있게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고양이는 낯선 다리 위에서 빠르게 달리는 차들과 사람들을 피해 도망쳐 보려 해도 1km가 넘도록 끝나지 않는 다리 한가운데에서 패닉 상태로 얼어 붙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지친 상태로 구석진 곳을 찾다 그나마 몸을 숨긴 곳이 낭떠러지 같은 다리 안전펜스 아래였겠지요. 오도가도 못한 채로, 끊임없이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두려움과 추위에 떨고있는 고양이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습니다.
현장에 나간 카라 활동가들도 강제적으로 구조를 시도했다가는, 자칫하면 고양이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로 튀어 나가 2차 사고로 이어지거나, 다리 아래로 고양이가 추락할 수 있어 상세한 계획을 세우고 조심스럽게 구조 작업을 펼쳤습니다.
겨울 바람이 차가운 다리 위에서 오랫동안 공포와 추위를 견디고 있던 고양이에게는 무엇보다 어둡고 포근해 보이는 장소가 간절해 보였습니다.
포획틀을 덮개로 덮어 어둡게 하고 안전한 대피소처럼 만들어 고양이 근처에 설치한 뒤, 활동가들은 고양이와 거리를 두고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역시나 고양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포획틀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활동가들은 포획틀 문이 안전히 닫히는 것을 보고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 후 바로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진행한 결과 고양이는 2세 정도 나이로 추정되고 음식물 섭취를 못한 지 며칠 되어 보이는 상태였으며, 꼬리 아래 부분에 심하게 찢어진 상처가 발견되어, 응급 봉합수술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예쁜 무늬를 가진 고양이에게 활동가들은 '밤비'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밤비는 현재 카라 더불어숨센터에 머무르며 상처회복을 위한 돌봄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의 동물보호 시스템이 부족한 현실에서 카라와 같은 시민단체에서 모든 동물들을 모두 구조할 수는 없지만, 임시보호 등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위한 시민의 참여와 적극적인 역할이 있다면 카라 역시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며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움 요청할 곳도 없는 한강 위 다리 난간에서 절박하게 숨을 곳을 찾고 있던 밤비가 무사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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