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①] 모두가 떠난 황량한 곳을 떠나지 못하는 생명 – 지난글 보기<전문>
삶의 보금자리와 아늑한 쉼터를 의미하던 '집'.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집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거나 투기의 대상입니다.
재개발은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 바람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도심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좀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자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가 불가능하고, '공사'가 뭔지 모르는 길 위의 동물들에게 재개발은 삶의 파괴요, 죽음을 의미하는 대재앙입니다. 특히 한 곳을 터전으로 삼는 영역동물이면서 인간 곁에서 오랜동안 머물러온 길고양이들은 어떨까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2,052개 구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재개발로 죽음의 벼랑끝에 서게 된 모 지역 길고양이들에게 공사의 위험을 알리면서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절박한 신호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해당 지역의 여러 스테이크홀더(관련자)들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의 생명을 살리는 작업이 착수됐습니다.
이번 활동이 생명을 존중하는 재개발 사업의 좋은 사례가 되어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관련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합니다.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②] 공사 앞둔 지역 길고양이를 돕기 위한 원칙 수립 및 아픈 고양이 구조 개시 - 지난글 보기
재개발 지역은 자칫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와 재개발 조합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이 제한됩니다. 재개발 조합 관계자조차도 공사 현장에 머물 수 없습니다. 공사가 시작되면 중장비를 동원한 위험한 작업들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들은 뛰어난 순간 판단력과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들고 성인이 이해할 수 있는 ‘인간들만을 위한’ 12차선 찻길이나 중장비의 위험까지 이해하고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공사현장의 모습. 까마득한 높이의 가림벽 바로 바깥으로 위험한 차로가 보인다.
쌩쌩 달리는 차로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뒤늦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해도 동물들이 안전하게 위험한 공사현장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습니다. 차로로 가도 죽고, 공사 현장에 남아도 죽게 됩니다. 차로를 용케 건넌다 해도, 아무런 정보 없이 낯선 지역에 돌연히 들어간 길고양이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철거와 땅파기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동물들이 최대한 위험 지역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보’를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생존 정보는 고양이들의 생태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고양이들의 눈높이에서 합리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고양이들이 필요로 하는 생존 정보와 사전 보호 활동
- 몸을 은신하거나 먹이와 물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들은, 위험지역을 떠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영역 이동을 결행해 생존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개체 수의 최대치 안이라고 해도) 특정 지역에 일순 고양이들이 밀집하여 스트레스가 유발됨으로써 질병이 발생하고 복지가 훼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전에 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과 질병치료 및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픈 고양이는 물론 대장고양이에게조차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동료들을 맞닥뜨리는 일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바뀐 환경에서 고양이들이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단단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카라와 자원봉사단의 협업에 의한 포획과 치료 그리고 방사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길고양이의 생활은 험난하다. 이 대장고양이는 양쪽 귀를 많이 다쳐 궤사 직전 구조되었다. 길고양이들 중 많은 수가 만성적인 구내염 통증으로 고생한다. 이 녀석들은 빠른 구조와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재방사시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포획한 고양이들에 대한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범백혈구감소증, 허피스, 칼리시), 레볼루션, 광견병 예방접종이 이뤄졌으며, 구내염과 기타 외상에 대한 치료가 집중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포획일 | 사진 | 정보 | 의료지원 내역 | 방사일 | 특이사항 |
1.19 | 남아/구내염 | 구내염 치료 | 1.27 | ||
1.19 | 여아 | 구내염 치료, 중성화 | 1.27 | ||
2.3 | 여아/구내염 | 구내염 치료 | 2.11 | ||
2.3 | 여아 | 중성화 | 2.11 | ||
2.3 | 여아 | 중성화 | 2.11 | 발정 | |
2.3 | 여아/구내염 | 구내염 치료, 중성화 | 2.15 | ||
2.3 | 남아 | 중성화 | 2.15 | ||
2.3 | 여아/구내염 | 구내염 치료, 중성화 | 2.15 | 발정 | |
2.3 | 여아 | 중성화 | 2.15 | 발정 | |
2.3 | 여아/허피스 | 허피스 치료중 | - | 입양대기 | |
2.11 | 여아 | 증성화 | 2.15 | 발정 | |
2.11 | 여아 | 중성화 | 2.15 | 발정 | |
2.15 | 남아/구내염 | 구내염 치료 | 2.23 | 쉘터 채로 구조 | |
2.18 | 남아/귀 이상 | 중성화, 귀치료 | 2.25 | ||
2.26 | 여아 | 중성화 | 3.1 | ||
2.26 | 여아 /말기 간종양 /골반 골절 |
호스피스 | - | ||
3.3 | 남아/구내염 | 구내염 치료 | 방사 예정 |
적극적인 중성화와 의료 지원을 하는 한편, 위험 지역이 아니어도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주기 위해 쉘터 설치 및 먹이 자리 옮기기 작업도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신호는 반드시 고양이들이 믿고 따르는 그동안 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분이 보내주어야 합니다. 카라는 고양이들에게 살아갈 위치가 어딘지 알려줄 자원봉사자분과 함께 지난 1월 19일 90L짜리 쉘터 5개를 공급하였고, 2월 3일 추가로 쉘터 5개를 더 설치했습니다. 설치된 쉘터 주변에서는 자원봉사자분들이 사료와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계속해서 고양이들에게 유도 신호를 보내도록 했습니다.
혹한의 날씨에 쉘터 설치 작업이 이뤄졌다. 쉘터는 내부에 충분히 단열을 하고, 안에 다시 박스를 철저히 덧댄 후 폭신한 담요를 깔아 길고양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박스를 안에 덧대어 주면 스티로폼 단열재를 보호하는 동시에 고양이들이 박스를 좋아해서 고양이 유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후 더러워진 박스는 교체도 용이하다.
봉사자분들은 고양이들을 연민하는 마음으로 추운날 힘든 자원봉사 활동을 감당해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그 정보를 카라에 제공해 줌으로써 이후 계획 수립을 도와주셨습니다. 쉘터가 설치되고 약 일주일 지난 뒤부터 위험지역의 쓰레기 더미나 지저분한 지하실 대신 깨끗한 새 쉘터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구내염이 심한 채 절대 잡히지 않던 노랑둥이의 경우 쉘터에 들어가 쉬고 있는 상태에서 문을 막는 방법으로 치료 목적 포획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녀석은 입이 아파 침을 흘리면서도(구내염 증상) 절대 포획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쉘터가 없었으면 치료해 줄 수 없었을 것이다.
3월10일 현재까지 포획되어 치료 받거나 중성화 후 방사된 개체는 모두 17마리입니다(세부사항은 위 표 참조). 이 가운데 중성화 수술된 암컷 고양이는 12마리(이번에 중성화 된 개체 9마리 포함)이고 이중 강하게 발정이 온 개체는 5마리였습니다. 이 고양이들이 올 봄 새끼를 낳게 된다면 새 생명은 물론 자신의 생명도 지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직 도움의 손길을 요하는 고양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시간을 다투며 긴박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인근 지역 분들을 통해 더욱 막막하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계속).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