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⑨ 아파트가 무너진다. 지하실에 숨은 고양이를 구하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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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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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삶의 보금자리와 아늑한 쉼터를 의미하던 '집'.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집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거나 투기의 대상입니다.

재개발은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 바람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도심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좀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자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가 불가능하고, '공사'가 뭔지 모르는 길 위의 동물들에게 재개발은 삶의 파괴요, 죽음을 의미하는 대재앙입니다. 특히 한 곳을 터전으로 삼는 영역동물이면서 인간 곁에서 오랜동안 머물러온 길고양이들은 어떨까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2,052개 구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재개발로 죽음의 벼랑끝에 서게 된 모 지역 길고양이들에게 공사의 위험을 알리면서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절박한 신호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해당 지역의 여러 스테이크홀더(관련자)들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의 생명을 살리는 작업이 착수됐습니다.

이번 활동이 생명을 존중하는 재개발 사업의 좋은 사례가 되어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관련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합니다.

 <지난글 보기>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①] 모두가 떠난 황량한 곳을 떠나지 못하는 생명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②] 공사 앞둔 지역 길고양이를 돕기 위한 원칙 수립 및 아픈 고양이 구조 개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③] 길고양이 질병치료와 TNR, 쉘터 지원이 시작되다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④] 인근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생명의 절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⑤] 재개발 조합의 도움으로 건설사와 만나 협의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⑥] 410 10001 2949375 어미 고양이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⑦]곧 무너질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들과 난국에 봉착한 카라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⑧] 강남구청의 행정 폭거와 위기에 처한 고양이들

 '5분대기'하는 심정으로 지나가는 하루하루..  

사람이 떠나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얼쩡거리는 고양이들이 철거 날짜가 닥쳐오는 줄 알 턱이 없었습니다.
카라와 자원봉사자들은 철거지역을 떠나지 못한 고양이들을 전수 포획하기 위해 반복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지하실에 숨어 있는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들은 대단히 겁이 많은 녀석들인지라, 지역 내에서 밥을 주며 낯을 익히고 동선과 은신처를 파악하고 있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면 목격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포획하기도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이미 중성화와 치료를 해서 방사한 고양이들이 아프거나, 다치기도 해서 그때마다 ‘대응방안 수립-포획-치료-재방사 혹은 영구보호’ 등 세부적인 대응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철거를 앞두고 카라는 더욱 강하게 고양이들을 안전지대로 이끌기 위해 기호성이 가장 높은 사료를 깔기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준비한 캔도 고양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배포했습니다. 영역이동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도록 건강과 면역력 유지를 위해 아픈 고양이들을 위한 약도 배포 되었고, 가능한 한 모든 고양이들에게 기생충약을 먹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카라가 약과 사료를 지원했지만 이것을 고양이들에게 배포하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일은 모두 자원봉사자가 담당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원 활동을 약속해 주셨지만, 힘든 활동에 하나 둘 포기하셨고 나중에는 한 두 분의 자원봉사자, 특히 너무나 희생적으로 이 일에 임해 주셨던 단 한 분이 거의 모든 일을 진행해 주셔야 했습니다.

 

한편 건물 철거 일정은 수시로 변경되었습니다.

바쁜 가운데 계획을 세우면 철거일이 계속 미뤄지곤 했습니다. 언제 철거가 결정되어 실행될지 몰라 ‘5분 대기’하는 심정으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픈 동물의 치료와 구조보호 활동 및 캠페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날짜

주요 활동

대응

4월 28일

  귀접 어미 새끼 쁘니.

  4월 10일 TNR 후 방사한 고양이가 심각하게 다리를 절뚝임.

  재 포획 후 정형외과 수술과 재활치료/현재 더불어숨센터 계류중

5월 21일

  날지 못하는 어린 까치 발견

  구조 후 계류 -다음날 사망

5월 22일

  동일한 장소에서 성조 까치 발견

  구조 후 계류 –27일 사망

6월 6일

  철거현장 지하에 숨어살던 고양이 구조

  외톨이에 심각한 구내염 --> 치료 후 계류장으로 이동하여 계류중

6월 15일

  강남구청 계류장 강제 철거시 탈출한 고양이 재 포획 성공/    2단지 계류장 고양이 모니터링

  외톨이 구내염이와 함께 계류장으로 이동 계류중

6월 17일

  철거중이던 건물 상층 5층 베란다에서 멧비둘기 새끼로 추정되는 이유조 2마리 발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보호 이송--> 9월 초 방사 완료

6월 24일

  장마 대비 쉘터 비가림 덮게 설치 작업--> 우천시 고양이들이 쉘터 잘 이용

7월 1~2일

  개포 3단지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사진전 및 3단지에서 구조된 친화적 유기묘 입양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

7월 5일

  절뚝이가 호흡이 가쁘고 기침 밥을 안 먹음

  여러차계 포획 시도하다 쉘터채로 포획성공 --> 7월 16일 치료후 방사(날짜 확인요망)

7월 20일

  귀접 어미 막내 아기 식욕부진 호흡 곤란, 중성화도 필요.
  한 배 동료보다 체중이 절반 밖에 안됨

  구조 후 허피스 집중 치료 및 중성화 --> 9월 6일 치료 완료--> 센터 계류 중(심한 허피스로 음성 80% 손실된 상태)

7월 22일

  어미 잃은 어린 삼색이 심각한 상처 발견

  패혈증 직전 구조-->3주간 치료후 안전하게 방사(날짜 미상)

7월 29일

  개포 2단지 모니터링



또한 강남구청에 의해 낯선 곳에 수용되게 된 고양이들의 안위 확인도 필요했습니다.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⑧] 강남구청의 행정 폭거와 위기에 처한 고양이들  ←8화 보러가기 

 

카라는 강남구청이 고양이들을 수용한 곳을 즉시 방문하여 허술한 시설을 점검하고 고양이들이 낯선 곳에서 탈출하는 일이 없도록 구청 직원 및 자원봉사자와 함께 시설을 보완했습니다. 재개발 지역 현장 쪽에 있던 계류장이 강남구청에 의해 철거된 만큼, 아파트 건물 철거 직전 구조된 고양이들은 강남구청에서 임시로 외딴 곳에 마련한 계류장에 우선 수용하고 이동 지원도 강남구청에서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임시계류장 없이는 아파트 건물 철거시 긴급한 구조 활동이 불가능 했던 까닭입니다.

 

 

드디어 아파트 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카라는 건설사에 기존 아파트 건물 철거 직전 지하 수색이 가능하도록 요청하여 관철시켰습니다. 건설사는 “원래 건물 철거시에 외부인의 참관이 절대로 안되지만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 이번만은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건설사에서는 카라의 요청에 따라 위급한 상황에서 고양이들이 안전지대로 탈출할 수 있도록 공사 방벽에 고양이 출입구멍도 마련해 주셨습니다.

 

6월 7일, 드디어 ‘오늘 오후 2시부터 정말 철거가 시작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철거 일정이 오전으로 앞당겨졌다고 했고, 이에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는 응급 구조 및 수색을 위해 서치라이트, 마스크, 방역복, 포획장비들을 지참하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날 철거는 23, 24, 25동이었는데 이 일대에는 아직 안전지대로 영역을 이동하지 못한 ‘넙죽이’와 턱시도 한 마리가 배회해 오고 있었던 탓에 마음이 더욱 급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활동가들은 건물이 헐리기 직전, 지하실을 뒤져 혹시 숨어 있는 고양이가 있지는 않은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여 고양이가 있는 경우,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더러운 쓰레기와 버려진 집기들이 가득한 지하실에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가 불빛을 비추며 소리를 냈습니다. 

 

지하 수색 활동 동영상 :
고양이들이 살던 지하실은 사람들이 버린 더러운 쓰레기와 안쓰는 집기들 가득했다.
이렇게 지저분한 환경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고양이들은 이제 이 쓰레기장마저도 떠나야만 한다.
자원봉사자와 활동가는 지하실에 행여 한마리의 생명이라도 있을까 지하실을 수색했다.
 


지하 수색을 하는 동안 다른 팀은 안전지역에 냄새가 강한 캔을 급여하면서 고양이들을 유인했습니다.

이날 철거될 아파트에 살던 두 마리 고양이가 매몰될까 걱정했으나, 두 녀석 모두 23,24,25동이 철거된 이후 다행스럽게도 안전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나마 위험을 감지하고 잘 피해주는 녀석들이 있었던 반면, 소심한 탓에 끝까지 원래 살던 지하를 고집하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고양이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건물은 316~18동입니다. 그리고 6월 15일, 이 3개 동이 철거될 예정이었습니다.

 

 “제발 나가자!!”, 철거가 진행되는 중에도 지하실을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 

 

6월 15일 아침 7시. 카라 활동가들은 장비를 가지고 다시 현장에 모였습니다.

이날은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려 모든 활동가가 비를 맞으며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곧 철거될 316동에 들어가 지하 수색을 하던 중 숨어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외부로 쫓아냈으나, 이 고양이는 다시 다음번 철거 대상인 17동 지하로 숨어 들어갔습니다. 17동 지하에서 포획을 시도하자 다시 철거가 한창인 16동 지하로 뛰어 들었습니다.

고양이가 얼마나 자신이 익숙한 지역에 애착이 강한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엄청난 굉음을 내며, 중장비가 아파트를 종잇장처럼 깨부수었다. 깨진 유리와 건물 잔해들이 무너져 쌓인다.
사람도 살고 고양이도 깃들어 살던 이곳은 이제 깨진 유리와 휘어진 철근, 그리고 시멘트 덩어리만 가득하다.
고양이들도 이 모습을 보고 있을까

 

정오경부터는 고양이들이 철거 현장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전지대에 사료와 캔을 배포했습니다.

 


다행히도 16동과 17동 지하에 집착하던 이 고양이는 살고 있던 건물의 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매몰이나 추락 또는 외상을 입는 등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이 고양이는 죽음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철거가 진행되었던 다른 많은 곳에서는 고양이들이 사고나 매몰로 죽어갔을 것이다.

 

엄청난 장비들이 동원되어 철거가 이뤄지는 동안, 고양이들을 보살피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30여 마리가 넘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매일 먹이를 급여하는 활동.

쉘터를 살피며 아픈 아이들에게는 약을 먹이는 참으로 어려운 활동을 자원봉사자가 도맡아 진행해 주셨습니다.

고양이들이 안전하게 영역이동까지는 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또 하나의 시작일 뿐입니다.

이 고양이들이 위험한 공사장으로 돌아가거나, 주변의 큰 찻길을 건너 사고 위험이 많은 엉뚱한 곳으로 영역이동을 감행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고양이들이 가까스로 이동하여 살아가고 있는 개포 근린공원을 고양이들과 사람이 참으로 공존하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힘든 여정이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2015년 혹한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안전지역으로의 고양이 이동과 철거 시 지하실 사전 점검 등, 카라가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들을 돕기 위해 계획했던 일들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벌써 6개월여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철거될 아파트 지하실을 수색하기.

▶아프거나 다친 고양이와 새들을 구조.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원들을 설득 등..

자원봉사자들과 만나고 함께 눈물 흘리고 때론 기뻐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동물들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 동물들은 단지 집합적인 ‘길고양이’ ‘까치’ ‘비둘기’ ‘너구리’로서가 아니라, 하나하나 소중한 생명 이었습니다.

절뚝이, 꽁치구내염이, 소쿠리, 귀접어미, 공격턱시, 가족삼색이, 쉘터노랑이...

 

안타깝고 슬픈 순간이 기쁜 순간보다 훨씬 많았던 이 시간들은 다시 찬바람이 불어오는 2016년 10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건축으로 인한 임시 계류장 문제 해결 및 영역이동에 성공한 고양이들을 위한 장기적 보호책 마련을 함께 고민해 주어야 할 강남구청이 침묵하면서 개포3단지 재개발 지역 고양이들의 생존을 위한 험난한 여정과 카라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4월 29일 카라는 강남구청의 예고 없는 임시 계류장 철거라는 행정폭거에 대한 해명을 듣고, 이후 공동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강남구청 공원녹지과 과장 및 주무관과 회의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원녹지과는 행정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정말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애초에 공원녹지과랑 얘기를 했었으면 일이 더 쉽게 풀렸을 텐데 아쉽다. 이렇게 되어서 정말 유감이다. 앞으로 카라 제안처럼 이 재개발 지역과 인근 지역의 TNR과 급식소 등 활동을 함께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라매 공원 등에 급식소가 설치됐던데 어떤 법을 적용해서 어디에 설치했는지 알아보고 우리도 똑같이 적용해서 계류장을 제대로 된 것으로 짓겠다. 급식소는 꼭 같이 진행해보도록 하자. 자료들을 좀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6개월이 지나도록 강남구청은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들의 보호를 위한 방안은 물론, 행정폭거로 낯선 장소에서 무의미하게 계류 중인 고양이들의 보호 방안에 대해 응당 신속한 해결책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원 서식지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안전지대인 공원 내에 임시 계류장의 설치와 적응을 위한 일정 기간의 계류가 필요합니다.

올 겨울을 놓치면 불쌍한 고양이들은 영영 고향으로 돌아오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겨울동안 원 서식지 근처의 임시 계류장에서 보호되다 내년 봄 자연스럽게 원래의 서식지에 방사되는 것.
이 방법 이외에는 현재 엉뚱한 곳에서 계류되고 있는 개포동의 고양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없습니다.

 

카라와 지역 자원봉사자는, 아무런 대책 없이 재개발 지역에 버려진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으며 과학적인 근거와 법적 기반 위에서 누구도 해보지 못한 일을 시행하고 기록하고 또 선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완벽한 TNR을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이 지역에서 2015년 겨울부터 단 한 마리의 아기 고양이도 새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강남구청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


댓글 1

백지현 2016-11-11 15:04

너무 고생많으셨습니다. 사람들이 신경쓰지못하는 재개발 현장에도 이렇게 뛰어나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 강아지 2마리를 키우고있는 사람이지만. 고양이들에겐 세상이 너무 혹독하네요. 다시한번 많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