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⑧ 강남구청의 행정 폭거와 위기에 처한 고양이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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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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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삶의 보금자리와 아늑한 쉼터를 의미하던 '집'.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집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거나 투기의 대상입니다.
재개발은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기 바람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도심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좀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자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가 불가능하고, '공사'가 뭔지 모르는 길 위의 동물들에게 재개발은 삶의 파괴요, 죽음을 의미하는 대재앙입니다. 특히 한 곳을 터전으로 삼는 영역동물이면서 인간 곁에서 오랜동안 머물러온 길고양이들은 어떨까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2,052개 구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재개발로 죽음의 벼랑끝에 서게 된 모 지역 길고양이들에게 공사의 위험을 알리면서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절박한 신호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해당 지역의 여러 스테이크홀더(관련자)들을 중심으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의 생명을 살리는 작업이 착수됐습니다.
이번 활동이 생명을 존중하는 재개발 사업의 좋은 사례가 되어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관련 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합니다.

 <지난글 보기>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①] 모두가 떠난 황량한 곳을 떠나지 못하는 생명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②] 공사 앞둔 지역 길고양이를 돕기 위한 원칙 수립 및 아픈 고양이 구조 개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③] 길고양이 질병치료와 TNR, 쉘터 지원이 시작되다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④] 인근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생명의 절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⑤] 재개발 조합의 도움으로 건설사와 만나 협의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⑥] 410 10001 2949375 어미 고양이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⑦]곧 무너질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들과 난국에 봉착한 카라

 

고양이들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했던 임시 계류장

 

철거일은 다가오는데 곧 헐릴 아파트 지하실을 떠나지 못하는 3단지 고양이들과, 이미 공사가 시작되어 극히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사장을 떠나지 못하는 2단지 고양이들을 위해 카라는 ‘모든 책임을 감수하는 조건’으로 2개의 ‘임시’ 계류장을 만들었습니다.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에게 생명을 ⑦]곧 무너질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들과 난국에 봉착한 카라  
↑ 지난글 보기

 

2단지 임시 계류장 설치를 위한 협의가 2016년 2월 말 삼성건설, 2단지 조합 관계자 그리고 카라의 참여하에 진행되었습니다. 계류장은 2단지 공사장 경계와 공원으로 이어지는 공터에 최소 3개월 이상 설치하며, 이곳에 계류될 고양이들의 급식은 카라에서 사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삼성건설에서 맡아 주기로 했습니다.

 

공사장을 떠도는 고양이들을 안전한 지역에 계류하기 위한 2단지 임시 계류장은 4월 5일 완공되었고, 이 시기를 전후로 위험지역 고양이들의 포획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2단지는 수십미터 땅을 파는 지반공사가 곧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카라는 포획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포획을 도와줄 분까지 수소문하여 3/31, 4/4, 4/7 3일간 밤샘 포획이 실시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길 건너에서 2단지 공사장쪽으로 고양이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달터공원과 인근 먹자골목에서도 9마리의 고양이들을 추가 포획하여 중성화 후 방사했습니다.




<이 어여쁜 삼색이는 공사장 건너 고양이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포획되었다
.
이 고양이는 2016년에도 달터공원에서 새끼를 낳아 키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4월 10일에는 3단지 계류장 위치도 확정하고 임시 계류장 설치를 위한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두 곳 모두 사람들이 전혀 이용하지 않는 공원 내 공터 또는, 그리고 건설현장의 방벽 바로 옆 버려진 공간을 이용했습니다. 두 곳 모두 버려진 폐자재와 빈 술병 각종 쓰레기, 시멘트 덩어리들이 아무렇게 버려져 있었고, 울타리도 손상된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이곳에 구청의 관리의 손길이 세심히 미치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활동가들이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모아 한곳에 두었다.> 

 

구청의 공원 관리 상황을 의심할 수 있는 사정은 또 있었습니다. 계류장을 설치하던 시점은 이미 많은 고양이들이 근린 공원쪽으로 영역 이동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공원내에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 오는 많은 분들이 개의 목줄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분은 대형 진돗개 2마리를 목줄을 하지 않은 채 공원 내를 배회시켰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목줄과 배변봉투를 지참해야 한다는 홍보와 계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위험한 공사현장을 떠나지 못한 고양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과 포획 활동 

 

고양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아파트 지하실이나 공사장에 머무는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2단지와 3단지 공사 현장에서 멈칫거리고 영역 이동을 하지 못한 고양이들 반 수 이상이 심각한 구내염을 앓는 상태이거나, 외톨이, 혹은 계속 공사현장에 급여되는 먹이에만 의존하는 약한 녀석들이었던 것입니다.

 


<2
단지 계류장에 들어간 아이들 주요 치료 내역과 사진>

 

카라가 계류장을 설치한 시점은 특히나 고양이들의 안전을 시급히 확보해야 할 시기였습니다. 간신히 공원내로 올라갔던 고양이들이 목줄이 풀린 개들에게 쫓겨 공사장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우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 계류장의 기능과 기능수행을 위한 최소 사양, 그리고 필요성☸

 

- 단기간에 영역 이동이 불가능한 고양이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
- 안전지역 내 환경 및 동료 고양이들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임시로 고양이들을 계류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
- 추후 길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에 적응하거나, 안전 지역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동안 계류하기 위함.
- 계류장 외 고양이들에게도 계류장 내에 수용된 고양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서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능을 충족할 수 있는 시설.
- 상기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사양’으로 ‘최단 기간 동안’ 임시로 설치.
- 공원 환경에 영구적인 변화를 주거나, 환경에 조금의 손상도 가하지 않기 위해 땅에 지주를 박거나 시멘트 등 없이 동물이 탈출할 수 없는 최소한의 설비.

 

땅에 아무것도 박지 않고 철거가 용이하게 임시시설로 만들다보니,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2단지에서 포획해서 간신히 임시계류장에 수용했던 고양이들 일부가 땅을 파고 계류장을 탈출했던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탈출한 고양이들은 계류장 근처에 충분한 먹이를 두어 공사장을 최대한 덜 오가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건설에 부탁하여 계류장 밖 공터에도 먹이 급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편 3단지 계류장은 2단지 계류장과 같은 탈출 문제가 없도록 하기위해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근린공원에 불가피하게 설치하는 임시시설 이고 보니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했고 따라서 기둥을 받거나 시멘트를 쓸 수 없었습니다. 

 


계류장 설치를 진행하는 한편 3단지 내에 고집스럽게 머무르는 고양이들에 대한 포획작업이 병행되었습니다. 

이 고양이들에 대한 TNR과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드디어 4월 16일 3단지 계류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렵게 포획한 3단지 내 고양이 9마리가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그룹별로 계류장에 안착시켰습니다.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는 비를 맞으면서도 고양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계류대상 고양이별 특성으로 고려해 3개의 방에 그룹별로 수용하도록 했습니다.


구획1: 구내염 증상이 심한아이2마리, 사진속 아이포함 3마리


구획2: 뽕식이와 카오스 포함 3마리
대장역할을 하던 뽕식은 3단지 내를 전국구로 다니며 안전지역으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고양이와는 싸웠지만 뽕식이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카오스냥이 한 마리와는 영역을 공유하며 잘 지내곤 했습니다.


구획3: 부부고양이 포함 3마리
부부고양이는 항상 영역을 공유하며 나란히 음식도 같이 먹는 모습 여러차례 목격되었습니다.

 

 

 강남구청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행정 폭거 

 

이제 고양이들은 긴급한 위험으로부터 안전합니다.
아파트 건물 철거를 앞두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긴급한 계류장 설치와 구조 활동이었으며 목표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 계류장 설치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계류장을 설치하고 고양이들을 안착시킨 게 4월 16일(토)이었고, 뽕식이가 그날 저녁 탈출을 한 탓에 자원봉사자분이 두 마리 고양이를 찾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19일(화) 계류장을 탈출한 뽕식이를 단지 내 원위치에서 발견했습니다.

고양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원래 영역에 집착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급한 숨을 돌리고 임시계류장 설치로 인해 져야 할 책임이 있다면 카라가 모두 짊어지기로 했습니다.
강남구청 동물보호감시원에게 연락을 취해 계류장으로 인한 모든 문제는 카라와 의논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이어 공원녹지과로도 연락하여 카라에서 찾아가 모든 설명을 하겠으며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구청과 만남 약속을 잡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강남구청은 아무런 사전 통보나 경고 한마디 없이, 카라와 만남 약속이 잡힌 바로 전날인 21일 계류장을 철거해 버렸습니다.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면 대개 처리에 오랜 시일이 걸리곤 합니다. 강남구청에 반려견 목줄 착용 계도를 부탁드린 이후 거의 4주가 경과되어서야( 4월 20일 전화로 요청, 현수막은 5월 13일에 걸림) 겨우 안내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설치한 계류장은 전광석화와 같이 바로 다음날 철거해 버렸습니다. 이 사건을 아는 사람마다 이토록 빠른 행정 처리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 둘렀습니다.

 


계류장에는 카라와 의논해 달라는 고지가 대문짝만하게 여러장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활동가와 봉사자가 지하실 바닥을 기어다니며, 철거 예정 폐허 더미 속에서 한 마리, 한 마리 구해낸 안타까운 사연의 고양이들이 계류 중에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구청에 계류장의 존재에 대한 모든 사유를 설명하기 위한 약속도 잡혀 있었습니다.




<철거된 계류장에 여전히 부착되어있는 안내문>


강남구청은 어마어마한 부가 창출되는 재개발 사업을 승인하고 감독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나 여타 생명들에 대해서는 단돈 한 푼, 단 몇 시간의 투자나 배려조차 없었습니다.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생명에 대해 우리가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요? 아니,강남구청 정말 이래도 됩니까?
강남구청에게는 재개발 지역 생명들은 그냥 귀찮은 쓰레기인 것입니까?
고양이들을 구하기 위한 시민들의 활동은 그저 미친 짓에 불과하고 상대할 가치조차 없습니까? 최소한 카라가 공원내 불법 시설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생명이 있었고, 아무리 불법 물건이라도 해도 관청은 카라에 철거 계고를 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임의 철거는 그것도 설치자가 누군지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지겠다고 함에도 일방적으로 철거한 행위는 행정폭거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동물에 대한 몰이해 속에 낯선 곳에 일방적으로 억류되어 있는 고양이들 

 

그동안 카라와 지역 자원봉사자는 힘을 합해서 누군가는 보호해야 할 재개발 지역내 길고양이들의 보호활동을 자진해서 해 왔습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 시간, 전문인력을 투입하면서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던 강남구청은 정성을 다해 치료하고 구해낸 고양이들을 치워야 할 오물처럼 낯선 곳에 아무런 추후 대처 방안이나 계획 없이 이동하여 억류했습니다. 카라가 마련해준 나무 은신처에 있던 고양이들을 우악스럽게 자루에 담아 포획했고, 그 과정에서 한 마리가 철거를 앞둔 시점에서 탈출했습니다.

 

강남구청, 특히 공원녹지과의 행정폭거 이면에는 동물보호에 관한 한 철저한 무관심과 무능 그리고 무책임, 고양이 생태에 대한 몰이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는 동물단체나 시민들의 동물보호 활동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약한 생명의 편에서 스스로 그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고압적인 태도와 행정폭거로 표출되었습니다. 도움을 주기는 커녕 자생적 동물보호 활동을 저해했습니다.

 

강남구청에 의해 원래의 영역에서 난데없는 지역으로 이동된 고양이들입니다.



<하나하나 개성을 가진 보호되어야 할 존재들이 지금 낯선 곳에서 기약 없이 계류되고 있다.>



중성화 수술된 고양이들은 모두 제자리에 방사되어야 합니다.
위의 고양이들은 모두 카라에서 중성화수술과 예방접종 그리고 질병치료까지 마친 아이들입니다. 

현재 이 아이들은 강남구청에 의해 전혀 낯선 지역으로 옮겨져 억류 중에 있습니다.

 

이 고양이들은 한국의 비버리힐즈라고 불리는 개포 재개발 지역에서 살던 고양이들입니다. 재개발 이익은커녕 재개발로 인해 한편에서는 아무 저항력 없는 무고한 생명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 고양이들이 지금 겪는 고통은 불필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조금만 배려해 준다면 생명을 구할수 있고 얼마든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고양이들은 그곳으로 돌아올 권리가 있습니다. 그곳은 이 생명들의 고향입니다.

 

카라에서 만들었던 것과 같은 임시계류장의 재 설치와 일정 기간 계류가 이 고양이들이 원래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해답입니다.
당초 이 방법 이외에 고양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카라에서 계류장을 설치했던 것입니다. 대안은 없습니다.

당장 철거물에 깔려 죽을 위험에서는 피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낯선 곳에 끌려가 있는 동안 이 고양이들의 정든 집은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카라는 큰 숙제를 또 하나 떠안은 채 철거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계속).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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