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길 위에서의 생활로 성한 곳이 없던 감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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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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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8

집 근처 밥터에 어디선가 엉거주춤 다가온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처음 만난 곳이 감나무 아래여서, 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감이는 입주변이 많이 지저분한 상태였고 한쪽 눈이 아픈 듯 짝눈을 하고 엉거주춤 걸어와서는 챙겨준 밥을 허겁지겁 먹으며 스읍스읍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에 몇 걸음 물러나 화단 안에서 발을 그루밍을 하면서도 연신 기침을 해댔고 거친 숨소리에 이따금씩 켁켁거리는게 호흡기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은 침을 흘리기도 하여 감이가 심각한 구내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단은 약을 처방 받아 밥을 주러 나설 때 항상 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이틀에 한 번 정도 약을 챙겨주며 별 차도가 없는 것 같아 애를 끓이던 중 구조해서 치료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는 감이는 통덫에 잡혔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즐겨먹던 캔으로 유인을 해도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드롭트랩을 설치하여 고전 끝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이가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정말 소리를 지를 만큼 기뻤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데려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감이 상태에 대해 설명 들으면서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감이는 구내염을 가진 아이들 중 최악의 상태이고 이 정도면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정도인데,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먹었을 거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감이는 평소 만나면 그 자리에서 간식 서너가지를 줄 때까지 가지 않고 집요하게 기다렸는데 아파하면서도 열심히 먹은 것이 감이가 살기 위해 발버둥쳤던 것이라 생각하니 좀 더 일찍 치료해 주지 못한 게 미안했습니다.

감이는 구내염 말고도 칼리시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고 만성 부비동염으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또 오른쪽 앞발에 젤리가 찢겨져 피가 나고 있었는데 그동안 아픈 발로 딱딱한 아스팔트와 흙바닥을 걸었을 감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입원치료를 결정하고 감이를 두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앞으로 더 건강하게 살아갈 감이의 앞날을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입원 첫날은 경계가 심하고 밥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는데 곧 밥도 잘 먹고 배변활동도 하고 점차적으로 증상들이 호전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10일정도의 입원을 마치고 호흡기도 많이 안정되고 구내염으로 부었던 혀도 약물치료로 많이 가라 앉은 상태로 감이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새 가족을 찾아 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평생을 길에서 살아온 감이가 집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방사를 결정했습니다. 감이의 밥자리에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는 기도와 함께 보내주었고, 쏜살같이 뛰쳐나가 달리던 감이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한참을 멈춰서서 제가 있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마치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험난한 길생활을 하는 감이가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게 된 게 꿈만 같습니다.

감이야, 앞으로도 밥이랑 약, 잘 챙겨줄 테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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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홍진희 2019-01-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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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작년12월에 구조해 입원시킨 후추랑 같은경우네요. 감이는 씩씩하게 지내던곳으로 다시 돌아갔군요. 후추는 병원에 위탁하며 입양처를 알아보고있는데 나이도있고 치아도2개밖에 없어 여의치가않네요. 감아 늘 응원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