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된 품종묘 '눈송이', 교통사고를 당한 '코코', 시력을 잃을 뻔한 '치이', 안락사 위기에서 구조된 '마루'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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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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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의 구조사연을 공유합니다.


1.병에 걸린 채 버려진 품종묘 #눈송이이야기

구조자분인 주차장에서 그동안 본 적 없는, 매우 마르고 털이 지저분한 장모종 품종묘인 눈송이를 만났습니다. 처음 보는 고양이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동네에 나타난 지 며칠 되었고, 아마도 길고양이 밥자리에 누군가 버리고 간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도 잘 따르고 성격도 온순했지만 기존의 영역 고양이들이 낯선 성묘를 받아줄 리 없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에게 쫓기고, 상태도 온전치 않은 듯한 모습을 보고 구조자분은 눈송이를 포획습니다.

심한 구내염으로 치아는 송곳니만 남아있었는데 그마저도 송곳니 뿌리가 드러나 있었고, 영양상태도 매우안 좋고 온몸의 탈은 갑옷처럼 뭉쳐 있었습니다. 입양처를 알아보기 위해 눈송이를 임시보호처에 맡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눈송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구토와 설사를 하고 기운없이 웅크린 채 사료도 먹지 않는 증상에 곧바로 병원에 데려갔더니, 눈송이는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범백 바이러스에 걸려 있었습니다. 곧바로 격리 입원되어 치료를 시작했고지금은 완치되어 다시 임시보호처로 돌아갔습니다. 눈송이는 조금 더 건강이 회복되면 중성화 수술을 한 후 입양될 때까지 임시보호처에서 돌봄을 받을 예정입니다. 


(왼쪽: 구조 하기 전 거리에서 만난 눈송이 / 오른쪽: 임시보호처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눈송이)


2.교통사고로 대퇴골이 부서진 새끼 고양이 #코코 이야기
동네에서 몇 군데에 밥자리를 만들어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구조자분은 지난 봄 중성화 수술을 해준 어린 고양이 코코가 불편한 몸으로 자신을 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던 코코는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채로 구조자에게 기어와 울어대는 것이, 교통사고를 당한 듯 했습니다. 구조자분은 코코를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늦은 시간이어서 수술은 다음날에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퇴골이 여섯조각으로 깨어진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다행히도 수술이 잘 되었습니다.

코코는 퇴원 후에도 재활이 필요해 구조자분이 계속 돌봐주고 계십니다. 돌봄과 함께 입양처도 찾고 있지만, 만약 좋은 입양처가 찾아지지 않으면 구조자분이 평생 돌봐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왼쪽: 부서진 대퇴골을 고정시키는 와이어 수술을 받은 코코 / 오른쪽: 수술 후에도 한동안은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기에 케이지에서 지내고 있다)


3.시력을 잃고 거리에서 살아갈 뻔 했던 고양이 #치이 이야기
생후 3개월령의 어린 고양이 치이는 구조자분이 만든 급식소 옆 겨울집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세 마리 고양이 중 한마리입니다. 이 세 마리 모두 눈 상태가 좋지 못했지만, 그 중에서도 치이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며칠 동안 지켜보며 약을 먹이며 치료해볼까 했지만 점점 상태가 나빠져 치이를 구조했고, 진료를 받았습니다. 

검진 결과 치이는 결막과 각막 모두에 부종이 생겼고, 녹내장까지 있었습니다. 귀에는 진드기가 드글드글했고 회충까지 감염되어 있어 여러가지 치료를 복합적인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료진은 치이가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실명한 채로 길생활을 했을거라며, 구조되어 치료받은 게 천만다행이라 하셨습니다. 아직 치이의 눈이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구조자분은 치이가 치료를 마치고 평생 가족을 찾을 때까지 책임지고 곁을 지켜주실 예정입니다. 


(왼쪽: 길고양이 겨울집에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나타난 치이 / 치료 후 병원 입원장에 있는 치이 )


4.안락사 위기에서 벗어난 고양이 #마루 이야기
동네에서 고양이 엄마로 불리는 구조자분은, 집 주변에서 길고양이들을 살뜰히 보살펴 왔습니다. 돌보던 고양이들은 TNR 해주었지만, 그 중에 유독 잡히지 않던 아이가 새끼들과 함께 급식소에 나타났고, 그 중 한마리가 마루였습니다. 구조자분은 마루와 그 가족들도 돌봐주고 있었는데, 어느날 마루가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상태로 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장 마루를 구조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한 충격으로 척추가 끊어져 다시 걸을 수도 없고 방광도 터졌으니 안락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진정으로 마루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고, 하룻동안 시간을 갖고 곰곰히 고민했습니다. 주위에서도 안락사를 권유해 어느 정도 마음을 잡고 다음날 병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마루를 보았습니다. 

구조자분은 도저히 마루를 안락사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우선 급한 방광수술을 받았습니다. 마루의 끊어진 신경을 회복할 수 없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고, 압박배뇨를 해야 하지만 구조자분은 마루의 생명을 구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구조자분은 힘들게 새 생명을 얻은 마루의 평생을 함께 해주기로 다짐 하셨습니다. 


(왼쪽: 구조 직후의 마루 / 가운데·오른쪽: 퇴원 후 임보처에서 지내고 있는 마루)


고통속에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오던 동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새 삶을 살게 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질병에 걸려 버림받은 눈송이, 교통사고로 심한 상처를 입은 코코, 실명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치이, 안락사 대신 새 생명과 가족을 얻은 마루가 건강하고 행복한 묘생을 살아가기 바랍니다. 


*눈송이, 코코, 치이, 마루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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