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골절과 탈장으로 쓰러져 있던 '소월이'

  • 카라
  • |
  • 2019-05-22 17:59
  • |
  • 1418
교통사고로 거리에 쓰러져 있던 #소월이이야기


[구조 과정]

온 종일 운전하는 내내 로드킬 당한 길고양이들과 마주했어야 했었던 암울한 날을 보내고 퇴근하여 집으로 향하던 중 도로 중앙에서 윤기를 촤르르 내며 바람에 흩날리던 검정 털 뭉치로 만났습니다. 로드킬(사체)로 짐작하여(시골과는 다르게 서울은 마땅히 묻을 곳도 없고 어찌할 방법이 없어) 다산콜 120에 전화하며 차에서 내렸으나 길고양이가 하악질로 저에게 인사(?)했습니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아이가 살아있어 너무나 당황했고 멘탈이 붕괴되려는 정신을 잡고서 일단 차에서 이동장 가리개용으로 쓰던 담요를 가지고 내려서 다시 다가갔는데 못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가 열심히 하악질을 하며 잠시 정차해둔 제 차의 운전석 쪽 앞바퀴 옆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혼자로는 무리겠다 싶어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소방서분들의 도움으로 이래저래 길 고양이를 잡고 보니 찢어진 곳도 피 한방울 난 곳도 없었습니다. 소방서에 사정하여 케이지를 빌리고 주변 지인분께 전화해서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구조 당시 새벽이였고 다친 길고양이의 치료를 받아주겠다는 동물병원이 없어 이곳저곳 연락해가며 우여곡절을 겪었고, 병원으로부터 “동물학대 한다”는 말도 들어가며 울며불며 진통제라도 놓아달라고 빌고 빌어서 아이를 붙잡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치료과정]

내원 당시 소월이는 잘 먹지도 못하고 용변도 보지 못했습니다. 다리로 지지하고 서긴 했지만 양 뒷발이 구부러진 상태로 짧은 거리를 걸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1살 추정의 어린 고양이인 소월이는 골반골절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1차 수술에서는 어긋난 골반에 핀을 박는 고정술과 탈장에 대한 교정 수술을 함께 실시했습니다. 예상보다 탈장 부위가 넓고 심해서 수술시간은 3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2차 수술에서는 대장을 자극하는 골절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추가적인 골절 교정 수술도 진행하려 했으나 수술 도중 혈압이 급격히 낮아져 일부 수술을 미루고 마취를 중단했습니다. 3차 수술에서는 2차 수술에서 하지 못한 교정술을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중성화 수술까지 진행했습니다. 


심하게 골절된 골반의 엑스레이 사진


탈장으로 불러온 복부



식도튜브 장착 모습


소월이는 퇴원 후에도 통원치료 하며 골반 플레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진행중인 탈장 상황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소월이가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뒷발의 신경이 살아있는 게 신기한, 운이 좋은 고양이라고 하셨습니다. 소월이는 구조자분의 집에서 10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일어서는 것, 뒷다리에 힘을 주는 것, 오래 걷는 것을 제한해야 하기에 가로 1.2m, 세로 90cm의 좁고 낮은 공간에서 지내면서 의사선생님과 상의하며 조금씩 생활공간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소월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소월이가 하루빨리 건강해져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월이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