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된 후 편의점 앞에서 구걸하던 #씨유이야기
[구조 과정]
주말 어느 밤, 길 아이들 밥을 주고.. TNR 한 아이들 케어를 하고 돌아와 누운 저에게 한 통의 연락이 왔습니다. 캣맘 활동을 하다 보니 여기 저기 제 연락처가 많이 노출된 지라 모르는 사람에게서 문의나 전화, 제보가 종종 오고는 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지인의 지인을 통해 고양이에 대해 물어보려는 연락이었습니다.
‘동네에 우연히 많이 아파보이는 고양이를 만났는데 어떻게 하면 약을 받을 수 있나요?‘ 라는 내용의 질문이었습니다. 아이가 손을 타는지를 물었더니 근방에서 유기된 아이로 소문이 났다는 말씀. 그렇다면 아이를 케어하고 싶으시다면 직접 병원에 데리러 가보라고 하셨더니, 반려동물을 돌본 경험이 없어 방법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이 사람은 단순한 제보를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싶어 아이 모습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동물 의약품을 파는 곳이나 병원에 보여드려 보시라고 성심 성의껏 조언을 드렸었습니다.
그러고 그 다음주, 아이 약을 받았는데 어떻게 약을 먹이냐며 아이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다양한 감정이 복받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아픈 아이인지 몰랐던 아이인데 동영상 속의 아이는 입이 잔뜩 더러운 모습. 확연히 구내염이었습니다. 구내염이라면 입 속 치주, 치은 질환이 심할 텐데 동영상 속 아이의 모습은 사람이 먹는 어묵을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아이를 돌보는 캣맘이 없냐고 물으니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먹다 흘린 것이나 이렇게 편의점에서 소세지나 어묵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그리고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듣고는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모습이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일단 아이가 어떤지.. 눈으로 확인을 해보자 싶었습니다.
저는 대구에 거주하고 있고 아이는 구미에 있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걱정이 되어 그런 거리가 문제가 되지는 않았고 잠을 설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아이가 있다는 위치로 가보았습니다. 아이가 사는 곳은 구미의 한 아파트 맞은편의 편의점. 인근 주민들 말로는 겨울 전부터 이곳에 유기되어 계속 편의점 앞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본 아이의 모습은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전날 어묵을 먹으려던 모습과는 다르게 온 몸에 힘이 없이 늘어져 누워있는 아이 누가 봐도 기력이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다른 애들보다 기본적인 뼈대가 큰 아이인데, 못 먹어 온 몸이 비쩍 마른 상태였고 침이 외부로 흐르거나 하진 않지만 손을 타는 아이라 쉽게 입 안을 뒤집어 볼 수 있었는데.. 잇몸의 발적 정도가 의사가 아닌 제가 보았을 때도 아주 심해 보였습니다.
돌보아 주시는 캣맘만 있더라도 소통을 해볼 수 있었겠지만 이 아이를 안타까워하는 동정심은 다들 있더라도 이 아이를 책임감을 가지고 돌봐주려는 분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를 그 자리에 그냥 두고 발길을 뗄 수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야위고 야위어가다가 영양실조로 아이가 떠날 것이 먼저일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 우리 한번 살아보자 사는 것이 먼저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아이를 냅다 이동장에 넣고 차에 태워 대구로 올라왔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편의점의 이름을 따서 아이에게 ‘씨유’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치료 과정]
아이의 상태가 워낙 위중해보여 아이를 바로 대구에서 고양이 치과 전문 병원인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병원에서 확인한 씨유의 입 상태는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도 씨유의 입 상태를 보시고는 탄식을 하셨습니다. 치아는 곳곳이 모두 부러진 상태에 치아의 발적 정도는 아주 심각하여 이 상태로 뭔가 음식물을 섭취했다는 것은 그냥 본능적인 섭취에 대한 욕구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치아 방사선 결과 7개의 치아의 골절이 발견되었고 7개의 치아는 흡수성 병변이 있었고 1개의 치아는 치근 주변 융해 소견이 그리고 3개의 치아는 소실된 것으로 진단 내려졌습니다.
폐와 심장 복부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그 직후 아이는 토를 하였고 토사물은 정말 편의점 앞에서 대체 뭘 먹었는지 모를 것들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그 입으로 그래 먹어야한다는 본능으로 음식도 쓰레기도 아닌 것들을 먹은 씨유, 씨유는 계속해서 병원에서도 기운이 없이 쭉 뻗은 모습을 보였고.. 혈액검사까지 마친 씨유는 일단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칼륨을 넣으며 컨디션이 좋으면 전발치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씨유의 전해질 수치도 비교적 활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 전발치 수술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전발치 수술을 잘 이겨낸 씨유는 봉합된 잇몸이 벌어질까봐 콧줄을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직후엔 계속 침 흘림도 심하고 약해진 몸으로 받은 수술이라 약간의 허피스 기운이 올라온 것 같은 소견을 들었습니다. 씨유가 잘 회복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콧줄을 하고서도 계속해서 스스로 밥을 먹고 싶어 한다는 말씀을 듣고 아 씨유가 회복할 수 있겠다. 잘 이겨 내겠구나 씨유가 생명에 대한 의지는 확실한 녀석이구나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느리긴 하지만 씨유는 매일 매일 컨디션이 나아지기 시작했고 침흘림도 감소하게 되었으나, 잇몸 봉합한 자리가 더디게 아물어 씨유는 10일이라는 시간을 입원장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입원장에서도 씨유는 씩씩하게 잘 지냈습니다.
춥고 배고팠던 바깥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씨유가 퇴원할 컨디션이 되던 씨유는 퇴원하여 저의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을 보호 중인지라 혹시 씨유가 스트레스 받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씨유는 사회성도 참 좋은 아이였습니다. 금방 다른 아이들과 적응하고 식탐도 많아 너무 먹으려고 해서 오히려 곤혹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유기되어 추웠고 배고팠고 아팠던 씨유.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주어지지 않았던 씨유를 이제 제가 계속 품어주려고 합니다. 아이가 워낙 사교적인지라 임보가 될지 평생 저와 함께 살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씨유는 계속 약을 먹고 있고. 퇴원 후 다시 침 흘림을 보여 병원을 다니고 있고 아직 완치를 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씨유가 살아있는 그 순간만큼은 제가 보호자로서 책임자로서 씨유에게 가장 필요했던 기본적인 것을 채워주며 씨유를 보살피려 합니다. 청구서를 보니.. 엄청난 액수의 수술비가 나왔고 아이를 살려 기쁜 마음 그리고 내가 또 하나의 빚을 지게 생겼구나 하는 무거운 마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카라의 시민구조지원을 신청해보자 마음을 먹었고 이렇게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씨유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씨유가 다시는 버려지지 않을 따뜻한 가족의 품을 만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씨유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