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다리를 쓰지 못한채로 발견된 #봄봄이이야기
저희 엄마가 돌보던 길냥이(봄봄)가 어느날 저녁에 (몇일 만에) 뒷다리를 못쓰는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엄마는 소도시의 캣맘인데 몇 일째 녀석이 밥 먹은 흔적이 없어서 걱정하며 찾아다니셨습니다.
추운 겨울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동네 중간중간에 엄마가 마련해놓은 길냥이 집에서 녀석을 발견했고, 평소 엄마만 보면 애교를 부리던 녀석이 길냥이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꺼내보니 뒷다리에 외상을 입고 걷지 못하고 있어 엄마가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발에는 힘이 들어갔습니다. 빨리 치료하면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졌습니다.
엄마가 있는 지역은 고양이를 정밀 검사하려면 다른 도시로 차로 이동해야 해서, 원활한 치료를 위해 제가 (친한 언니의 차를 빌려)같은 날 밤에 데리러 출발해서 새벽 6시 반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 지역에서 정밀검사가 안 된다는 건, 지난해 15살로 멀리 떠난 우리 고양이 흰둥이의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서 알고 있습니다) 엄마는 지난해 여름에 구조한 유기묘 2마리를 데리고 있어 아픈 녀석까지 케어할 수는 없어 제가 (서울로) 데리고 왔습니다.
카라의 도움으로, 소개해주신 신촌에 위치한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했고 오른 다리는 골반 골절, 왼 다리는 원인을 알 수 없이 힘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새끼를 가졌습니다. (암컷의 첫 번째 발정으로 임신이 잘 안되어, 봄봄이의 나이는 1년 6개월령 쯤으로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 오른 다리 수술을 진행했고 잘되었습니다. (골절 부위가 관절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요) 수술 경과도 좋고 순한 성격의 봄봄이도 병원에 작 적응하고 잘 지냈습니다. 그날 늦은 오후 봄봄이를 위해 중성화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골반이 골절되었고 뒷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잘 지낸 봄봄이답게 집에서도 10년 산 것처럼 잘 적응했습니다. 고양이 화장실 바닥이 미끄러워 배변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골절 수술과 중성화 수술 실밥을 풀었습니다. 잘 쓰지 못하는 왼다리는 2주간 약물치료를 하며 경과를 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자꾸 돌아다니려하고 심심해합니다. 늘 꺾여있던 왼 발가락은 가끔 펴져 있기도 합니다. 나름 점프로 했고 놀라고 올려둔 화장대에서 뛰어내리려다 제가 받아줬습니다. (혼자서는 못 올라가지만요) 그래도 컨디션이 좋으니 자꾸 돌아다니려고 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몇일 지나고 경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갑니다.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 후 왼다리 치료를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도모해 볼 계획입니다. (침 치료나 운동치료 등) 카라의 도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밤새 운전해서 데려와서 피곤한 와중에 검사 결과를 알기 전까지 마음 졸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봄봄이가 나아가며 떼쟁이가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내년에 넓은 집으로 이사할 계획인데, 그 집에서 봄봄이와 함께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 즐겁습니다. 얼른 나아서 넓은 집에 근사한 캣타워를 선물하고 싶네요.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 했던 봄봄이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사랑스러운 떼쟁이 봄봄이가 다리를 얼른 회복해서 근사한 캣타워에서 편히 쉬고 건강하게 다시 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힘껏 캣타워 위로 뛰어오르기까지 힘내자 '봄봄아'